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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우울증과의 면담

by G_Gatsby 2010. 2. 16.

고기 먹는 민족에게는 없는 음력 설날이 지나갔습니다.
연휴의 휴식이 좀 짧게 느껴지네요. 몸과 마음의 피로가 사라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것 같습니다. 이제 정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네요. 바람이 멈추고 외투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겠죠.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먼친척이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살면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친척이지만 50이 넘어 찾아온 우울증은 주변의 사람들을 많이 아프게 한 모양입니다. 저도 요즘 마음이 조금 우울한것 같아서 모사이트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아봤습니다. 분명히 '남성'에 체크를 하고 테스트를 받았는데 '산후우울증' 진단이 나오더군요. 생리학적으로 '산모'가 될수 없는 사람인지라 '성'의 정체성을 의심해야 할지 모사이트를 의심해야 할지 오랜시간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 1

가끔 살면서 우울해지는 시간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큰 명절을 보내고 난뒤에 알수없는 무력감이 생기면서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도 수시로 알수없는 마음의 동요들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있구요, 꿈꾸는 세상과 숨쉬는 세상이 너무도 다름을 느꼈을때일수도 있구요, 내 안에 있는 알수없는 무언가가 만드는 도무지 알수 없는 고통도 있는것 같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우울함 보다 더 무서운것이 내면에 있는 자신과의 관계에서 오는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살면서 참 많은 것들에 불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불만의 종류도 참 많습니다. 가까운 가족에게도 불만이 있고, 함께 밥벌이를 하는 동료에게도 불만이 있습니다. 용량이 부족한 '쥐'에게도 불만이 있구요, 가끔은 길거리를 지나가는 알수없는 이에게도 불만이 있습니다. 이렇게 마음속에 불만을 가두어놓고 살다보면 사는게 우울해집니다.

'내'가 누군지 혼돈스러울때가 생기죠. '내'가 바라보는 시선도 여러갈래로 나뉘게 됩니다.
현실속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더 초라해보이기 시작하고 또다른 시선의 나는 '내'가 만드는 가상속의 공간에서 살아갑니다. 이렇게 숨쉬는 '나'꿈꾸는 '나'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 차이만큼 숨쉬는 '나'는 우울해집니다. 사는게 구차하고 귀찮아지죠. '왜 사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답이 보이질 않죠. 살아야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사는게 귀찮다."


우리 사회는 이미 '물질만능주의'와 경쟁을 강조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은 어디서 배웠느냐와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른 점수로 평가되기 시작했죠. 빈부의 차이는 커져가고 우월의식과 열등의식은 확대됩니다. 대학은 '실용'을 강조하며 돈벌기에 바쁘구요, 정치는 가진자만을 위한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사회속에서 우리는 상대적인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기 시작하기도 하구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비생산적인 것에 비용과 힘을 쓰는일이 많아지게 되고 '허상'과 '실상'의 괴리감은 점점더 커지게됩니다. 불안감이 시간을 지배하게 되고 몇번의 실패에 의욕을 잃어버리게 되는것이죠.

 # 2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삶을 미지근하게 살지 말라'고 했습니다.
미지근한 삶이란 불만과 엇갈린 시선속에 점차 죽어가는 삶을 말합니다. 열정과 의욕을 잃어버린 삶이죠.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내가 살수 있는 시간임과 동시에 내가 죽어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때문에 하루의 삶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죠.

내 몸이 느낄수 있는 오감의 모두를 열고 현재의 시간을 만끽하는 것이 바로 뜨거운 삶이라는 겁니다.
뜨거운 삶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후회와 공포를 벗어던지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말합니다. 집중을 통해서 현재의 시간을 만끽하고 그것을 즐기는 삶이야 말로 숨쉬는 나와 꿈꾸는 나와의 합일점일지도 모르죠. 

열정을 잃어버리기 쉬운 사회 입니다. 
상대적인 박탈감에 힘이 빠지는 사회이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우울함속에 버려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먼친척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인사는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와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걱정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오래 기억이 되겠지요. 우울증 진단을 위해 찾은 사이트가 '산부인과'사이트였음을 뒤늦게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적어도 '성'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할 일은 사라졌네요. 이래저래 하루를 살면서 하나의 고민은 털어버리고 갑니다. 그저 이렇게 소소하게 사는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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