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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지 우연히 찾은 작은 도시의 작은 골목길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문득 가슴을 파고 들어오던 노래. 아마도 그날은 몹시 쓸쓸한 겨울비가 내렸었고. 얼어 붙기 직전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웠던 것 같다. 잊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잊혀질 인연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고. 시간은 몹시도 더디 흘렀을 것이며. 미련은 몹시도 아렸을 것이다. 인연의 끝은 언제나, 머뭇거리는 시간이 있었고 불편한 대화가 오고 간다. 그리고 나선 긴 침묵이 이어지고 그 사이마다 아쉬움과 기다림의 짧은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나는 바다에게 줄곧 인연의 깊이에 대해서 물었고, 바다는 나에게 짧은 인연의 추억만을 던져주었다. 사랑이 뭔지 알 수 있을까 영영 모를 수 있어. 하지만 이별은 알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또 아픈.. 2012. 3. 11.
살아줘서 고맙다 이제 봄이 오나 봅니다. 지난 계절 동안 배고픔과 추위에 간신히 목숨을 유지했던 길 고양이 한 마리가 따사로운 양지를 찾아 앙상한 몸을 내맡깁니다. 볼품없이 말라버린 털과 앙상한 체구가 가여워서 참치캔 하나를 따 녀석이 놀던 자리에 슬그머니 놓아 봅니다. 사람의 인기척을 듣고 순식간에 사라졌던 어린 길 고양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허겁지겁 먹어 치웁니다. 남김 없이 다 먹고 나서는 양 손으로 수염을 닦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몸을 누입니다. 봄은, 지친 생명에게 다시 한번 살아가야 할 이유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문득, 힘든 겨울을 보내고 살아남은 고양이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혼잣말로 녀석에게 말을 건내 봅니다. " 살아줘서 고맙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꾸는 시간.. 2012. 3. 9.
다섯가지 즐거움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1. 12. 1.
'노안'과 붕어빵 게으름에 미루어 두었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올 초 결막염을 심하게 앓은 다음부터 눈이 그리 맑지 못합니다. 오랜 시간 눈을 감았다가 뜨게 되면 좀 어지러운 증세가 있었습니다. 큰 불편은 없었는데, 추운 겨울 동면에 들기 전에 한번 검진을 받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우리 주변에 참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기계에 얼굴을 갖다 대고 눈을 들이 댑니다. 젊은 의사는 눈을 크게 뜨라고 재촉합니다. 엄지발가락 끝과 양쪽 눈에 최대한 힘을 주었습니다만, 젊은 의사는 마음에 들지 않나 봅니다. 몇 번을 재촉하다가 구조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냥 포기합니다. 눈이 작은 것이 죄는 아니지만 괜히 미안스럽습니다. 젊은 의사는 무미건조한 말로.. 2011.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