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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살아줘서 고맙다

by G_Gatsby 2012. 3. 9.

 

이제 봄이 오나 봅니다.
 
지난 계절 동안 배고픔과 추위에 간신히 목숨을 유지했던 고양이 마리가 따사로운 양지를 찾아 앙상한 몸을 내맡깁니다. 볼품없이 말라버린 털과 앙상한 체구가 가여워서 참치캔 하나를 녀석이 놀던 자리에 슬그머니 놓아 봅니다. 사람의 인기척을 듣고 순식간에 사라졌던 어린 고양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허겁지겁 먹어 치웁니다. 남김 없이 먹고 나서는 손으로 수염을 닦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몸을 누입니다.

봄은, 지친 생명에게 다시 한번 살아가야 이유를 던져주는 같습니다. 문득, 힘든 겨울을 보내고 살아남은 고양이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혼잣말로 녀석에게 말을 건내 봅니다.

 

" 살아줘서 고맙다"


  지내고 계시지요?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꾸는 시간이 있을 테고, 누군가는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에 설레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시간에 지쳐 무언가를 잊고 지낼지도 모르고요. 어떤 이는 시간의 깊은 바닥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시간을 우리는 호흡을 하며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것만큼 소중한 것은 아마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두어 명의 소중한 인연이 세상을 떠났고 그들과 못다한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서 깊은 침묵 속을 걷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빠르게 앞만 보며 달리다가 호흡을 늦추고 천천히 걸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가쁜 호흡을 몰아 쉬며 세상 속에서 달려가다 보면 지난 년의 시간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죠. 시간은 절대로 틀린 답을 건내 주진 않을 겁니다.



 겨우내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이젠 조금만 빠른 걸음으로 달려야겠습니다.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의미는, 묵은 것을 걷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 하는 아닐까 싶습니다. 전화기를 꺼내서 지인들에게 안부 문자를 하나씩 넣어 봅니다. 연락을 안한지 오래 친구에게서 재빠르게 답장이 옵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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