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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트럭(Truck) - 후진기어로 달려보자.

by G_Gatsby 2009. 2. 14.

호로비츠를 위하여 】의 권형진 감독과 빛나는 조연 유해진의 만남은 영화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게 했다. 개봉 당시에 보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고, 꽤 많은 악플과 흥행이 별로였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번은 꼭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했다. 권형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유해진이라는 배우에 대한 개인적인 끌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뒤늦게 극장이 아닌 DVD로 보고야 말았다.

영화는, 배우 유해진의 첫 주연작품이기도 하다. 몇년전부터 빛나는 조연을 하던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몇개 있었다. 배우 이문식도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 있었던것 같다. 물론 흥행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아무튼 영화에서 감초같은 역할을 하며 우리를 웃게 만드는 배우들이 꼭 있다. 하긴 요즘엔 액션을 표방하는 영화에서 너무도 웃기려는 조연들의 연기가 오버스러워서 식상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 배우 유해진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


배우 유해진도 그러한 감초 역할에서 눈에 띄였던것 같다.  차승원과의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던 익살스러운 캐릭터의 모습이 강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만의 연기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는것 같다. 주변에서 쉽게 보기 힘든 외모 (뭐 미남이라는 의미는 아니다)에 자연스러운 말솜씨와 사투리,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아무튼 그의 투박한 외모와는 달리 진지하고 순수한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다.

트럭 - 한남자의 삶

영화는 스릴러물의 느낌이 전혀 없이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은 마치 한편의 가족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홀로 어린 아이를 키우는 한 사내가 있다. 물론 아내는 없고 늙은 홀어머니만 있다. 그들은 단칸방에서 가난하게 살아간다. 사내는 트럭운전을 하며 밥벌이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아프다. 심장병이라서 수술하지 않으면 곧 죽는다.

꽤 익숙하면서도 식상한 스토리의 전개다. 이런식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결과는 반드시 해피엔딩이 되고야 만다. 물론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영화 보는 내내 시작과 끝이 확연히 눈에 보인다. 그래서 스릴러물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떨어지고야 만다. 아마도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스토리의 전개가 아닐까 싶다.


"트럭은 한 남자의 삶이자 희망이다."

아무튼, 이렇게 힘들고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사내에게는 아이가 전부이자 희망이다.  트럭은 사내에게 삶의 희망이기도 하고, 고단한 삶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아이를 지켜주기 위한 유일한 삶의 도구이기도 하고, 가난한 사내가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굴레이기도 하다. 그래서 트럭은 사내의 모든것을 말해준다.

어찌되었건, 아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내는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래서 어찌어찌 하다가 도박을 하게 되고, 또 어찌어찌 하다가 조직폭력배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물론 사내에겐 거절할수 있는 권리는 없다. 거절은 트럭과 아이를 동시에 잃어 버리는 것이다.  사내는 모든것을 잃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트럭에 죽은 시체를 한가득 싣고 암매장을 하러 떠난다. 사내의 트럭은 이제 심각한 혼란에 빠진다.


트럭 - 연쇄 살인범과의 만남

영화의 아쉬움은, 이런저런 스토리를 엮어가면서 너무도 많은 부분을 보여주려 했다는데 있다. 사내가 꼬이고 꼬이게 되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이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길다. 거기다가 느닷없이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이쯤되면 슬슬 결과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주인공에 비해서 살인범이 너무 꽃미남이다."

어찌되었건 이러저러한 일들때문에 살인범과 함께 가게 된다. 사내의 혼란스럽고 고단한 트럭에 엉뚱한 살인범 까지 끼어들었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사내는 이제 폭발 직전의 감정에 빠진다. 꼬이기 시작한 이 사건을 어떻게 사내는 뚫고 나갈것인가.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나름데로 긴장의 강도를 높인다. 사내와 살인자의 긴장감있는 심리묘사도 보여준다. 아쉽게도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진다.

어찌되었건, 달리던 트럭은 멈추어 섰다. 어두운 밤이고 비는 내린다. 살인범의 광기는 최고조에 달한다. 물론 죽어버린 시체에서 살아나는 이상한 정체의 여자가 출현하기도 하고, 전혀 설명되지 않았던 정신과 여의사집이 목적지라는 황당한 스토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살인범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또다시 칼을 든다. 이제 사내는 겁많고 순진한 본연의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것이 사는것이다.


" 나 박지성 아닙니다~~ "

대단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객의 요구는 너무도 제각각이어서 그것에 맞추는것도 쉽지만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조폭의 이야기와 너무도 선명한 스토리의 전개는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트럭]의 모습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트럭 (Truck)
감독 : 권형진
출연 : 유해진, 진구
2008년 한국작

사내는 결국 트럭을 지켜냈다. 살인자의 흉악한 범죄도 그의 삶을 침범하지 못했다. 비록 비포장도로라고 하더라도 트럭은 멈추지 않고 달렸다. 트럭에 타고 있는 사내의 삶도 그러했다.  아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바닷가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내와 아이의 옆에는 트럭이 서 있다. 어둠과 비는 쉴새 없이 내렸지만, 그들은 아직도 살아 있다.

영화는 다소 뻔한 스토리와 함께 약간의 아쉬움을 안겨다 준다. 그래서 배우 유해진의 개성있는 연기도 반감되어 버린다.  시간적 여유와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볼만 하다. 하지만 기대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