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게으름에 미루어 두었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결막염을 심하게 앓은 다음부터 눈이 그리 맑지 못합니다. 오랜 시간 눈을 감았다가 뜨게 되면 어지러운 증세가 있었습니다. 불편은 없었는데, 추운 겨울 동면 들기 전에 한번 검진을 받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기계에 얼굴을 갖다 대고 눈을 들이 댑니다.

젊은 의사는 눈을 크게 뜨라고 재촉합니다. 엄지발가락 끝과 양쪽 눈에 최대한 힘을 주었습니다만, 젊은 의사는 마음에 들지 않나 봅니다. 번을 재촉하다가 구조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냥 포기합니다. 눈이 작은 것이 죄는 아니지만 괜히 미안스럽습니다.

 

젊은 의사는 무미건조한 말로 '노안'이라고 말을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럽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알아 듣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운동의 중요성과 정기검진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아직 독거인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노안' 이라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별로 좋진 않습니다. 간단한 안약을 처방 받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 1

 

오피스텔 공사가 한참인 골목에 흰색 봉고차가 급히 멈춥니다.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봉고차 문이 열리고 담벼락과 봉고차 사이에서 인부들이 부끄럼 없이 옷을 갈아 입습니다. 중국말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중국사람 이거나 교포인것 같습니다. 흑색 장화를 벗고 낡은 갈색 등산화로 갈아 신습니다. 머리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검은색 낡은 점퍼를 입습니다. 어느 늙은 인부가 까맣게 주름진 손가락 끝에 하얀색 담배를 걸치고 까만색 입술 사이에 끼웁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온 모양입니다. 고된 노동의 끝을 알리는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릅니다.

 

담배를 피던 늙은 인부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앞을 가로 질러 뛰어갑니다. 마르지 않은 페인트 냄새와 함께 노동의 땀냄새가 살짝 풍깁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지 유난히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립니다. 늙은 인부가 멈춘 곳은 공중전화 부스였습니다. 익숙하게 카드를 넣고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마도 바다 건너 고향의 안부를 묻는 것이겠죠. 낯선 이방인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익숙했던 곳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일 겁니다.

 

늙은 인부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자신이 고된 노동을 했던 고층 오피스텔 이었습니다. 공중전화 부스를 지나며 그를 '노안' 눈으로 슬며시 쳐다 봅니다. 그리고 늙은 인부의 주름진 눈가에 맺히고 있는 먼지 섞인 눈물을 보았습니다. 중국말이라 알아 들을 없었지만 같은 인간이기에 느낄 있는 먹먹함을 느꼈습니다.

그가
뛰어왔던 봉고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중국말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늙은 인부는 수화기를 향해 같은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 하고는 서둘러 끊고 봉고차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낡은 등산화가 땅에 끌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를 태운 봉고차가 조금씩 멀어져갔습니다.

 

언어는 알수 없지만 그가 중국말로 되풀이 했던 말이 그리운 사람에 대한 '약속'이고 '그리움'이라는 것은 느낄 있었습니다. 늙은 인부가 떠난 공중전화 부스에는, 고된 노동의 끝을 알려주던 하얀색 담배가 홀로 타고 있었습니다.

 

# 2

 

우리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라고 생각하며, 어제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때론 없는 그리움에 목이 잠기기도 하고 때로는 원인 모를 기쁨에 들떠 하루를 버텨내기도 합니다. 내가 만든 세상의 넓이 만큼,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내가 버린 세상의 넓이만큼 어제의 이야기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깊이만큼 천천히 늙어가겠죠.

 

가로등이 켜진 골목 어귀에 벌써 붕어빵을 팔기 시작합니다. 이제 골목 골목 마다 겨울이 정말 찾아오나 봅니다. 붕어빵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아주머니가 저를 향해 한마디 말을 던집니다.

"
총각, 맛있어요 한번 먹어봐요." 



'노안' 선고 받고 날에 알수없는 무언가에 이끌려 붕어빵을 한아름 샀습니다. 어릴 적에 먹던 통통한 붕어빵이 다이어트를 많이 하긴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다시 겨울이 찾아 오겠죠. 지금 보다 흐려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게  겁니다. 세상을 예전 보다 보진 못하겠지만 흐려진 시선 만큼,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리움과 추억으로 채워질 거라 믿어 봅니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줘서 고맙다  (8) 2012.03.09
'노안'과 붕어빵  (8) 2011.11.17
환승역에서  (8) 2011.11.14
내려 놓기와 다시 잇기  (9) 2011.11.13

Comment +8

  • 아마 그 통화중인 이방인의 눈에 비친 모습은
    물기 어린 세상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누군가는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눈물을 넣어야 물기어린 세상을 만나지만
    누군가는 통화만으로도 세상은 물기를 머금습니다.

    덧) 노안과 관련해서는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두어달 전에 안과의사에게서 슬슬 노안으로 진행중인 거라는 말을 들은 1인입니다.
    그는 알아들을 수 없을만큼 빨리 말하진 않았지만
    딱 필요한 말만 해서 좀더 말해주었으면 싶었습니다. -.-;

    • 엇. 비슷한 일을 겪으셨군요.
      '노안'이야 뭐 어쩔수 없는 현상인것 같습니다.
      '늙어가는 길'에 비프리박님이 동참을 해주셨네요.^^
      총기가 사라지고 열정이 사라진 그 눈동자에는 아련한 삶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거겠죠.^^

  • 왠지 모를 먹먹함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제대로 추워진다고도 하는데...
    건강 챙기시구요~

    다시 블로그에서 뵙게 되니 너무 좋아요 ^0^

    • 나이가드는지 가끔 밀려오는 먹먹함이 힘들때도 있군요. 아침 기온이 아주 차네요. 겨울이 오긴 오나봅니다.^^

  • 아직 노안은 아니지만 안구건조때문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곧 설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노안으로 마음이 짠 한 가운데 삶의 까닭으로 지친 사람들의 모습이
    님의 눈에 초점 맺혔나 봅니다.

    생의 무상함이 순간 스쳤을 것을 미루워 짐작 할 수 있어서 저 또한 글을 읽어 가면서 알지 못할 눈시울이 붉어 졌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 하시길...

    • 삶의 무상함을 느꼈네요.
      노동의 피로가 눈물이 될때 느끼는 먹먹함 말이죠^^

      이제 봄이네요. 좋은 일만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시간 참 빠르죠.

올 한해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나..하는 고민도 하기 전에 벌써 한 달이 지나갔습니다. 성실한 블로거가 되겠다며 몇 년째 하던 약속도 이젠 못하겠습니다. 갈수록 어딘가에 글을 남기는 것도 버거워 지네요. 이번에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묵묵히 한 해를 보내볼까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에게 미안한 감정이 없을 테니 말이죠.

 

# 1

얼마 전에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대기실에 많은 사람들이 있더군요. 저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환자 티를 내봅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많이 아파 보입니다. 한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대기실로 들어옵니다. 의자에 앉아 덤덤하게 벽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핍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엄마가 손을 끌며 주의를 줍니다. 그래도 아이는 울먹거림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엄마의 손을 꼭 잡은 뒤에야 울음을 멈춥니다.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는 얼굴로 아이를 쳐다봅니다. 아이는 제 얼굴을 보자 마자 다시 엄마를 보며 울먹거립니다. 최대한 온화하고 자상한 미소를 지었지만 아이는 그게 무서웠나 봅니다.

잘생긴 남자 간호사가 오더니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웃어줍니다. 아이는 곧 방긋 거리며 울음을 그칩니다. 4살배기 아이도 잘생긴 남자의 멋진 미소와 우울한 독거인의 어설픈 미소를 구별할 줄 아나 봅니다. 내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하얀 벽을 바라보며 혼자 웃는 연습을 해 봅니다.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간호사가 인상을 찌그러뜨리며 불쾌한 표정을 짓습니다.


 

# 2

얼마 전 모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였는데, 그 때 보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평생을 살아오며 얼굴에 새겨진 모습이 울상이었습니다. 말을 할 때에도 말을 들을 때에도 표정은 늘 우는 모습입니다. 입가와 눈가에 세월이 그려놓은 얼굴 표정이 그런 모습입니다. 고된 삶의 흔적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에도, 할머니의 얼굴에도 지나온 삶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은 주름과 표정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항상 웃고 즐겁게 사는 분들의 얼굴에는 웃는 모습이, 그렇지 않은 분들의 얼굴에는 고된 모습이 그려져 있었죠.

 

아이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공포감을 느끼면 울게 되고 재미있는 것을 느끼면 웃게 됩니다. 아이는 우는 얼굴과 웃는 얼굴 모두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 표정에는 그러한 것을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얼굴의 표정을 잃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3

병원에서 나와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이 표정을 살펴 봅니다. 추운 겨울에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여학생들의 얼굴은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습니다. 눈을 쓸어 내리는 아저씨의 얼굴에는 짜증과 무료함이 묻어 있구요, 오뎅을 파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이 묻어 있습니다. 길을 걷는 노인의 얼굴에는 펴지지 않는 표정이 그려져 있어서, 즐거운지 힘이 든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세월은 단지, 우리에게 기력과 젊음만 가져 가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거울 앞에서 여러가지 표정을 지어 봅니다. 눈 위에 그려진 엄숙한 주름이 보이고 웃음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얼마나 웃으며 살지 못한 시간이었던가에 대해서 반성해 봅니다. 아직은 세상을 향해서 웃음 지을 날이 많이 남았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오랜 시간 거울 앞에서 웃는 표정을 지어 봅니다. 그 모습이 우스워 혼자 베시시 웃음 짓습니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려 놓기와 다시 잇기  (9) 2011.11.13
웃는 연습을 하다.  (14) 2011.01.31
잘 지내나요? 내 인생….  (19) 2010.12.20
길 잃은 강아지 사막을 건너다.  (8) 2010.12.13

Comment +14

  •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거란 말을 생각합니다.
    물질이 의식을 지배하듯^^
    미소가 삶을 지배합니다. ^^

    저는 예쁘고 고운 처자를 보면 미소가 절로 나는 건강한 남성입니다. ^^
    예쁘고 고운 처자를 많이 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핫핫핫.

  • 웃는 삶이 행복하겠지요? ^^

    오늘도 웃어야겠습니다.
    나를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웃는 얼굴에 복이 깃들거라 믿습니다.ㅎㅎ

    설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

    • 웃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것.
      그리고 그것이 곧 내 삶을 지배한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게 됩니다.
      남을 위해서 웃는 것이 나를 위해서 웃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말이죠>^^

  • 정말 어릴땐 지나가는 낙엽만 보고도
    유행하는 시덥잖은 우스개에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친구들이랑 배아프게 웃었던 시간이 많았던거 같네요.
    표정을 잃어간다는 말씀에 은근히 얼굴 표정을 이래저래 지어보게 됩니다.
    일단 많이 웃어야 할텐데. 요즘 티비에서도 개그프로는 점점 사라지더군요.

    •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세상이죠.
      그래서 인지 사람들의 얼굴에서 표정을 찾기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웃으며 살려고 노력해야겠죠.
      웃음 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 개츠비님,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한해의 시작, 민족의 대명절 설날입니다.
    토끼띠 설날이 밝았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멋진 한해 맹그시길.

