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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쉼표와 마침표.

by G_Gatsby 2010. 1. 27.

모 전자회사 임원의 자살소식을 들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긴 하지만 마음이 참 씁쓸합니다. 옆에서 볼때에는 부러울것이 없어 보이는 분인데 말이죠. 보여지지 않는 부분에 깊은 아픔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명예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 쉽지 않은가 봅니다. 가난무명의길을 걷고 있어서인지 쉽게 이해는 가지 않습니다.

# 쉼표

어느 철학자는 '삶은 굴곡이 심한 곡선'이기에 아름답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래 위의 굴곡을 가진 굵은 곡선 말입니다. 아래로 향할때에는 위로 올라가기 위한 꿈을 꾸고,위에 있을때에는 아래로 향할 준비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아래 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거라고 말입니다.



곡선의 굴곡과는 상관없이 삶의 목적은 '성장'에 있는것 같습니다. '사랑'이 자아실현의 목표라면 '성장'은 자아발전을 위한 목표가 되겠지요. 그래서 삶의 곡선은 늘 위를 향해 나아갑니다. 물론 아래로 향하는 좌절이 찾아오기도 하겠지만요.

삶의 곡선이 아래에서 머무르며 위로 향하지 못할때 우리는 손쉽게 '쉼표'를 찍을수 있습니다. 조금 쉬어 가는것이죠. 경쟁사회에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늘 불안합니다.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경쟁자인것이죠. 그래서 쉬지 못하고 소모적인 스트레스만 받는것 같습니다. 꽤 긴 인생의 여정에서 '삶의 쉼표'는 오르기 위한 힘을 비축하는 것이겠죠. 그것이 삶의 목적을 이루는데 시간의 소비없이 알차게 빈공간을 메꾸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삶의 쉼표'는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갖게 해줍니다.

# 마침표

하지만 경쟁사회에서는 곡선이 아닌 '직선'을 강요합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하락하는 것은 경쟁에서의 탈락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래서 쉼없이 앞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기기 위해서 지식을 쌓아야 하고 지지 않기 위해서 잠을 줄여야 합니다. 혹시 대열에서 이탈이라고 하게 되면 그동안 가져왔던 모든 꿈을 접어야 하는 좌절감을 못보게 됩니다. 직선이 꺽이게 되면 부러지게 되고 아래로 향하는 방향성은 되돌릴수 없습니다.


때로는 방향을 위로 돌리기 위해서 자존심을 꺽습니다. 그러다가 힘에 부치면 또 한번 삶의 목표를 꺽게 됩니다. 우울해지는 것이죠. 하나둘씩 이렇게 삶의 의미를 꺽다 보면 존재의 이유조차 잃어 버릴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쉼표가 아닌 마침표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세상살이가 참 버겁다고 느껴집니다. 문득 탈출구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우리도 어쩌면 살면서 이런 불안감 속에 사는것 같습니다. 꺽이진 않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잃지 않을까. 누군가에 의해서 버림받고,누군가에 의해서 모욕을 당하진 않을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사는게 참 힘들죠.

삶은 곡선이어야 한다고 말한 철학자는 인생의 걸음걸음마다 쉼표를 찍을 것을 권유 합니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숨기지 말고 기뻐할땐 웃고 슬퍼할땐 한없이 울라고 조언합니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가 쌓이면서 힘들때 이겨내는 힘을 만든다고 말이죠. 쉬어갈땐 돌아온 길을 기억하고, 달려갈땐 목표점까지 단숨에 달려갈수 있는 힘이 됩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요. 삶은 답이 없고 백지위에 써내려가는 혼자만의 느낌 이니까요.



돌이켜 보면 삶의 변곡점이 꽤 있었던것 같습니다.
부와 명예를 쫓아서 쉬지 않고 달렸던 때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것이 사라질까 두려워 뒤돌아 보지 않고 달렸던 기억도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기억이 결코 행복하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쉼표 없는 삶은 고단함과 우울함과 초조함이 있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자살 소식을 들으며 삶의 쉼표와 마침표를 기억해 봅니다. 아직 늦지 않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