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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웃겨야 뜨는 시대, 혀 개그의 달인들

by G_Gatsby 2010. 2. 23.


세상이 수상하니 날씨도 참 수상합니다.
날씨가 참 따뜻하네요. 이리 저리 불만이 많은 세상이긴 하지만 일찍 찾아오는 ‘봄’이 싫지는 않습니다.

학원비가 밀려서 고민하던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선진국의 초입에 있다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죠. 요즘 신문에는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아이들의 학원비를 대지 못한 아버지가 강에 몸을 던지고, 배우고 싶어도 돈을 걱정해야 했던 조숙한 아이는 아파트의 옥상에서 몸을 던집니다.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 1

요즘 세상을 웃겨야 뜨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도 가수든 배우든 아나운서든 웃겨야 된다고 합니다.
서로간의 말장난이 오고 가고 어설픈 개인기가 나오면 박장대소 하고 다 웃는 것이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습니다. 어떤 연예인이든 나오면 웃겨야 뜨는 세상입니다. 어느새 이런 프로그램이 “예능”이라고 이름 지어 있더군요.

" 실용주의적 선진화"


점차 마음 둘곳이 사라지는 세상에 이런 프로그램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저 허허 웃고 마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답답함과 외로움을 달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가수의 본질적인 가치는 음악성에 있고 배우의 본질적인 가치는 연기에 있을텐데, 그것을 모두 무시하고 웃기고 재미만 있으면 뜨는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TV에 나오는 인간군상의 모습은 그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죠. 어쩌면 우리 사회가 본질을 잃어버린 혼란 속에서 눈에만 보이는 이미지만 추구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봅니다.

# 2

MB정부가 출범한지 2주년이 되었습니다.
혼란과 혼돈의 시기였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국론은 분열되고 정치의 본질은 사라지고 오해가 남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경제는 나아지지 않은것도 분명한 것이죠. 시대의 평균적인 삶의 수준이 떨어진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여론은 국민들의 의사가 아닌 ‘조중동’의 사설에서 만들어집니다. 여론조사는 모 정당의 연구소에서 발표한 것을 공영방송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합니다. 잘못된 사실과 정보로 인해서 무척 혼란스럽죠. 분명한 것은 언론을 가장한 ‘생활정보지’에서 말하는 서민들의 삶과 실제의 삶이 무척 다르다는 겁니다.

정치인들은 ‘대의정치’의 본질을 버리고 권력을 향한 아첨과 아부에 힘을 씁니다. ‘사회복지’의 개념은 사라지고 서민들의 허리띠만 더 졸라매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주류’에 들어올수 있다고 바늘구멍보다 작은 틈을 만들어놓고 경쟁해서 이기라고 강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지만 탈락한 사람들에 대한 정책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홍세화씨의 말처럼 ‘사회귀족’을 위한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이죠.



MB정부 출범 2주년을 평가하는 권력집단의 모습은 참 가관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나 4대강 살리기를 국가 선진화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세종시를 ‘참여 정부가 아무 생각없이 한일’로 치부합니다. 스스로 공약했던 많은 것들을 뒤집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오해’라는 말로 마무리 합니다. 서민경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사회복지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교육개혁을 이야기 하면서도 공교육 강화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러한 아집과 오만의 시간을 대단히 흡족하게 생각하면서 또 다시 국가 선진화를 들먹거립니다. 말이나 안하면 화라도 나지 않을텐데 말만 하고 뒤통수를 치니 울화가 치밉니다. 차라리 한 국가의 국민이 아니라 건설회사의 직원이라면 월급이라도 받을 텐데 말이죠. 월급 없이 세금만 받아가면서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옵니다. 어느 신문의 사설처럼 어이없는 헛웃음만 나옵니다. 벌써 2년이 아니라 겨우 2년이 지났습니다



웃겨야 뜨는 세상은 맞는 것 같습니다.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웃겨야 최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시대의 정치와 권력은 현란한 혀 개그로 우리를 웃겨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혀 개그의 달인들입니다. 다가오는 시간에는 제발 혀 개그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대의 유행이 있다면 본질적 가치를 찾아가는 시간도 곧 오리라고 봅니다.

선진국의 초입에 들어간 어느 나라에서는, 생존을 위한 서민들의 아우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학원비를 걱정하던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고 고통스러워 하던 노인은 결국 다리를 잘라내어야 합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는 시간당 4천원의 돈을 받으며 서러운 시선을 던지고, 일자리를 잃은 중년의 남자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연탄을 바라봅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선진화의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

웃으라고 한 이야기겠죠. 혀 개그의 달인들이니까요. 하지만 우리 이웃들의 모습입니다. 멀리 보면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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