    • 연휴도 벌써 다 지나가는군요.
      올해에는 새해 인사도 다 못하고 이렇게 흘러가나 봅니다.
      새해에는 변한없이 행복한 시간 만드세요^^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1.02.06 00:37

    웃는 연습 많이 하셨습니까. ㅎㅎ
    미소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한 저에게는 꼭 필요한 연습입니다.
    비프리박님의 말마따나 웃어서 행복해지는 거라면
    웃는 연습 더 많이 해야겠네요. ㅎㅎ
    암튼 기나긴 연휴도 이제 끝이로군요.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

    • 웃는게 익숙치 않았다는걸 느꼈습니다^^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나아지겠죠.
      남에게 웃는것은 쉽지만 자신에게 웃음 짓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또 느끼게 되네요^^
      꽤 긴 연휴였죠. 하지만 계속 쉬고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1.02.06 06:17

    우리나라 학생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구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낙천적이구나.. 싶기도 하구요.

    명절도 이제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병원같은 곳은 안가셔도 충분한 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 아이들이 미소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심한 표정의 아이들이 주위를 지배한다면 겁나서 다니겠습니까?^^

      명절이라고 해도 기분도 별로 안나는군요^^
      올 한해는 병원신세를 안졌으면 좋겠습니다.

  • ㅎㅎ 오래전에 저의 웃는모습이 이상하다는 친구말에 충격 받아서 거울보며 연습하던 생각이 나네요.
    나이들수록 헛웃음이 느는거 같아요.
    잘보고 갑니다~ ^^

    • ^^ 저도 웃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군요. 거울속에 비춰진 모습이 웃는 표정으로 바뀌길 희망합니다.


길을 잃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낑낑 거립니다.

긴 털은 비에 젖어 얼어 붙어 버릴 것 같고, 추운 거리를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얼굴은 온갖 먼지로 뒤덮여 있습니다. 사람이 무서운지, 차가 무서운지 기울어진 전봇대 앞에서 꼬리를 내리고 잠시 숨을 고릅니다. 결코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큼 예쁘지 않은 작은 체격의 강아지입니다.

강아지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 번 거립니다.
슬픈 눈망울 속에서 두려움 공포가 느껴집니다. 매서운 바람에 몸서리가 쳐지는지 엉켜 붙은 털 속에서 떨림이 느껴집니다. 강아지와 눈이 마주칩니다. 사람이 무서운지 이내 꼬리를 내리고 몸을 움츠립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는 어느 날, 절망에 떠는 한 생명을 보았습니다.

# 1

스티브 도나휴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에 보면 인생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의 원칙과 기준이 너무 내일의 목표에 집중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그렇게 내일의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오늘에 대한 애정과 느낌에 둔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면 당황하고 힘들어지는 것이죠. 스스로 만들어 놓은 목표가 스스로를 망치는 결과를 만듭니다.

사막을건너는여섯가지방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 지혜/상식 > 교훈/지혜
지은이 스티브 도나휴 (김영사, 2005년)
상세보기


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사는 삶에 방향성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목적 의식 보다는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의 방향부터 정하라는 것이죠. 어떤 이는 정직하게 살겠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또 어떤이는 남에게 봉사하며 살겠다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오늘 이라는 현실에 임하면 좀 더 행복하고 집중력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쉽지 않지만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방향을 잃은 삶은 공포와 불안감에 힘들어 합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삶의 길은 늘 혼자 인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러면서 스스로가 잃어버린 목표 속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질 못합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인간미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수없이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서 소중한 인연을 잃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세상에 버거워하는 스스로를 발견 하게 되죠. 시간과 공간이 주는 혼란스러움은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2


슈퍼마켓에 들러 강아지가 먹는 통조림과 따뜻한 두유 한 병을 삽니다. 가슴이 아파 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햇빛도 비켜 가는 그늘진 전봇대 앞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그리고 겁에 떠는 강아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을 통해서 모든 것을 내맡겨 버린 슬픈 영혼을 느껴 봅니다. 슬픈 영혼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작은 꼬리를 조금 흔들어 봅니다.

조금씩 입에 넣어주며 비릿한 고기 냄새를 맡아 봅니다. 허겁지겁 삼켜 버리는 강아지의 몸짓을 보며 따뜻한 두유를 따라 줍니다. 추웠던지, 목이 말랐던지 마지막 남은 한 방울 조차 아낌없이 삼켜 버립니다. 조심스럽게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 봅니다. 고기 냄새에 취했던지 녀석의 꼬리를 더 세게 흔들며 고마워 합니다.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이웃집에서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간 강아지라고 합니다. 하도 불쌍해서 며칠 정도 음식을 줬더니 이 시간이면 여기 온다고 말을 합니다. 똑똑한 강아지인데 예쁘질 않아서 아무도 안 데려 간다고 합니다. 강아지의 다시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강아지의 눈빛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아낌없는 사랑을 보냅니다.




비가 오고 나면 한파가 올 거라고 합니다. 강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불쌍해서 자기가 키워야 겠다고 말을 건넵니다. 마치 나에게 다짐 하듯이 말이죠. 슈퍼마켓에 들어가 강아지 통조림을 몇 개 더 사서 아주머니에게 드려봅니다. 왠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사막과 같은 것이 인생인지 모릅니다.
사막에서 보이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늘도 우리는, 마음속에 신기루를 만들고 그것이 있다고 믿으며 하루를 다짐하는지 모릅니다. 주변에 대한 작은 관심조차 포기한 채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만들어낸 거짓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강아지를 안고 돌아서는 아주머니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강아지의 슬픈 눈빛과 바라보는 사람의 슬픈 눈빛을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Comment +8

  • 아주머니의 마음이 곱습니다.
    아마도 우리들 마음 속에는 그 고움이 들어있을 건데
    그것을 발현시키기가 어려운 각박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개를 버리고 간 주인만큼 비정하진 않습니다.
    (사실 이 '비정'이라는 부문에서 짱 드실 분이 계시죠. 한때 고양이였던.)

    삶을 대하는 데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방향성이겠죠.
    방향이 정해지면 그 외의 것은 나중 문제가 되며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방황에 지나지 않죠.

    개츠비님의 이런 따뜻한 글을 좀더 자주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조금 인심을 써서^^ 영혼 정화 글이라고 불러 마땅한 글이잖아요. ^^

    • 그렇죠. 강아지가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네요. 이쁘지 않다고 버려지는게 참 가슴 아프더군요^^ 삶의 나침반이 있다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하나의 방향에 대해서 믿음을 갖고 나아가는것도 결코쉽지 않다는걸 요즘 많이 느끼네요. 시간의 부침이 심한 요즘이라, 글 하나 남기는 것도 쉽지 않네요^^ 고맙습니다.

  • 2010.12.19 12:20

    비밀댓글입니다

    • 오랜만이죠^^ 추억이 있고 기억이 남는 곳인데 말이죠. 행복이라는 단어는 쉽지만 그것을 느끼는건 정말 어렵나 봐요. 그래서 늘 후회와 반성이 생기나 봅니다.^^ 벌써 겨울이네요.

  • 아마도 아주머니는 개츠비님의 모습에서 스스로 결심을 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따뜻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 조차 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요.
    하나의 목적지, 뚜렷한 방향을 잡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니 서로의 흔들리는 나침반을 지켜봐주며 그렇게 영향을 주는 관계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 누군가의 말처럼 갈수록 사람들이 나약해 지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방향을 찾지 못하는 시간들이 늘어갈수록 말이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할것 같아요. 적어도 길을 잃진 말아야겠죠^^

  • 목표에만 얽매인 삶을 사는 것은 너무 피곤합니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오는 혼란은 더욱 무섭고요.
    인생의 나침반을 잘 간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강아지가 따뜻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ㅜㅜ
    가만보면 개들은 인간에 의해서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 눈이 오는군요. 요즘 불필요하게 좀 바쁘게 지내다 보니 인사도 늦었네요. 강아지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특히 설치류의 침공이 현실에 와닿으니 말이죠^^


 첫 눈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겨울이 왔다고 말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출근하는 아저씨의 뒷모습에도,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그림자에도 두꺼운 외투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겨울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따뜻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에게는 낭만의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 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난의 계절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똑 같이 시작된 계절의 변화 속에도 우린 서로 다른 이야기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나 봅니다. 이렇게 또 다른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겠죠.

 

# 1

지하철 에서 한 청년이 열심히 책을 봅니다.

익숙한 표지가 눈에 띕니다. 코이케 류노스케생각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입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라서 반갑습니다.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생각 때문에 힘들어 한다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단순하게 사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한자 한 자 읽으면서 쉽게 공감했던 책입니다.



 

책을 읽는 청년의 모습이 무척 진지합니다. 어쩌면 힘든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중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고된 직장생활을 하는 지도 모릅니다. 사색이 겹쳐진 독서. 청년의 진지함을 오랫동안 쳐다 봅니다.

 

# 2

살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에 갇힐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옆에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신이 만들어 버린 시간에 갇혀 버릴 때 말이죠. 그 속에서 외로움을 찾고, 그 속에서 내면의 고독을 느낍니다. 때로는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보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서 내가 꿈꾸던 세상을 포기하기도 하죠. 가슴에 품었던 하나의 꿈이 사라지기도 하고, 잊혀졌던 꿈이 되살아 나기도 합니다.

 

수 많은 생각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지나간 선택이 후회와 실망감으로 나타나기도 하죠. 그리고 끝없는 시간속으로의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잠을 못자는 밤이 찾아오고 세상의 관심사가 하나 둘씩 사라집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증상을 우울증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생각을 버리고 단순해지라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살면서 우리가 한번쯤 겪게 되는 갇힌 시간으로의 여행이죠.

 

인도의 한 철학자는 이러한 시간을 통해서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수 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자아와의 대화를 통해서 고난을 견딜수 있는 힘을 기른다는 것이죠. 하지만 철학적이지 못한 우리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책을 보던 청년이 책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책의 내용을 음미 하는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오랜 시간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어쩌면 갇힌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안내 문구가 흐르고 청년의 모습을 남겨둔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들의 모습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나 봅니다. 인간이 가진 감정들이 하나 둘씩 순번을 바꾸어 가며 오늘의 나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수 많은 생각들이 지금의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르죠.  시간 여행은 긴 호흡인것 같습니다. 짧은 보폭의 걸음은 발자국을 남기지만, 그것이 모여야 내가 호흡하는 길고 긴 이 되니까요.

 


Comment +13

  •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입니까.
    저도 짧지만 갇힌 시간을 겪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섭기도 하지만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죠.
    어쨌든 참 반가운 글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 오랜만이죠.걷다가도 문득 레인맨님의 빨간바지와 치어리더가 생각 날때가 있었죠. 잠시 머리를 식혔네요.영하 40도쯤에서요.자주뵙죠^^

  • 아마도 시간은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에 갇힌 건 결국 자신의 생각에 갇힌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책을 아직 읽지 않아서 책과 연관지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적어주신 문맥으로는 그랬습니다.
    사색과 명상이 필요한 책일 듯 싶습니다.

    덧) 오랜만입니다.
    온라인에서 못 뵙고 시간이 꽤나 지나면서, 문자를 한번 넣을까, 했습니다.
    그러지 못한 건, 어떤 생각이 있으셔서 떠나 계신 것 같은데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지나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그렇다고 개츠비님의 삶이 잔잔한 호수라고는 절대(응?) 생각지 않습니다.
    복귀 환영하고요. 제 맘대로 '복귀'하신 거라고 해석하겠습니다.
    이제 좀 자주 뵈옵는 거겠죠?

