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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낮술 - 이별과 만남에 대한 로드무비

by G_Gatsby 2009. 6. 18.

그렇게 즐겨보던 영화를 한동안 보지 못했다.
세상이 온통 혼란스러워서 인지 세상속에 나만 혼란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영화를 볼수 없었다. 가끔 영화제목에 이끌려 영화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낮술이라는 영화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술은 해가 저문 저녁무렵에 먹는것이 보편적인데, 낮술을 먹는 다는 것은 술을 아주 좋아하는 애주가이거나, 무언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거나, 세상에 대한 증오가 가득하거나.. 알수 없지만 정상적이진 않은것이다. 아마도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분위기에 알맞은 제목인것 같아서 과감하게 선택을 했다. 물론 즐겨보는 독립영화라는 것도 한 몫을 했다.

이 영화의 제작비가 1천만원 정도라는 것에 놀랐고, 영화의 몰입도에 또한번 놀랐다. 워낭소리 이전에도 좋은 독립영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독립영화들이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인것 같다.

낮술 - 잊기 위한 몸부림.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 받은 한 남자.
남자는 여인을 잊기 위해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정선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이별여행이 굳이 함께일 필요는 없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깨끗하게 잊어버릴 결심을 한다.

[ 만남과 이별은 이곳에서 늘 교차한다]

하지만 남자와 동행을 하기로 한 친구들은 오지 않고, 낯선 그곳에 홀로 남게 된다. 남자의 이별여행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허기진 배를 달래며 남자는 낮부터 술을 찾는다.

떠나간 여인을 잊기 위해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시간조차 없다. 남자는 이 낯선 환경에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다시 돌아가기에도, 홀로 여행을 하기에도 결정하기 힘들다. 대책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 에라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자. "

새롭게 찾아간 그곳은 사람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모든것이 조용하고 적막하다. 복잡한 도시생활에 익숙한 남자는 무료함에 시달리며 원하지 않은 홀로여행을 하게 된다.

낮술 - 만남을 위한 호기심

영화는 한 남자의 엉뚱한 여행일정속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겨울을 맞이한 강원도의 적막함과 한 남자의 고독이 무척 잘 어울린다. 시각적으로 대단한 영상은 아니지만,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기에 오히려 남자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혼자 남게된 남자는 몇명의 사람과 마주친다. 미모의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 여자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남자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지갑부터 바지까지 모두 빼앗겨 버리고 추운 도로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 이 모든것이 술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것이 비정상적이다.

[낮술을 먹으면 바지를 도둑맞을수도 있다. 조심하자.]

남자는 여인을 잊기 위하여 어떠한 생각조차 할수 없다.
사색에 잠기고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틈조차 없이 희안한 일들이 일어난다. 이별여행의 과정에서도 새로운 만남은 이어지고, 그 만남속에 수줍은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지고지순한 감정은 찾을수가 없고 현실적인 만남과 이별은 이곳에서도 되풀이 된다.

[개X끼~~ 이 영화의 포인트다]

낮술 - 특별하지만, 그것이 평범한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의 감정과 본성에 대하여 여과없이 거칠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오묘한 감정과 본성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발전해 가는데, 그러한 과정들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한다. 그래서 영화로써 정형화 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볼수 있다.

영화 '낮술'에서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 심각한 상황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남자에게 일어나는 평범하지 않은 에피소드를 보면서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제 이 남자의 이별여행은 막바지에 도달한다. 순간의 오해도 있었고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평범한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은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스스로 마주치는 현실이 특별한것 같지만 특별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영화속 남자의 이야기도 대단한 반전이 있거나 특별한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던져주지는 않는다.

긴 이별여행의 마지막에서 남자는 또 다른 희망을 담아낸다. 사람과의 이별은 또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엮어주고, 그것이 던져주는 인연은 늘 특별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남자가 겪는 에피소드는 이별을 마감하는 마지막 사건이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을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긴장하자. 이것이 곧 교차점인지도 모른다]



낮술
 

사람들의 질문은 늘 단순하다.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 혼자왔느냐.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영화속 주인공과 함께 낮술을 마시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과 마시고, 다양한 곳에서 마신다. 술은 망각을 위한 도구이자, 만남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낮술은 인생에서 기억할만한 특별한 포인트임을 알려준다.

영화는 독립영화이지만 재미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리얼하다.
요즘처럼 비정상적인 세상에 답답해 할때, 그래서 한잔의 술로 잊고 싶을때에 볼만한 영화다. 물론 영화를 본다고 가슴이 후련해지진 않겠지만, 영화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조금 풀리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한잔의 낮술을 마신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해가 질려면 아직 멀고 갈길은 많이 남았다. 하지만 적당한 취기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 그런 기분으로 오늘도 살아 가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