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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길 잃은 강아지 사막을 건너다.

by G_Gatsby 2010. 12. 13.


길을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낑낑 거립니다.

긴 털은 비에 젖어 얼어 붙어 버릴 것 같고, 추운 거리를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얼굴은 온갖 먼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사람이 무서운지, 차가 무서운지 기울어진 전봇대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잠시 숨을 고릅니다. 결코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큼 예쁘지 않은 작은 체격의 강아지입니다.

강아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 번 거립니다.
슬픈 눈망울 속에서 두려움 공포가 느껴집니다. 매서운 바람에 몸서리가 쳐지는지 엉켜 붙은 털 속에서 떨림이 느껴집니다. 강아지와 눈이 마주칩니다. 사람이 무서운지 이내 꼬리를 내리고 몸을 움츠립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어느 날, 절망에 떠는 한 생명을 보았습니다.

# 1

스티브 도나휴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에 보면 인생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의 원칙과 기준이 너무 내일의 목표에 집중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렇게 내일의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오늘에 대한 애정과 느낌에 둔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면 당황하고 힘들어지는 것이죠. 스스로 만들어 놓은 목표가 스스로를 망치는 결과를 만듭니다.

사막을건너는여섯가지방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 지혜/상식 > 교훈/지혜
지은이 스티브 도나휴 (김영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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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사는 삶에 방향성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목적 의식 보다는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의 방향부터 정하라는 것이죠. 어떤 이는 정직하게 살겠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이는 남에게 봉사하며 살겠다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오늘 이라는 현실에 임하면 좀 더 행복하고 집중력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쉽지 않지만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방향을 잃은 삶은 공포와 불안감에 힘들어 합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삶의 길은 늘 혼자 인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면서 스스로가 잃어버린 목표 속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질 못합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인간미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수없이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잃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세상에 버거워하는 스스로를 발견 하게 되죠. 시간과 공간이 주는 혼란스러움은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2


슈퍼마켓에 들러 강아지가 먹는 통조림과 따뜻한 두유 한 병을 삽니다. 가슴이 아파 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햇빛도 비켜 가는 그늘진 전봇대 앞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그리고 겁에 떠는 강아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을 통해서 모든 것을 내맡겨 버린 슬픈 영혼을 느껴 봅니다. 슬픈 영혼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작은 꼬리를 조금 흔들어 봅니다.

조금씩 입에 넣어주며 비릿한 고기 냄새를 맡아 봅니다. 허겁지겁 삼켜 버리는 강아지의 몸짓을 보며 따뜻한 두유를 따라 줍니다. 추웠던지, 목이 말랐던지 마지막 남은 한 방울 조차 아낌없이 삼켜 버립니다. 조심스럽게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고기 냄새에 취했던지 녀석의 꼬리를 더 세게 흔들며 고마워 합니다.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이웃집에서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간 강아지라고 합니다. 하도 불쌍해서 며칠 정도 음식을 줬더니 이 시간이면 여기 온다고 말을 합니다. 똑똑한 강아지인데 예쁘질 않아서 아무도 안 데려 간다고 합니다. 강아지의 다시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냅니다.




비가 오고 나면 한파가 올 거라고 합니다. 강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불쌍해서 자기가 키워야 겠다고 말을 건넵니다. 마치 나에게 다짐 하듯이 말이죠. 슈퍼마켓에 들어가 강아지 통조림을 몇 개 더 사서 아주머니에게 드려봅니다. 왠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사막과 같은 것이 인생인지 모릅니다.
사막에서 보이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늘도 우리는, 마음속에 신기루를 만들고 그것이 있다고 믿으며 하루를 다짐하는지 모릅니다. 주변에 대한 작은 관심조차 포기한 채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만들어낸 거짓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강아지를 안고 돌아서는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강아지의 슬픈 눈빛과 바라보는 사람의 슬픈 눈빛을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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