    • 잔잔한 호수에는 돌을 던져도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있으나 없으나 걷는 길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시간은 그저 늙는다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지요. 생각이 늙지만 않으면 시간의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11.30 09:51

    오랜만에 개츠비님의 담담한 어조의 글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다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왠지 모를 그 차분함이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거든요..ㅎ

    • 꽤 긴 시간동안 담담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갈수록 글이 재미없어 지는것은 맞습니다. 언젠가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를날도 있을테지요.^^ 세상사 웃다가 울다가 하는것 아니겠습니까.

  • 역시나 잘 보고 느끼고 갑니다.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공간 안에 가두고 그 안 깊숙이 점점 들어가버리고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느껴집니다
    그 속에서 나와야 할까 아니면 더 들어가야할지를 고민하고 있는데요 ^^

    오랜만에 님의 글을 읽으며, 저물어가는 한 해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네요 늘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올라온 글이 더욱 감동이네요 ^^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가끔 다녀가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욱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오늘 그리고 12월 되세요 ^^

    • 오랜만입니다. 꽁마담님^^ 시간에 대한 변명을 늘 달고 사는건 아닌가..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오랜시간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벌써 겨울이군요. 포근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시간이 늘 선형으로 어디서든 똑같이 흐르는 건 아닌가봐요.
    나이 먹어갈수록 빨리가기도하고.
    조급한 만큼..순식간에 사라지기도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해서일까요.
    요즘은 그냥 몸을 내맡긴 느낌이네요.
    그래서인지 반가운 포스팅을 이제야 만났습니다. ^^

    • 김훈씨의 신작 소설에도 시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들이 나오죠^^ 어쩌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선형의 시간이 주는 갑갑함에 힘들어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삼촌이 맛난것도 사주고 해야 하는데.ㅎㅎ 지구벌레님 뵈면 늘 부럽습니다.^^

  • 제 블로그 글 좀 읽다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여전히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글을 쓰고 계시네요. 늘 한결같은 블로거 되시길 바랄께요. 2010년 마무리 잘 하세요.^^

    • 아바네라님 반갑습니다^^
      체게바라 때문에 익숙한 닉네임이 되어버렸네요. 잘 지내시죠? 달력이 한장 남았습니다. 새해에는 따뜻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오랜만에 개츠비님의 담담한 어조의 글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제가 다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왠지 모를 그 차분함이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거든요..ㅎ

 

# 1

얼마 전에 박찬호 선수의 이적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승반지에 대한 갈망으로 뉴욕 양키스에 입단을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서 방출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팀을 옮겨 야구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40을 바라보는 노장이 되었지만 그의 야구 인생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야구에 대한 진지함과 애정이 더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 대표하고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그의 화려했던 과거에 비하면 현재의 위치는 한없이 작아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언젠가 박찬호 선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애정과 야구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었죠. 나이가 먹을수록 자신의 육체가 노쇠하고 주변의 반응이 차갑게 변하더라도 자신이 인정하기 전까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에 의한 야구 인생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죠.

팬들의 관심이 예전에 비해서 시들해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은 그의 또 다른 도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멈출 듯 멈추지 않고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며 한국 야구의 전설이 되어버린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노장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 2

세종시 총리가 물러나고 4대강 총리가 새롭게 선임이 되었습니다. 언론은 40대 젊은 총리에게 초점을 맞추고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가 이전처럼 허수아비 총리가 될지 얼굴마담이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에서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어쩌면 또 다른 패거리 정치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안보와 외교에 치명적인 문제를 노출한 책임자들은 모두 유임이 되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지지의 결과로 이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외교적 비즈니스 에서는 결코 공짜가 없는 법입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거듭된 의혹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한국을 지지했던 미국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라도 되는 양 우리를 압박합니다. 실용주의 정부의 특징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생각 합니다.

< 한국정치의 새일꾼들. 아름답구나..>

새로운 40대 총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수 밖에 없는 것은 특임장관에 임명된 왕의 남자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는 그의 확실한 위치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그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이제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치계의 노장은 죽지 않고 화려하게 복귀를 했습니다.

정치인에게 권력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우매한 국민이 나라를 망치기는 힘들지만, 어리석은 정치인 한 명이 나라를 망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독재자를 기념하기 위해서 수백억이 넘는 세금이 지출되고, 매일 경제고에 시달려 자살하는 사람은 끊이질 않지만 세금은 사람을 살리는데 쓰이지 않고 오로지 삽질 하는데만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독선과 독재라고 말하지만, 정치인은 그것을 소신이라고 부릅니다.

정치의 무대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정치인의 소신과 철학은 오랜 시간을 거쳐서 만들어진 전문적인 지식과 인격이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정치인의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시대는 변하고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달라지더라도 그들의 기본적인 성향과 품격은 변하지 않습니다.


왕의 남자로 새롭게 귀환한 한 노장 정치인의 모습과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봅니다. 과연 어떤 노장 정치인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 했던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노장의 귀환이 결코 즐겁지 않습니다.

 

 

Comment +12

  • 극과 극, 비교체험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박찬호 선수 양키스 따위에서는 방출을 당했지만
    도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말 위대한 선수인 것 같아요. 사랑합니다!

    • 찬호선수와 비슷한 나이대라서 그런지, 그의 모습에 남다른 애착이 있네요. 최고가 아니라 최선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보는것 같습니다.

  • 정말 노장에도 급수가 있나봅니다.
    이미 전설이 된 박찬호와 이름을 같이 언급하는 자체가 기분이 싹 나빠지는
    저런 노장도 있으니 말입니다.

    • 노장들의 귀환이죠. 전혀 달갑지 않은 사람들. 선진화를 위해서 진정 필요한것이 무언가 새삼 생각해 봅니다.

  • 박찬호를 보면서 일정 시점에서 은퇴를 하면 더 좋을 수도 있겠는데,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국외자의 생각이겠죠.
    본인의 인생과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뗄 수 없다면
    한 순간이라도 더 오래 야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라도 그랬을테니까요.

    흐흠. 아래의 사진은 아름다운 ㅆㄹㄱ들이군요.
    저런 것들이 대한민국의 정치판에 주류이자 실세로 있는 이상,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8.15 경축사에 일제 식민지 이야기는 온데 간데 없고
    통일세를 이야기하는 쥐새끼를 봤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를 전쟁직전까지 몰아넣은 자가
    자기 입으로 통일을 이야기하는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입니다. -.-;

    • 어쩌면 우리가 승리자에만 취해있는게 아닌가 싶은때가 있어요. 찬호 선수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도전과 쟁취, 또다른 도전, 그리고 그속에서 느껴지는 삶의 진중함이 너무도 아름답더군요^^ 지난 보궐선거 이후 또 막 나가는 분위기네요. 오늘도 PD수첩이 결방되었네요. 하루에도 수십번 입에 욕설이 머금어 집니다.^^

  • 뉴스위크 기사 보셨는지요
    어이가없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ㅎㅎㅎ
    뉴스위크의 신뢰성을 확 바닥치게 만드는 멍멍이소리였습니다
    얘네들이 뭘 알겠습니까
    키가 큰 거인이 바닥을 보지 못하네요

    • 네.봤습니다. 코쟁이들이 우리의 바닥에 대한 관심이 있겠습니까. 그저 수치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물에게 박수를 보내는것이겠지요. 중앙일보와 연결된 뉴스위크지에서 나오는 국내의 소식들이 과연 어떤 진실과 이해를 담고 있나 싶네요^^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08.20 16:27

    한 만평을보니 소에 코뚜레를 뚫듯 한국에 코뚜레를 씌워 끌고다니는 미국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위상이 엿보였습니다.
    외세에 대해 당당하게 할말을 하던 한국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 우리역사는 외세와의 다툼이 주된 줄기인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민족성도 외세에 의존하는 사람들과 자주를 외치는 사람으로 나뉘는것 같구요. 수천년 이어온 지금 역사의 중심에는 배부른 모리배들이 있는것 같네요

  • 박찬호 선수의 사진을 보고 반가워서 클릭했는데.....
    바로 밑에는 별로 반갑지 않은 노장들이....


해마다 8 4이 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정든님 정은임 아나운서 입니다. 벌써 6년이 흘렀네요. 너무도 허무하게 우리들 곁을 떠났지만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모바자회가 열리고, 그녀를 다시 한번 기억 합니다.

 

# 1

 

그녀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 합니다.
늦은 밤 들려오는 목소리와 낯익은 시그널 음악. 그리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던 따뜻한 감성 까지 말이죠. 늦은 밤에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힘을 주었고, 야근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주었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는, 낮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었습니다.

 

고공크레인 위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던 한 노동자의 절규와 죽음을 이야기할 때 울음을 참던 그 목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따뜻한 세상은 아직도 멀기만 하니 더욱 그녀의 목소리가 그리워 집니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사람들에게 시달리던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들리던 그녀의 따스함이 그립습니다.


 

요즘도 똑똑하고 예의 바른 방송인들이 많습니다. 인기가 많은 연예인도 참 많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대중들에게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수년 전 그녀가 보여주던 진실된 따스함과 용기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녀가 그립습니다.

2008/05/17 - [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 정은임 아나운서와 고공크레인에서 바라본 세상

 

# 2

 

가끔 하늘을 나는 새들을 바라봅니다.
그들은 대체 어떤 길을 따라 날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높은 하늘에는 특별한 길이 없습니다. 새들은 길을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이러한 새들의 날갯짓을 보며 자유로움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 많은 길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그 길을 따라 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그 길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기에는 너무나 좁은 길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합니다.

 

길에서 낙오한 사람은 갈 곳을 잃어 버립니다. 우리 사회는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이죠. 그래서 세상이 요구한 길을 걷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길은 세상이 가르쳐준 길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진정한 자유로움은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것이죠. 세상을 이겨낸 사람들이 그러한 길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위대한 사람이 된 것이죠.

 

우리의 삶이 비록 위대하진 않더라도, 지혜로움과 행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이겨내는 방법은 새들과 같은 자유로운 생각과 지혜로움입니다. 남보다 뒤쳐져 있다고, 가난하다고, 장애가 있다고 인생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자유로운 영혼은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경쟁이 필요 없는 세상의 지혜로움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그리고 삶의 지혜로움은 낮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는것이겠죠.


 

 

영화와 함께 살다가 세상을 떠난 한 아나운서를 기억 합니다. 그녀의 지혜로운 날갯짓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망과 위로의 바람을 느꼈던가를 생각해 봅니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장은 죽지 않았다.  (12) 2010.08.09
새는 스스로 길을 만든다.  (14) 2010.08.04
최저생계비와 한 소녀의 죽음  (14) 2010.08.02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께요  (12) 2010.07.27

Comment +14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0.08.05 07:39

    자유롭고 싶은데 자꾸 발버둥을 치게 됩니다.
    언젠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등장을 하겠죠?
    그때는 하늘에도 복잡한 길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어요. ㅎㅎ
    으~~ 생각만해도 깝깝해지는군요.
    정은임 아나운서, 그립습니다.

    •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그래서 어려운가 봅니다^^ 살면서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만만치 않죠. 그래도 Reignman님의 글을 보면서 삶의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늘 그리운 이름이죠.^^

  • 지혜와 감성이 매말라 가는 요즘.
    추억속에 점점 더 그리워 지는 이름들 중 하나네요.
    매년 그들이 떠난 날이 지날때면...말이죠.
    얼마전엔 김광석이 그렇게 그립더니...

