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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끄적끄적

흔적.

by G_Gatsby 2012. 12. 27.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인지 문득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다를 보고 나면 정리되지 않는 무언가도 정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앞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들.

 

단지 처음 본 사람일 뿐이고 다시 보지 못할 사람임이 분명한것이고, 옷깃도 스치지 않았고, 


서로 눈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만은 꼭 확인하고 싶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른 새벽에 월미도로 향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가 매서웠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내 코를 날려버릴것 같았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던지 택시 기사는 나를 휑한 바닷가 앞에 내려놓고는 


주위를 한참 동안 떠나지 않았다.

 

뜨거운 자판기 커피 한잔을 건내며..." 저 죽으러 온 사람 아니거든요.." 라는 말을 하고 나서야

 

택시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떠나버렸다.

 

 

파도는 언제나 낯선 것이었고,

 

바다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언제나 같은 것이었다.

 

미련은 늘 흔적을 남겼고, 후회는 늘 멍한 시선을 안겨주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돌맹이 하나를 주워 멀리 바다로 던져버렸고,

 

바다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변함이 없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수다쟁이 기사 아저씨는 남의 속도 모르고,

 

'박근혜와 새마을운동의 연관성' 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유난히 큰 아저씨의 코를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한 해가 다 가는 겨울의 어느날.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바다를 찾았고, 역시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바다를 떠나왔다.

 

코를 녹이며 책장을 뒤적이다가 최갑수씨의 책을 찾아내었다.

 

"행복이 오지 않으면, 찾으러 가야지"

 

비록 라오스 까지 가진 못하겠지만, 내년에는 행복이라는 놈을 찾으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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