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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리뷰] 임꺽정,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by G_Gatsby 2009. 8. 24.

고미숙씨의 글은 늘 유쾌하다.
고전문학을 전공했지만, 그녀의 글은 언제나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임꺽정, 길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은 작가가 임꺽정에 푹빠져 지내면서 새로운 각도로 임꺽정 이라는 인물을 담아냈다.  그래서 임꺽정에 대한 새로운 인물평이 될수도 있고, 지금 시대에 맞게끔 새롭게 조명하는 또다른 인물이 될수도 있다.

마이너리거.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은 용감무쌍한 조선시대의 한 도적에 관한 이야기다.
정치사회적 모순에 몸을 숙이고 살아가던 미천한 신분의 사내들이 시대적 흐름을 거역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탐관오리의 목을 베어 버리는 용감무쌍한 구월산 도적패들에 대한 이야기다. 때로는 의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나라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도적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들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는 시원하고 원초적 삶의 애환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임꺽정이라는 인물을 요즘 시대에 맞추어 재해석 했다. 신분제도가 확실히 구분되는 시절, 임꺽정은 사회적 주류와는 거리가 먼 천민출신이었고, 그들의 활약상은 인정받지 못하는 마이너리거들의 반란이었당. 물론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통쾌하고 유쾌한 기분도 가졌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임꺽정의 모습을 88만원 세대의 청년 백수에 빗대어 말한다.




세상의 주류에서 소외된 마이너리거의 삶은 과거나 현재나 외롭고 힘들기 짝이 없다. 사회적 멸시와 제도속에 그들이 메이저리거가 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진정한 메이저리거를 꿈꾸었던 임꺽정의 모습에는 남다른 어떠한 것이 있었는지를 찾아 본다.

청석골 네트워크와 백수의 자세.

작가는 소설속에 나오는 임꺽정의 이야기를 원문과 함께 여러분야로 나누어 분석한다.
경제,공부,우정,사랑과 성,여성,사상,조직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분석하여 해석한다. 진정한 마이너리거인 그들이 가졌던 사상과 생각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청석골 네트워크는 임꺽정을 비롯하여 그의 스승인 갓파치,곽오주,봉학이,배돌석이등의 칠두령들이 제각각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진정한 마이너리거가 되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어떠한 사상적 배경을 가지고 의적질을 하게 되었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이상적 사회가 어떠한 것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작가가 내린 결론은 그들은 의적도 아니고 특별한 이상적 사회를 꿈꾸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하여 피터지게 노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해석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소심한 충고로 이어진다.

임꺽정을 비롯한 청석골 조직은 생존을 위하여 힘들게 투쟁했다. 마이너리거로 대우받지 못했던 사회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비록 대우받지 못할지언정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존심은 결코 버리지 않았다. 또한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네트워크에 소홀하지 않았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것은 작가가 은연중에 우리사회의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자세이기도 하다.


" 좋은 책은 사유의 지도를 다시 그려준다.
그리고 그 지도는 나의 일상을 이전과는 아주 다른 길로 이끌어 준다. 책과 사유의 걸음. 이 셋 사이에 어떤 리듬이 만들어 질까? 아디지오, 혹은 스타카토, 혹은 강렬한 비트.... 수없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궁극적으로 사유와 걸음 사이에 한치의 간격도 없어야 한다는 것. 사유가 곧 길이어야 한다는 것. 궁극적으로 책과 삶은 나란히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 청년 백수를 위한 케포이필리아 中-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거들은 우울하다. 입시전쟁을 마치고 나면 취업전쟁이 일어나고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 다른 대접을 받고 사는 세상이다. 이렇게 후천적 신분에 집착하게 되면 삶의 희망도, 비전도 가지지 못한채 나이가 든 마이너리거가 된다. 하지만 삶에는 메이저리그도 마이너리그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그것을 지나치게 인식하며 극복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초라한 시선만이 존재할 뿐이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시대의 마이너리거들은 자존심을 가지고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결코 기죽지 말고 꼬장꼬장한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늘 준비하고 공부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미숙씨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는 소심한 가슴에 두둑한 배짱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