    •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네요. 요즘 의사 장기려 평전을 읽으면서 삶에 대한 또다른 고민에 빠져 있네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때 참 마음이 아프죠. 김광석도.

  • 없기에 더더욱 그리운 분들이 늘어갑니다.
    있어서 더더욱 짜증나는 쥐들도 늘어갑니다.
    그 그리움과 그 짜증 속에서 우리의 길을 내는 것이겠지요? ㅜ.ㅜ

  • 2010.08.07 16:42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08.10 00:08

    이런 분들을 두고 써준데로 읽는다고 말한 그 狗개의원... 아직도 버티고 있겠죠....

  • 한국을 떠나면서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잠 못들면 듣던 님의 라디오도 그 중 하나이겠죠

    • 벌써...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충격적이던 그날이 아직도 기억에 있네요. 정든님이라는 말이 참 슬프게 들리기도 하네요

  • 바람의 유영 2010.10.30 12:51

    잘 지내시고 계시지요? :)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주변 상가 점포에 휴가 안내 표지판이 등장하고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의 소식이 방송의 첫머리에 등장합니다. 여행 전문 블로거인 비프리박님 역시 휴가를 떠났습니다. 일년에 단 한번, 많은 사람들이 노는 것과 쉬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공식적인 휴가시즌 입니다.


# 1

한 시민단체의 주관으로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로 한달 나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정치인을 비롯해서 신문사 기자, 대학생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경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을 통해서 매일 체험한 사람들이 내놓는 다양한 경험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연 현실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면서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의 고통을 실감하며 먹는 것과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투쟁인지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7천원짜리 외식을 하면서 가족이 굶을 것을 걱정하니 울음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정부가 정한 최저 생계비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힘겨운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파란당의 모 의원처럼 거뜬히 버텨낼 수 있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거기다가 천원을 기부하는 센스까지 봤습니다. 우리 시대의 정치인이 얼마나 서민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는지 실감하는 모습이었죠. 그들이 우리의 정치를 이끌어 가는 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없을 거라는 것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다른 것이고, 체험하는 것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그 차이 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 정치집단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참 걱정스러웠습니다.



# 2

한달에 80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19살 소녀가 자살을 했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 보지 못했습니다. 힘겨워도 이겨내리라는 다짐도, 성실하고 열심히 살면 된다는 희망도 결코 소녀에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일할 곳이 없어 힘겨워 하고 갈 곳이 없어 두려워 하던 소녀가 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차디찬 강물이었습니다. 버티기도 힘든 세상을 구원해 줄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나 봅니다.

마르크스 철학에 심취했던 한 경제학자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복지에 대한 인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먹고 사는 작은 단위 경제에 대한 인간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가 잘 유지되는 사회가 선진국이라고 말이죠. 경제 규모의 크기로 잣대를 삼는 것이 아니라 경제 주체의 삶의 질이 우선시 되는 사회가 잘 사는 나라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 약자를 인식하고 보호하는 국가의 복지에 대한 정책이 자본주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는 자유와 평화가 공존하는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의 척도를 청년실업률최저임금 보장으로 꼽았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의 진입을 앞두고 비교하는 규모의 경제학이나 평균 소득을 따지는 것 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의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의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했고, 그것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정치적 행위도 미흡합니다. 그리고 그가 우려했던 '젊은이들의 자살'과 '부의 양극화' 현상만 남아있을 뿐이죠.

최저 생활비로 한 달을 사는 체험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한 기자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봅니다. 스무살 인생을 한번도 피워보지 못하고 매정한 세상을 홀로 떠나간 한 소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봅니다. 그리고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눈물을 기억해 봅니다.

Comment +14

  • 아마도 그나마 여름이라 난방비는 포함안된 체험이겠죠..
    이런 체험은 겨울에 해야 제대로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어째 먹고 살기 힘들어 목숨마저 던지는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 아무리 파란당 이지만 국회의원 이라는 사람이 그래선 안되겠죠. 아픈 곳에서 낭만을 찾고 있다니.. 아무튼 사회가 참 힘들어져 가는것 같습니다.

  • 슬프군요 ㅠㅠ
    아직은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나이라고 격려라고 해주고 싶지만...늦은 거군요
    패밀리 식당에서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이 고통스러웠을거에요

    • 저도 소녀가 일을 하며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을 생각하니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오늘도 소녀의 죽음에 주는 슬픔이 가시질 않는군요.

  • 뉴스를 통해 이런 형태의 죽음과 관련한 내용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려오네요.

    소녀에게 한줄기 희망이라도 보였더라면 삶이 달라졌을까요?
    외형적 성장에 가리워진 그늘진 곳의 삶도 보듬어 볼 필요가 있는데 말이에요~

    휴~~~

    • 외형적인 성장속에 불편한 진실들을 잊고 사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너와 내가 다르긴 하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것 같구요. 우리 사회의 그늘이 갈수록 커지는것 같네요.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0.08.03 11:04

    생계유지가 어려워 창창한 젊음이 죽음을 선택하는 세상...
    별로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지만 어쨌든 살긴 살아야겠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 또 말하겠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노라고...
    지겹습니다.

    • 소녀의 죽음은 꿈을 상실한 현실에 있는것 같습니다. 꿈꾸기 조차 버거운 세상. 우리는 이 치열한 시간 속에서 무엇을 꿈꾸며 살아야 할까요.

  • 의미 있는 체험이군요. 이런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지도 몰랐네요.
    진작 알았다면 저도 신청이나 해봤을 것을..

    요즘 들어 사람 사는 곳이 과연 사람 사는 곳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한 쪽에서는 재물을 쌓아두고 있는 판국에
    다른 한 쪽에서는 생계가 어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요.
    적어도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닐련지요.
    갑갑할 뿐입니다.

    • 모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도 나오더군요. 체험한 사람들중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세상 사는게 참 서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합디다. 사람 사는 세상이 힘겨워 지는 것이 무엇 때문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봅니다.

  • 과연 재산 수십억 가진 자들이 최저 임금에 관한 법을 정하는 게 말이 되는지,
    과연 강남 땅부자당에 몸담고서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는 게 상식에 부합하는지,
    그러고서도 얼마가 남아서 기부를 하네 어쩌네 까부는 게 삶의 무게를 체험한 건지,

    참 웃기지도 않은 파란 1번의 세상입니다.


    덧) 초입에 제 닉네임을 불러주시다니, 영광이옵니다.
    다만 다른 이는 어느 누구도 여행전문블로그라는 데에 동의할지가 의문. ^^
    저부터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니까요. -.-;

    • 체험하고 나온 파란피의 그사람이 내놓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문화생활에 기부생활까지 했다고 자랑하는.. 할말이 없는 사람들이죠. 여행블로거는 미래지향적인 뜻에서 불러봤습니다.^^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08.10 00:10

    지난 주말 친구들과 피서를 다녀왔는데, 이 글을 읽자마자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 겹쳐집니다. 비록 비싼돈을 들인 피서는 아닐지라도, 나눔에는 인색하면서 자신에게는 관용적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네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의 방향을 서서히 바꾸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세상이 수상하다 보니 이런일이 많이 생기나 봅니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이런 슬픈 소식은 이제 멈추었으면 좋겠네요


본격적인 휴가철의 시작인가 봅니다.
휴가 계획을 아직도 잡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소나기가 간절한 날이기도 하구요. 방학이라고 PC방으로 출근하는 옆집 '상수' 녀석에게는 아빠의 두둑한 보너스가 간절한 날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찾아오고 직장인에게는 휴가가 찾아오는걸 보면 이제 여름도 한 가운데 있는것 같습니다.

# 1

얼마전에 독립영화 '고갈'을 보았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아름다운 호러물'이라고 말합니다. 거칠고 투박하게 이어지는 영상을 두시간 넘게 보면서 구토가 나는것을 참아야 했습니다. 아름답다라것에는 인간의 모든것이 고갈되어 남아있지 않은 모습도 포함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영화가 아름답진 못했습니다.

낯선 남자에게 여자는 몸을 팝니다.
더럽고 불결한 쓰레기 더미 같은 곳에서 몸을 팝니다. 몸을 판 댓가로 여자는 짬뽕을 얻어 먹습니다. 영상에서 보여지는 것은 모두 회색빛 쓰레기 더미 뿐입니다. 쓰레기 더미가 가득한 곳에서 허겁지겁 짬뽕을 넘기는 여자의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도 인간이 본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럽고 불결한 여자를 탐하기 위해서 남자들은 불결한 돈을 내고 불결한 섹스를 합니다. 동성애와 가학적 성행위가 등장합니다. 세상의 모든것이 무너진 불결한 세상에도 인간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폭력을 피한 여자에게는 또다른 폭력이 기다리고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의 시커먼 연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잘리고 도륙되어진 여자의 육신은 또다른 무언가를 잉태합니다.

고갈
감독 김곡 (2008 / 한국)
출연 장리우,박지환,오근영
상세보기



영화의 마지막은 모든것이 고갈된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관념적인 사랑도, 세상의 우려도, 도덕도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런 모습이었죠. 영화를 보는내내 불편함불쾌감이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 2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에서는 한 사람이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새벽에 잠을 자던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고 죽임을 당합니다. 세상은 정치인들이 내뱉는 구호로 가득차고 언론은 숨길것은 숨기고 보여줘야 할것만 보여줍니다. 별 세게 로고의 기업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발표하고, 별이 없는 중소기업은 휴가비 없는 휴가를 선언합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세상은 멋지고 화려하기만 합니다. 적어도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의 편리한 불륜과 여유로운 웃음이 묻어 나옵니다. 현실과 너무도 다른 청춘들의 모습은 활발하고 기쁘기만 합니다. 현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오늘도 학습하며 내일을 꿈꿉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니 점잖은 타이름이 넘어옵니다.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본다는 꾸지람이 이어집니다. 틀린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끝에선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우울할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만이 전달할수 있는 특별한 공기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죽거나 혹은 죽임을 당하는 것이 이슈가 되는 사회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무언가가 없는 사회이거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느낌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영화 '고갈'이 주는 불쾌감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힘겨운 더위를 견디고 나면 세상에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삽질을 위해 사람이 희생당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세상의 끝에선 자에게는 희망이 생기고, 약자를 겁탈하는 비겁한 행위는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 +10

  • 세상은 어지럽군요.
    별 세개 짜리 쓰레기 기업은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고
    그 하청 업체들은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있는 자가 없는 자를 발라 먹는 것은, 부자감세-복지예산감소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도 들어맞습니다.

    영화 고갈은 못 볼 거 같군요. 리뷰를 잘 적어주셨어요.
    어쩌면 "딱 내 스타일이야!" 그러면서 볼 분이 계실 수도 있긴 하겠지만.

    • 별세개를 비롯한 대기업이 약속한 고용창출이 이미 거짓임이 들어났죠. 정작 그들이 받은 혜택만큼 무엇을 돌려주는지 의문이네요..고갈...보지 마세요.^^

  • 얼마전 봤던 뱀파이어 영화를 보면서..차라리 이영화가
    오히려 더 현실보다 인간적이구나 싶었습니다.
    죽고 죽이는 현실을 보면서...참...
    서로 피를빠는 뱀파이어랑 뭐가 다를까 싶더군요.
    삐를 빨고 자신의 종족을 늘려가는 모습까지두요.

    • 벰파이어가 설치는 세상이 더 인간적일수 있겠군요^^ ㅋ 벰파이어 세상보다 설치류가 설치는 세상이 더 나쁘긴 하네요. 불쾌한 진실...참 보기가 힘들죠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0.07.27 20:51

    고갈 딱 제 스타일입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면 특유의 불쾌한 여운이 남지요.
    저는 그 여운을 참 좋아합니다.
    고갈 역시 그런 비슷한 느낌이길 바라며...

    • 저도 김기덕 감독 영화를 좋아합니다만...고갈은 레인맨님 취향은 아닌듯 합니다. 메시지가 던져주는 불쾌함을 떠나서 영상이 던져주는 불쾌함이 더 크다고 봐야죠;; 보신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부디 엔딩까지 보시길.;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07.29 09:54

    세상이 참.. 뭐라 말을 하자니 검열에 걸릴 것 같네요. 참 더럽습니다.
    그래도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이 희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 사람이 점점 늘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 고갈 이라는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습니다. 기분 나쁘게 들리는 기계음소리가 다죠. 우리가 사는곳도 별반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 고갈이란 영화 한 번 보고 싶습니다.
    그 마음 속의 불쾌함을 느껴보고 싶군요.

    • 아, 사실 권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정말로. 우리가 느끼던 불쾌감과는 좀 많이 다른 불쾌감이 엄습해 오더군요


어느 곳에는 물난리가 나고 또 어느 곳에는 하루종일 햇빛이 따갑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날씨 차이가 많이 나는게 조금은 신기 합니다. 휴가철이 다가오는가 봅니다. 여기 저기서 휴가에 대한 이야기가 꽃을 피웁니다. 주머니는 얇아 졌어도 멋진 휴가에 대한 소망은 커져만 갑니다. 일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휴식을 주고, 매일 반복되는 긴휴가에 힘들어 하던 사람들에게는 내일을 꿈꾸는 보람있는 휴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1 보이는 것

동네 골목에 작은 슈퍼마켓이 있습니다.
이름은 슈퍼마켓 이지만 물건 고르기도 버거울 정도로 작고 협소합니다. 그곳에는 나이든 할머니늙은개가 있습니다. 가끔 물건을 사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 서면 늙은 개가 힐끗 한번 쳐다보고 꼬리르 흔듭니다. 그러면 의자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고개를 내밀고 쳐다 봅니다. 매번 같은 풍경 입니다.

월드컵이 동네의 치킨 가게를 습격하던날 새벽에 편의점을 가기 위해서 밖을 나갔습니다. 가는 길에 작은 슈퍼마켓에 불이 켜져 있더군요.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그곳에 들어갔습니다. 졸고 있던 늙은개가 고개를 내밀고 쳐다 보고 꼬리를 흔듭니다. 책상에 머리를 숙인 할머니는 그래도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과자 몇개와 음료수를 고르고 계산대로 가자 늙은개가 갑자기 낑낑 거리기 시작합니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졸린 눈으로 쳐다봅니다. 밤에도 장사하냐고 묻는 말에 장사가 안되서 밤에 담배라도 팔아야 된다고 대답합니다. 낯선이가 가게 문을 나서자 늙은 개는 다시 고개를 떨굽니다. 슈퍼마켓을 밝히는 백열등의 불빛이 덥게 느껴집니다.


다음날 오후에도 슈퍼마켓의 풍경은 변하지 않습니다. 졸린눈의 늙은 개와 할머니의 모습이 유리문 너머로 얼핏 보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할인마트와 편의점이 참 많습니다. 몇발자국 걸어가면 편의점 간판이 보입니다. 할머니의 삶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 2 사라지는 것

대형 전자마트가 들어서자 옆 건물의 컴퓨터 가게가 점포세를 붙입니다.
재개발이 확정된 곳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소개 업소가 개업을 합니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용달 트럭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도로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음식점과 점포들이 늘어 갑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건물은 스산한 풍경을 만듭니다.

할머니가 계시는 슈퍼마켓에서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형 편의점이 오픈 준비를 합니다. 노란색 간판이 달리고 밝은 형광등이 설치가 되고 은행의 ATM기가 설치가 됩니다. 이 좁은 도로에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몇개인지 모르겠습니다.

며칠이 지난후부터 할머니의 슈퍼마켓은 불이 꺼져 있습니다.
희미한 백열등으로 환하게 불을 밝히던 가게에는 초록색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습니다. 할머니의 모습도 늙은개의 모습도 더이상 볼수가 없습니다. 초라해 보이는 건물이 할머니의 얼굴에 그려있던 주름의 깊이만큼 스산하고 우울해 보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것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것 같습니다. 비슷한 풍경인것 같지만 너무도 다른 풍경입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모습을 발전과 번영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아픈 모습이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지키고 있던 슈퍼마켓의 셔터앞에 점포세 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삶을 이어가기 위해 이곳에 희망을 심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또다른 좌절을 맛볼지도 모르죠. 하지만 더이상 할머니와 늙은개의 모습은 볼수 없을것 같습니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스턴트 청춘  (10) 2010.07.19
할머니와 늙은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  (11) 2010.07.12
잃어 버린 시간의 습작  (8) 2010.07.08
어깨를 펴고 걷기.  (12) 2010.07.05

Comment +11

  • 정말 신기합니다. 저는 비를 싫어해서 좋긴한데 무더운 여름 날씨를 식혀주기에 장맛비 만큼 좋은 것도 없죠. ㅎㅎ

    대형마트가 슈퍼마켓 수준으로 동네 곳곳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또 얼마나 많나요.
    구멍가게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어릴 적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ㅜㅜ

    • 저는 비를 좋아합니다.ㅎㅎ 그래서 요즘 죽을 맛입니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더군요^^ 동네 편의점도 그리 잘되진 않나 봅니다. 삶이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갈곳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 거대자본의 위력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서민들입니다. -.-;;;
    경제권력에 대한 제어가 되지 못하는 정치권력.
    아니, 오히려 경제권력과 한통속인 정치권력.
    그들의 팀플에 의해 서민들의 생계 기반 붕괴는 가속화되네요.
    어쩌면 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대자본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늙은 개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ㅜ.ㅜ

    • 늙은개의 신통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주인의 일상에 따라서 밤을 지새우다 보니 개도 많이 늙어 보이더군요. 말씀 하신대로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주인과 함께 주름살만 깊어가는 늙은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과거가 현재와 미래에 밀려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랄까...
    지금쯤 할머니는 어디서 어떤모습으로 계실까요...
    씁쓸한 장면같습니다. ㅠㅠ

    • 할머니와 늙은개의 모습을 볼수 없어서 마음이 짠 해지더군요. 때로는 흑백 풍경속에서 세상의 흐름을 찾곤 합니다.^^

  • 동네 슈퍼들이 정말 슈퍼마켓에 사라지고
    헌책방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그렇게 어느덧 .. 주변에 스며드는 군요.

    •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과 새롭게 나타나는것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바뀌는 풍경속에 사라지는 것들이 그리워 지는 날이죠^^

  • 이제는 삶에서 조차 흑백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만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정말 사라지는 것만을 회상만 하는 미래가 될까요?
    많은 생각이 오갑니다.. 좋은 수필 고맙습니다.


    저희 빛창 블로그에서

    빛창 130만돌파기념 퀴즈 이벤트를 합니다.
    방문하셔서 퀴즈 이벤트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www.saygj.com/notice/720

  • 새로 생겨나는 것들보다 어느새 사라져버리는 것들에 부척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저도 어느 순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ㅎㅎㅎㅎ

    • 가끔 문득 생각나는 풍경들이 바로 이런 풍경이더군요. 나이를 먹어가는지 모르겠지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이 또렷합니다.^^ 쥐도 모르게 민간인을 사찰하는 사건이 생겼죠. 설마 쥐도 몰랐을까 의심하고 있습니다만. ^^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 집니다.
특히 한낮에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안쓰러울 정도로 일그러져 있습니다. 행상을 하는 아주머니의 얼굴에도,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의 이마에도, 학원을 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에도 짜증스러운 표정이 머물러 있습니다. 더운 여름이 되면 겨울을 그리워지고, 추운 겨울이 되면 여름이 그리워지는것 같습니다.

# 1

폭력과 폭행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미래를 꿈꾸어야 할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고 비명을 지르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낯선이가 전혀 반갑지 않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기가 두려워 지는 세상입니다.

물리적인 폭력만 있는것이 아닙니다.
민간인을 사찰하고 권력이 국민을 협박하는 시대 입니다.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박탈 당하는 이상한 세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의문을 제기 하면 고소고발이 뒤따르고, 권력에 항변하는 연예인과 공인들이 하나둘씩 잊혀져 갑니다. 말하기가 두렵고 토론이 무의미해지는 세상입니다.

경제적 폭력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가진자가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경제적 폭력을 휘두릅니다. 사회적 약자는 강자가 정해놓은 노동의 댓가만으로 힘들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돈의 가치가 이미 인간의 가치를 넘어서서 가지지 못한 자는 서러움에 눈물을 흘려야 하는 세상입니다.



# 2

미래를 예측하던 한 미래학자는 산업의 발달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순방향과 역방향을 예측 했습니다. 이미 반세기 전에 엄숙한 경고를 했습니다. 자본의 생산성이 인간의 가치를 존중할때에는 생산과 소비가 적정 수준에 머물면서 올바른 사회로 발전한다고 합니다.

자본의 생산성이 인간의 가치를 무시할때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이 일어 나면서 부와 권력에 따른 계급 차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쟁과 폭동, 사회적 불안과 범죄의 발생이 급증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이 자본의 역방향으로 가곤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가진자의 횡포가 당연시 되고 사회저 폭력과 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노동의 가치가 천대받는 세상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잘 사는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이 만드는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미처 인정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권력의 폭력과 폭행이 되풀이 된다면 사회는 부정과 부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이 가하는 폭력과 폭행이 더 심해진다며 우리 사회는 의심과 감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경제적 폭력이 당연시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아무것도 보장할수 없는 어두운 터널이 될것입니다.

우리의 짧은 역사를 더듬어 봅니다. 그리고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정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살아왔던 기억과 두려움들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땀흘리며 돌아와 시원한 물에 샤워를 합니다. 온몸을 달구었던 열기가 한순간에 씼겨 내려갑니다. 찬물을 벌컥 벌컥 들이마셔 봅니다. 더위를 잠시 잊었다고 생각이 들 무렵, 코에서 콧물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재채기가 나기 시작하구요. 얼굴에 살짝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감기 인것 같습니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와 늙은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억  (11) 2010.07.12
잃어 버린 시간의 습작  (8) 2010.07.08
어깨를 펴고 걷기.  (12) 2010.07.05
슬픈 안녕  (18) 2010.07.01

Comment +8

  • 권력의 횡포가 날이갈수록 심해지니, 소시민들 어디 숨이나 제대로 쉬며 살수 있을까 싶어요~~
    천지개벽할 일들이 좀 생겨서 확~~ 바뀌어(정권) 져버렸으면 하네요. ㅎㅎ

    • 권력이 오만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느낍니다. 정말 선량하게 사는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더군요.^^ 진정 국민에 겸손한 사람들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 날씨가 참 덥죠.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열받는 소식들을 접하면 더 더워지는 것 같습니다.
    샤워를 해도 그때 뿐... 선풍기나 에어컨을 마음껏 돌릴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원한 수박화채 한그릇 먹고 싶네요.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리셨다니 유감입니다.
    얼른 나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야구장 가셔야죠.

    • 개보다 못한 놈이 된것이지요^^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콧물은 더이상 나지 않네요. 시원한 화채 좋죠.^^ 생각만 해도 시원해 지네요. 요즘 날씨가 좀 수상합니다. 오늘은 살짝 비가 보이더군요.^^

  • 늘어나는 범죄들의 배후에 정부가 있다는 음모이론을 흘려 들었습니다
    그래그래, 하고 대충 넘어갔는데...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폭력도 여러 종류가 있지요
    요즘은 물리적 폭력보다도 더 무서운 폭력들을 자주 목격하는 것 같아 마음이 우울합니다

    • 그러게 말입니다. 폭력이 당연시 되는 사회인것 같습니다. 이젠 무덤덤해지기도 하네요.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폭력이 바로 이런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돈이 행복과 동일시되는 사회.
    경제가 모든 걸 우선하는 사회.
    참 거꾸로 가는 사회입니다.
    인간, 인간의 노동, 인간의 가치, 인간의 행복, ...
    그런 걸 생각하게 해준다는 이유로
    지금 사회를 만든 자들에게 조금은 감사를 해야하는 걸까요. ㅜ.ㅜ

    • 노동의 가치를 잃어 버린 사회의 미래가 불행하다는 것은 확실한 팩트지요. 그건 인간을 잃어버린 사회가 되니까요^^ 지금도 늦지는 않았죠. 부의 분배와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봐야할것 같습니다.


길가의 건물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황급히 뛰어나오더니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사람들이 길을 멈추고 아주머니를 쳐다 봅니다. 고개를 숙이고 울던 아주머니가 일어나더기 하염없이 길을 걷습니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립니다. 다리가 풀린 걸음걸이가 슬프게 느껴집니다. 고개를 들어 아주머니가 나온 건물을 쳐다 봅니다. 병원 응급실 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살 소식이 들려옵니다.
유명한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저 이미지로만 짐작했던 배우의 숨겨진 이야기가 흘러 나옵니다. 힘들어 했던 번뇌와 고민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무수한 자살을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슬픈 사회인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정도로 외롭고 힘든 사회인것 같습니다.



어느 심리학자는 우리 사회의 자살을 '외로운 시대'가 만들어낸 아픔 이라고 말합니다.
이전 세대에게 충분한 교훈을 얻고, 같은 세대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세대의 희망을 말해주던 사회가 아니라는 겁니다. 삶의 지혜보다는 머리에 든 지식이 대우를 받고, 사회의 잣대를 통해서 스스로의 점수가 매겨지는 냉혹한 사회라는 것이죠.

나이도 상관이 없고, 그 사람의 의견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일률적인 점수에 의해서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남자, 좋은 여자가 나뉜다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상대적 열등감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이 한없이 외로워집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남과 비교해서 얻는 가치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절대적인 가치는 고전적인 유치한 사상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회는 비교우위에서 얻는 즐거움을 향유할것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죠. 이러한 사회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게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스스로의 세상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긴장감에 살아야 합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숨을 죽이게 되고 괴로워 하게 되는 것이죠. 나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서 느끼는 괴로움은 치명적인 것이 됩니다. 결국 '슬픈 안녕'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인간의 가치가 상대적인 점수로 매겨진다면 정말 잔인한 사회 입니다. 나의 가치와 상대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삶을 이해하고 즐길 충분한 권리와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머니가 뛰쳐나간 건물에서 중년의 아저씨가 나옵니다.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하는 아저씨의 얼굴에도 슬픈 눈물이 가득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라 자식의 자살 소식을 지인에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복잡한 거리를 텅비게 만듭니다. '슬픈 안녕'이 당연시 되는 거리가 참 슬퍼 보입니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깨를 펴고 걷기.  (12) 2010.07.05
슬픈 안녕  (18) 2010.07.01
고양이를 부탁해.  (12) 2010.06.28
돈키호테를 꿈꾸며  (14) 2010.06.23

Comment +18

  • 6월의 마지막 날에 들여온 비보에 가슴이 시려옵니다.
    7월의 시작, 이 달엔 좋은 소식만 들려 오기를.... ^^;

  • 정말..이런 소식은 제발 좀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소식만으로도 모두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 씁쓸한 뉴스였어요...
    삶의 무게를 혼자서 감당하기 무척이나 힘들었던가 봅니다.

    • 삶의 무게가 무거워 지는 세상이 되어버렸네요. 어쩌면 우리가 너무도 나약해 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좋은 소식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저도 이런 소식은 안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좋아하는 배우도 아니었고, 관심갖고 지켜보던 배우도 아니었지만
    참 안타깝고 슬프고 우울하고 그렇습니다.
    너무 뜬금 없는 소식이라 아직도 잘 믿기질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연예인의 자살 소식은 듣고 싶지 않네요. ㅜㅜ

    • 그러네요. '작전' 이라는 영화를 얼마전에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참 잘생긴 배우였는데 말이죠. 앞으로는 좋은 소식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0.07.03 00:43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07.04 17:24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정작 '사람'은 없고 그 사람의 외면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요즘 세상입니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무언가가 그리운 세상이 되어 버렸죠. 나이가 들수록 욕심만 늘어가는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주변을 둘러보게 되네요^^

  • 무언가가 그리운 세상이 되어 버렸죠. 나이가 들수록

  • 곳곳에서 자살 소식이 들려 옵니다.
    아직 제 주변 아는 사람 혹은 친척들한테서는
    들려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사회적으로 자살이 너무 많습니다.
    어쩌면 사회적으로-경제적으로-정치적으로(!)
    대한민국 사회는 너무 살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물론,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야한다(!)라고 말해야하지만요.
    상대적 비교 가치에 눈을 고정하지 말고
    나만의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좀 가져야 하는데,
    이럴려면 사회가 근본적으로 뒤집혀야 하는 것이겠죠? ㅠ.ㅠ

    • 자살에 대한 소식이 참 많죠. 연예인들의 자살이 부각이 되어서 그렇지 이름없는 자들의 자살은 너무도 많습니다. 마음 둘곳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할 이유를 못찾는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갇힌 사회인것 같네요.^^


뜨거운 날씨 때문에 길을 걷는게 버거워 집니다.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팽창하고 있는 허벅지 때문에 바지가 갈수록 작아집니다.
물론 운동으로 허벅지가 팽창한것은 아닙니다. 그저 앉아서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니까 그런것 같습니다. 허벅지만 팽창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랫배와 윗배가 서로 경쟁을 하며 작은 언덕을 만들어 냅니다. 인체의 아름다움은 유유히 흐르는 곡선에 있다고 하지만 모든 곡선이 아름다운건아닌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오늘도 길을 걷습니다.

# 1

한 아이가 공원 벤취에 앉아서 책을 봅니다.
학교를 마치고 왔는지 옆에는 책가방과 자전거가 놓여 있습니다. 독거인이 옆을 지나가도 알아채지 못할만큼 책에 열중합니다. 책 제목을 보니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입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만드는 소설 입니다.


돈키호테 산초가 공허한 진실을 위하여 싸우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책 읽는 아이의 눈에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 2

한때는 돈키호테와 같은 꿈꾸는 인간을 동경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뚱뚱한 친구를 '산초'라 부르고 마른 아이를 '로시난떼'라 부르며 학교 뒷산을 거침없이 올라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의감에 넘치던 돈키호테가 되고 싶었나 봅니다.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면서 기억속의 '돈키호테'는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이상을 향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무모하지만 가장 순수한 인간의 모습이었던 '돈키호테'가 사라져 버린것이죠. 세상은, 꿈꾸는 돈키호테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문득 문득 '돈키호테'를 그리워 하기도 합니다.
힘든 현실의 벽에 스스로가 무너질때, 포악한 인간들의 잔인한 배신에 치를 떨때, 노력해도 되지 않는 삶의 무게에 지켜 쓰러질때 마다 '돈키호테'의 꿈을 꾸곤 합니다. 그럴때마다 항상 다시 일어서서 적을 향해 돌진하는 용기를 얻곤 하죠.





세르반데스의 소설 돈키호테가 일깨워 주는 것은 모순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읽는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해 봅니다.
소설속에 나오는 돈키호테가 꿈꾸었던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이룰수 없는 꿈을 꾸는것,이룰수 없는 사랑을 하는것, 이길수 없는 적과 싸우는 것, 견딜수 없는 고통을 견디는것. 이것이야 말로 돈키호테가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을 이겨내는 용기와 내일을 꿈꾸는 다짐을 만드는 것이겠죠.

책을 읽던 아이가 일어나 책을 가방에 넣습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떠납니다. 돈키호테의 모습을 보면서 험난한 세상을 이겨내는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지 아이가 패달을 밟는 모습이 힘차 보입니다. 로시난테를 타고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처럼 말이죠
.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를 부탁해.  (12) 2010.06.28
돈키호테를 꿈꾸며  (14) 2010.06.23
책이 익어 가는 풍경  (24) 2010.06.10
그림자가 닮았다.  (12) 2010.06.01

Comment +14

  • 돈키호테란 이름은 정말 익숙한데
    가만 보면 돈키호테가 뭐하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칼들고 말을 탄 기사라는 이미지 정도...
    여튼 고민만 하지 마시고 운동도 좀 같이 하세요. ㅎㅎ
    운동을 하면서 고민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 위장운동과 숨쉬기 운동은 거르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원심력을 잃어 버린 삶의 모습이 아마도 이런게 아닐까 반성하고 있네요. 돈키호테에 대해서 요즘 많은 애착을 가지네요. 소설속에 그는 언제나 무모했기 때문에 좋아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 얼마전 잃어버린 아내의 자전거의 애칭이 로시난테였었죠. 망토 종류의 외투를 입으면 산초라고 놀리기도 했었는데..^^..
    언덕을 좀 깍자면..역시 육체 노동이 제격입니다.
    전 다시 산을 다녀볼 생각입니다.

    • 봉긋한 언덕을 보면서 참 아름답구나..라는 생각이 들때쯤이면 이미 생의마지막 단계에 머물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자전거 이름이 로시난테 였다니.ㅎㅎ 좋군요. 왜 집을 나갔을까요.^^

  • 2010.06.23 22:42

    비밀댓글입니다

    • 얼떨결에 잠에 취해서 정신 없이 수면을 했네요.^^얼마 만에 기절하듯이 자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역시 적절한 수면이 사람의 머리를 맑게 만드는군요. 덕분에 이렇게 늦은밤에 깨어있긴 하지만 뭔가 선물을 받은 느낌이에요^^

  • 글 잘읽고 갑니다.
    철학적인 면 이있으신거 같아요 예술가 처럼^^

  • 어딜 그렇게 매일 돌아다니시나요.
    봄을 주관하는 슈퍼집 아저씨에,
    과일 행상 하시는 성경 읽는 아저씨에,
    이제는 돈키호테를 읽는 소년이군요.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다니시는 독거인? ㅎㅎㅎ

    (저, 돈키호테 못 읽었는데, 요거 재밌는 소설 맞겠지요?)

    • 길을 걷다 보면 그런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뭐 소소한 일상에 특별한 일이 있겠습니까. 누구 처럼 떡과 라면으로 만든 볶음을 먹거나,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는 맛이 있는것도 아니고요.ㅎㅎ 돈키호테...어린왕자처럼 시간에 기대어 읽으면 좋을것 같아요.^^

    • 법정 스님께서 극찬하신, 어린왕자와 비견될 만한 소설이라면 내공이 장난 아니겠습니다? 오호호~

    • 네 꼭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 인간이기에 이룰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꿈꾸고
    그것을 꿈꾸지 않는다면 인간이 될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는 그런 꿈을 꿈으로써 지금까지 존재하고 발전해왔건만
    언젠가부터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자를 바보라 부릅니다.
    어쩌면 그런 이상 우리는 바보를 자처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보, 라고 하니까 그 떠나가신 분이 떠오릅니다. -.-;

    • 요즘 우리들은 더 가지기 위한 꿈과 희망을 꿈꾸죠. 무언가를 더 소유하고자 하는 꿈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돈키호테의 모습이 더 와닿는게 아닐까 싶네요. 더 가진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것.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만 해도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는 대단한 인물이 틀림없네요^^


저녁 무렵이 되면 사거리 큰 길가에는 과일 파는 트럭 두 대가 어김없이 서 있다.
모퉁이를 기준으로 양쪽으로 나뉘어 서 있는데 영업에 부담을 느끼는지 서로의 시선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있다. 이쪽에서 걸어 오면 과일 파는 트럭이 하나만 보이고 저쪽에서 걸어와도 마찬가지다. 불법 노점이 분명한 것이지만 휴일을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보는 풍경이라서 꽤 익숙하다.

한쪽 트럭에는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아저씨가 장사를 하고, 또 다른 트럭에서는 등산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장사를 한다. 투박한 아저씨의 영업 방법은 간단하다. 가격을 물어보고 사는 손님에게 아무말 없이 덤을 몇개 더 얹어 준다. 더 준다는 말도 없이 습관적으로 몇개를 더 넣는다.

등산복 아주머니의 영업방법은 조금 다르다.
지하철 출구로 나오는 손님에게 과일을 권한다. 그러다가 한 봉지를 사려는 손님이 있으면 두봉지에 얼마라며 좀 더 싼 가격을 내놓는다. 그래서 결국 두개를 판다. 아저씨의 트럭에는 아주머니의 손님이 많고, 아주머니의 트럭에는 아저씨 손님이 많다. 

서로 다른 풍경이긴 하지만 비슷한 풍경도 있다.
손님이 뜸해지는 밤이 오면 트럭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모습이다.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책을 보는 모습은 똑같다. 아저씨는 자그마한 성경책을 꺼내서 읽고, 아주머니는 커다란 소설책을 꺼내어 본다. 책을 보다가 손님이 오면 반갑게 나가 과일을 팔곤 한다.



비가 올듯 말듯 흐린 어느 저녁날 아저씨의 트럭 앞을 지나고 있었다.
스산한 바람 때문인지 길을 걷는 손님도 뜸해지고 있었고, 아저씨는 어김없이 트럭의 조수석에 앉아 성경책을 보고 있었다. 성경책을 보는 아저씨의 모습은 정말 진지했다. 고단한 일상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 읽는 것인지, 다음 세상의 희망을 꿈꾸며 읽는 것인지는 알수 없다. 무표정한 표정이었지만 눈가에 서려 있는 총기를 느낄수 있었다.

서점에 들러 책을 몇권 샀다. 
서점의 가판대에는 돈과 재테크에 관한 책들이 즐비했고, 남자와 여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잡지들이 많았다. 곱상한 아주머니가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을 골라서 계산을 한다. 말끔한 청년이 경제잡지와 만화책을 골라서 계산을 한다. 책들은 화려한 문구와 어휘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책을 사고 나가는 사람들은 어쩌면 돈을 많이 벌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아저씨의 트럭앞을 지나간다.
성경책을 읽던 아저씨는 누군가와 함께 비가 흐르지 않는 상점 처마밑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다. 트럭을 바라보는 아저씨의 담배 연기가 독하고 심란스럽다. 옆을 지나가는데 아저씨가 내뱉는 말소리가 들린다. 

"우리같은 트럭커가 갈곳이 뻔한데..."

트럭커가 무얼까 잠시 생각해 본다. 트럭과 리어커의 합성어일까..아니면 트럭으로 노점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일까. 생각을 해봐도 답을 찾을순 없다. 아저씨의 트럭으로 다시 돌아가 참외를 골라 본다. 담배를 태우던 아저씨가 재빨리 뛰어와서 옆에 선다.

까만색 양복에 노란색 참외봉지를 양쪽에 들고 터벅터벅 걷는다. 아저씨가 덤으로 몇개를 더 주는 바람에 제법 무겁다.

책 읽는 트럭커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넣어 본다.
누군가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으려 책을 읽고, 누군가는 미래의 희망을 꿈꾸며 책을 읽는다. 또 누군가는 현실의 고달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책을 읽고, 또 누군가는 갈 곳없는 세상에 홀로 남아 책을 읽는다. 어떤 이유에서 책을 읽더라도 우리 역시 갈 곳은 뻔하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키호테를 꿈꾸며  (14) 2010.06.23
책이 익어 가는 풍경  (24) 2010.06.10
그림자가 닮았다.  (12) 2010.06.01
뻔뻔한 세상아 일단 한번 덤벼봐  (12) 2010.05.30

Comment +24

  • 2010.06.12 00:38

    비밀댓글입니다

  • 2010.06.12 00:47

    비밀댓글입니다

    • 영화 '시'는 꼭 한번 봐야겠군요.ㅎㅎ 오랜만에 내리는 비가 참 좋네요. 비가 오고 월드컵이 열리니 윗층에서는 실내축구를 하나봅니다. 드리볼 하는 소리가 쿵쿵 하고 들리네요.^^

  • 늦잠을 자고, 그리스전을 할 때까지 집에서 밍기적 댈 까 하다가... 오늘 해야겠다고 미뤄둔 일이 있어, 우산을 쓰고 저벅저벅 도서관에 왔습니다.
    오는 내내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지만, 일단 일을 시작하면 모두 잊고 집중할 수 있을 거라, 그렇게 제 몸을 믿었는데... 이 몸둥아리가 저의 믿음과 다릅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하면 되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일까지만 끝내면 되니까.. 그런 생각과, 그래도 오늘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해놔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더랬습니다.
    혹시 일을 빨리 끝낼까 싶어, 가방에 책 한권을 넣어 왔는데, 아마도 이 책이 발단이 된 것 같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가방에 넣어 두고, 다른 것을 하려니까 몸이 반항을 하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몸이 원하는데로 해야 겠습니다.
    저 아저씨나, 저 아줌마. 장사가 잘 되면 좋겠네요.^^

    • 책에 빠지면 다른게 손에 잘 안잡히죠^^ 저도 그런 경우가 참 많았었습니다. 트럭커가 책을 보는 모습은 저에게 작은 감동이었네요. 어쩌면 아저씨의 손에 든 작은 성경책이 아저씨의 삶을 지탱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좀 있으면 축구를 하는군요. 그리스..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오늘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 채식하는 영혼을 꿈꾸는 트럭커의 주종목은 역시 과일이군요. 과일은 채식인가요? 으으흐흐흐~

    • 과일을 많이 먹긴 먹어야 하는데, 사실 잘 먹진 못합니다.^^ 어디엔가 자리잡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트럭커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 K. 2010.06.12 14:46

    늘어만 가는 책들을 주체할 수 없어서 주문한 책장이 도착했네요.
    이사짐으로 들어 온 박스 속의 책들을 정리하면서 듣는 빗줄기 소리가 유난히 더 시원스레 들립니다.
    사실, 이 박스들을 쳐다 볼 때마다 갖고 들어 온 걸 후회하곤 했거든요.ㅎㅎ
    책욕심에 오늘도 중노동중입니다.^^

    • 책장 정리할때는 흐뭇하죠.^^ 더군다나 빗줄기가 졸졸 흐르는 날이면 더 좋은것 같습니다. 깜끔하게 정리하고 나면 머릿속이 정리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 독거인들이 잘 먹지 못하는 음식이 과일이죠.
    특히 수박의 경우 집에서 먹는 일이 거의 없자나요. ㅎㅎ
    그래도 과일 잘 챙겨서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익은 과일을 보는 것처럼 책이 익어 가는 풍경 역시 왠지 흐뭇해지는군요.
    트럭 몰고 다니며 장사하는 분들 보통은 라디오를 듣더라고요. ㅎㅎ
    아무튼 즐거운 주말도 지나갔습니다.
    새로운 주말까지 활기찬 하루하루 보내세요.
    주중에 아르헨티나전도 재미있게 즐기시고요. ^^

    • 역시..같은 독거인이라 수박을 먹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시는군요.ㅎㅎ 책이 익는 풍경이 무언가 묘한 느낌이 드네요. 우리가 갈곳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하네스 버그로 출발하셨겠군요. 아무튼 화이팅 입니다.^^

  • 아저씨 트럭에서 과일을 사셨군요.
    역시 두 봉지 주는 아주머니 트럭에선 살 수가 음따는.
    혼자 다 먹어치워야 하는 '독거 청년'이라 하실 듯.

    트럭커라고 하면 그냥 트럭 모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리어카와의 결합일 수도 있겠단 슬픈 생각이 드네요.
    트럭으로 바뀌었을 뿐 예전 리어카로 장사하시는 분들과 다르지 않은. -_-;

    책을 읽는 건 왜일까 라는 물음을 갖게 되네요.
    성경 읽는 트럭 아저씨, 소설 읽는 트럭 아주머니가 더 와닿네요.
    책의 주제 마저 돈에 매몰되어 가는 출판 풍토나
    책의 선정 마저 돈에 함락되는 독자 풍토를 봐도 그렇습니다.

    어쨌든, 힘찬 한주 시작!

    • 예전에 아주머니가 딸기 두봉지를 아주 싸게 주셨는데..2/3이 썩어 가더군요.. 그 뒤로는 잘 가질 않습니다.^^ 저도 책을 왜 읽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취미일수도 있고, 절박한 심경에서볼수도 있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볼수도 있고 말이죠. 가끔은 지적인 배고픔을 책속에서 찾는것도 좋지만, 세상속에서 배고픈 정을 채우는것도 좋은것 같네요.ㅋ^^

  •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 있는 직업이 있나 잠시 생각해 봅니다
    언듯 그럴 듯해 보이는 그런 직업이 실상 제가 원하는 것인지는 또 자신있게 말하기 어렵네요
    하루 종일 그녀를 바라볼 수 있는 직업이 없나 고민하던 옛 유행가도 생각이 나지만
    무엇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결국 궁극적인 질문이겠죠

    • 소설에 빠져있을때 그런 생각 참 많이 했어요. 하루종일 책만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루종일 그녀를 바라 보는 직업은 스토커나 파라라치 정도가 있겠군요. 모두가 적성에 맞는 직업은 아니군요.ㅎㅎ 삶에 대한 질문은 결국 돌고 돌아 원론적인 것에 도달하는것 같습니다. 10대의 삶, 20대의 삶, 30대의 삶...

  •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군요. 저는 초등 4학년 이후로 코 박고 읽은 책이 없어서리...
    저 같이 게으른 부류들은 이런 세상을 꿈꿉니다.
    '책이 익'으면 종이 위 노릇노릇해진 글자들이 종이에서 하나씩 떨어져나오고 그걸 숟가락으로 떠먹을 때마다 책에 대한 정보가 자동으로 뇌에 저장되는.. 딸기맛 책이 나오는 세상.

    • 코를 박고 책을 읽기엔 코가 너무 크지 않을까 싶네요. 책이 익는 풍경을 바라보며 집안 요리사의 관점에서 바라보시는 보면 역시 무언가 다른 포스가 느껴지는군요. 그렇다면 깡마른 사람과 비만인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 아주 쉬울수도 있겠네요.^^

  • 2010.06.15 00:05

    비밀댓글입니다

  • 아버지가 한때 전국을 다니며 트럭에 과일을 싣고 팔러 다니셨죠.
    몇번 따라 나선 적이 있었는데..역시 쉽지 않더군요.
    조금은 약아야 장사도 하는데..아버진...늘..어색해하셨다는..^^.

    • 성격이 맞는 분들이 있는것 같아요. 결코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트럭에서 바라보는 비오는 풍경이 그려지네요.^^

  • 2010.06.18 00:33

    비밀댓글입니다


# 1

늦은 밤에 타박타박 길을 걷다가 낡은 트럭앞에 멈추어 선다.
발전기 소리가 요란한 트럭 앞에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수염을 깍지 않은 아버지가 무언가를 맛나게 먹고 있다. 이제는 제철이 지나서 더워 보이는 떡볶이와 순대. 늦은 저녁인지, 자기전에 꺼진 배가 아쉬워 먹는 야식인지 알수는 없지만 불빛을 보고 날아드는 하루살이에도 아랑곳 없이 맛나게 먹는다. 자세히 보니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왼손잡이다. 그러고 보니 음식을 먹는 옆모습이 비슷하다.

혈육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다른듯 하면서도 함께 보면 비슷 하다. 그리고 아버지의 버릇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 진다. 아버지의 왼손은 아이가 물려받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의 덥수룩한 털도 물려 받게 될 것이다.



# 2

살다 보면 거울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랄때가 있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갈수록 그럴때가 많아 진다. 어린 눈으로 무심코 바라보던 아버지의 모습이 잔상을 만들고 무의식적으로 그 잔상을 따라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 나이가 되었을때에는 내 모습은 아버지의 모습과 아주 흡사해 진다.

옆으로 누워 주무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이제 내 모습이 되었다.
스포츠 경기를 보며 혼자 흥분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이제 내 모습이 되었다.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던 아버지의 모습, 슬픈 영화를 보면서 혼자 울던 아버지의 모습, 남한테 싫은 소리가 못하던 아버지의 모습. 이런 모습이 모두 나의 것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혈육이라는 것이 전해 주는 유전자의 성질은 대단한것 같다. 
어릴적에는 그저 겉모습만 닮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많은것들이 더 닮아 간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한계속에서 영원함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발전기 소리가 요란한 곳에 서 있으니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높아진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색한 경상도 사나이의 수줍은 안부인사. 그리고는 서로 할말이 없어 애꿏은 날씨 이야기만 늘어 놓는다. 아마도 나처럼 오른손은 호주머니에 넣고 왼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리라. 혈육은 이러한 모습까지 닮게 만든다.


근사하게 요기를 마친 아버지와 아이가 이제서야 주위를 둘러 본다.
아버지는 바지 주머니에서 꼬깃하게 접힌 천원짜리 몇장이 꺼낸다. 화장지로 입가를 마무리 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똑같다. 트럭에서 나온 아버지와 아들은 어둑해지는 골목을 향해 타박타박 걷는다.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걷는다. 가로등에 비치는 두개의 그림자가 똑같은 모습니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이 익어 가는 풍경  (24) 2010.06.10
그림자가 닮았다.  (12) 2010.06.01
뻔뻔한 세상아 일단 한번 덤벼봐  (12) 2010.05.30
익숙한 풍경, 익숙한 세상  (12) 2010.05.27

Comment +12

  • 2010.06.02 09:32

    비밀댓글입니다

  • 2010.06.02 09:34

    비밀댓글입니다

  • 한살 두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별로 닮고 싶지 않았던 버릇까지 생기는 걸 보면 확실히 저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들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다리밑이요. ㄷㄷㄷ;

    • 저도 아버지를 많이 닮아 가게 되더군요..좋은 점만 닮아야 할텐데 말이죠.ㅎㅎ 저도 외모가 워낙 차이가 많이 나서...아직도 줒어온 아들일지도 모른다는..출생의 비밀을 반쯤 믿고 있습니다.

  • 아이는 거울에 비치는 부모의 모습이라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나 아빠의 행동을 하고 있네요 ..근래 문득 언니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점점 엄마랑 닮아간다는.. 딸은 엄마를 닮고, 아들은 아빠를 닮고.. 그래서 가족이고 혈육 아닐까요.. ^^ 후훗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미소짓는 오늘 되세요 ^^

    • 인식하지 못하지만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사소한 버릇 하나하나가 대를 이어 전해지더군요. 그런걸 보면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는 말이 맞는것 같네요.^^

  • 아마도 아버지의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이 묻어있겠죠.
    그것이 딸이든 아들이든.

    물론, 개츠비님은 건강한 남성이니 아버지를 연상하셨겠지만
    유전적으로 또는 보고 배움으로써
    아버지가, 어머니가 우리 습관 속에 삶 속에 배여납니다.

    흠흠. 저도 이거 그제 전화를 드린다고 해놓고 전화 못 드렸는데
    전화를 한번 드려야겠습니다. 흠흠. 이거 불효자가 따로 없는. ㅜ.ㅜ

    • 어느날 문득 참 많이 닮아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피는 못 속이나 봅니다.^^ 전화 자주드리세요. 그걸 제일 좋아하시는듯 하네요.^^

  • 주변에서 울 애기랑 제가 쏙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일단은 뿌듯한데....딸래미 앞날에 도움이 못될거 같아..살짝 미안하다는..ㅋㅋ


할아버지 한 분이 슈퍼마켓 앞 평상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립니다.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할아버지의 눈가에는 진지함이 가득합니다.

한가한 오후에 길을 걷다 보면 노인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청년들은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가로운 주택가의 풍경은 조용히 세상을 걷고 있는 노인들의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젊은이들이 만들어 내는 역동적인 풍경도 좋지만 조용하게 이어지는 노인들의 풍경도 따뜻하고 익숙 합니다.

헤르만 헤세
는 평생동안 산책을 통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나무와 숲 사이로 난 조그마한 길을 걸으며 삶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조용히 길을 걷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기도 하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작은 움직임에 마음이 설레였다고 하죠. 그러한 미묘한 변화를 느끼며 자신의 감성을 펼치고 삶의 길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매번 익숙한 풍경을 통해서 변화하는 세상을 느꼈다고 하죠. 사색하며 느끼는 산책헤르만 헤세라는 위대한 작가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이죠.




우리는 주위에 펼쳐진 풍경을 그저 일상으로 생각하고 답답해 할때가 많습니다.
늘 똑같은 풍경에 갇혀서 미래를 위한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TV나 매체에 매몰되어 사색할수 있는 시간을 잃어 버리기도 하구요, 행하지 못한 계획들에 짓눌려 내일의 기분을 망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여유로움을 찾을수 없습니다.
목적지를 향해서 그저 걷기만 합니다. 시작과 끝은 명쾌하지만 과정이 존재하지 않죠. 과정이 없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무언가 텅비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텅비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외로움이 찾아 옵니다. 그 외로움은 정말 힘든 것이죠.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기를 마친 할아버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기쁨인지 연락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는 웃음인지는 알수 없습니다. 한 참 후에 할아버지가 다시 휴대폰을 꺼내듭니다. 누군가에게 답장이 왔나 봅니다. 할아버지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됩니다.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서 안경을 고쳐 씁니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의 옷차림이 아주 멋집니다. 길을 걸으며 연신 주위를 둘러 봅니다. 전봇대 아래에 놓여진 쓰레기 더미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목발을 짚고 걷는 아저씨의 다리를 유심히 살펴 보기도 합니다. 마치 어제와 다른 오늘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것 같습니다.

멀리서 할머니 한분이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아까 보냈던 문자메세지의 주인공 같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는 할머니를 보며 또다시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됩니다.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또한가지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익숙하다는 것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 삶의 풍경은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뻔뻔한 세상아 일단 한번 덤벼봐  (12) 2010.05.30
익숙한 풍경, 익숙한 세상  (12) 2010.05.27
나이 한살 더 먹기  (8) 2010.05.22
자전거가 있는 풍경  (12) 2010.05.19

Comment +12

  • 이런 글들을 보고난 후에
    글재주가 없다보니, 뭐라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마음속으로 느끼는 수 밖엔~^^;

    오늘은 블로그 소개글로 트랙백 해봅니다. ㅎㅎ

  • 산책하며 영감을 얻은 헤르만 헷세. 저도 걷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려 했더니, 그러면 제가 헤르만 헷세와 비슷해지는 건가요 ㅋㅋ
    목적지를 향해 그냥 걷기만 할 때, 텅비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말씀. 참 공감합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을텐데요. 그래서 저는 목적지가 없는 걷기를 좋아합니다. 목적지가 없으려면 그 길이 초행이라면 더 좋기도 합니다. 난생 처음 걷는 길, 걸어도 어디가 나올지 모르는 길. 그런 길을 걷다 보면 "저"의 잊었던 모습을 찾기도 했습니다. 다시 그 길을 걸어 보고 싶은 생각이... 요즘 들어 매우 간절합니다.

    • 저도 목적없이 걷는것을 좋아합니다. 가끔 걷다 보면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사라지는것 처럼 느껴질때가 있더군요. 이렇게 길을 걷고 또 걷다 보면 조금씩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 익숙한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휴대폰을 바꾸고 나서 문자를 잘 보내지 않거든요.
    새로운 문자 자판이 익숙치가 않아 문자를 보내는데 세월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로 보내고는 하지요.
    익숙하지 않은 것에 오히려 지루함을 느낍니다.
    익숙한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ㅎㅎㅎㅎ

    • 저는 휴대폰이 두개인데, 문자 보내는 방법이 달라서 하나만 보냅니다.^^ 원가 기계치라서요.ㅎㅎ 익숙한 것이 좋을때가 많지요.^^

  • 2010.05.27 22:10

    비밀댓글입니다

  • 문자 만들어서 자식들에게 보내는 데에
    온 우주의 의미가 달려 있는 순간이지요.
    저 역시 간혹 아버지께서 보내신 문자를 받습니다.
    전화를 드리거나 답장을 드립니다.
    문자를 만드시며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 나이드신 분들이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 하더군요. 얼굴에 한글자씩 표정이 새겨지는것 같았습니다.^^

  • 걷기로 인해 나를 되돌아 볼 시간이 생긴다는 것을 몇일전 남한산성을 다녀오면서 느꼈답니다. 그런 나를 위해 사색하는 시간.. 뭐 첫걸음이야 사색이 목적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숙연하게 해줬다고나 할까.. 요즘처럼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살아하는 일상 속에 새로운 활력이 되었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나이가 드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설레이는 마음은 나이와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런 설레임이 있다는 느낌도 참 좋네요..

    • 저도 요즘 걷는것의 의미를 새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일상에 매몰되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지 못하곤 하죠.^^ 그래서 편볍과 임기웅변에 능한 사람은 많아도 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적은것 같습니다. 남한산성 좋지요.^^ 할아버지의 문자 메시지의 내용도 아마 사랑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나이를 떠나서 사랑은 늘 설레임을 안겨다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