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된 사람들(Exils)
- 끝없이 이어지는 보헤미안 렙소디
심장 박동소리보다 빠른 비트로 음악은 흐르고, 복잡한 파리의 풍경이 창문을 통해서 비춰지면서 벌거벗은 남자가 마시던 맥주잔을 떨어트린다. 존재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 그것은 하루를 살면서 더 크게 다가오는 고통이다. 과거의 기억은 의문을 남기고, 현재는 혼란스럽고, 미래는 공허한 울림이다.
그래서 [자노]와 [나이마]는 프랑스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영화 "추방된 사람들"은 이렇게 프랑스를 떠나 알제리로 향하는 남녀의 도보여행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두사람은 알제리 출신이다. 집시들의 근원이자 전쟁의 상처를 안고 있는 알제리는 그들 부모들이 생활했던 공간이다. 부모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고향이 아닌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을 만들게 했던 근본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써 살아가고 있었다.
<가쵸 딜로>의 영화감독 토니 갓리프의 2004년 작품인 <추방된 사람들>은, 집시의 삶과 문화를 찾는 작품중 하나로 57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던 영화다.
<가쵸 딜로>라는 영화도, 집시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도 없던 내가 이 영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토니 갓리프가 꾸준히 제기하는 집시들의 탄압에 대한 역사와 문화 역시 이해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것은, 두사람이 삶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로드 무비의 모습속에서 만나는 인간과 인간의 영적인 만남과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때문이다.
" 소유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집시의 꿈"
파울로 코엘료의 "프로토벨로의 마녀"라는 책을 보면 집시문화와 영적인 깨달음이 나오는데 책에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이 영화와 함께 오버렙이 되면서, 우리는 인생의 근원을 찾아 끊임없이 떠돌아 다니는 보헤미안이라는 동질감을 느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알제리까지 도보여행을 떠나는 두 주인공이 여행중 만나게되는 여러사람과 문화, 그리고 자신들을 잉태한 생명의 근원을 찾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중간중간에 울려 퍼지는 집시의 음악들, 특히 심장소리 보다 더 빠른 타악기의 울림은 마치 몸속의 영적인 존재를 불러 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도보 여행길에 만나는 사람들. 그들은 근원을 찾아 알제리로 떠나지만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반대로 알제리를 떠나 프랑스로 간다. 그들에게는 프랑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된다. 알제리로 가까이 갈수록 그들은 오히려 동질감이 아닌 이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어디를 가나 이방인 이었던 것이다.
여행 도중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집시들의 생활모습이 그려진다. 작은것에도 신에게 감사하고 하루의 시간을 즐기며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도 인상 적이다. 나는 영화 내내 코엘료의 산티아고 가는길을 생각한다.
자신을 돌이켜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코엘료의 산티아고 가는길. 그 길은 인생의 길을 따라 걷는 평범한 삶의 모습임과 동시에,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순례의 길이기 때문이다.
알제리를 찾아가는 그들은 서로 다른 고독을 느낀다. 고독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되어서 올바른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 우리는, 깨달음을 찾아 떠나는 영원한 보헤미안 "
모두가 현실적인 꿈을 찾아 떠날때, 그들은 삶의 진정한 뿌리를 찾아 떠난다. 존재에 대한 그들의 물음은 지나온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만남으로써 더 커진다.
드디어 알제리에 도착한 두사람. [자노]는 부모님이 대대로 살던 집을 찾아가 핏줄의 흔적을 보듬으며 오열한다. 그를 존재하게 했던 핏줄의 흐름을 찾은 것이다. 이제 그의 다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전쟁의 비극과 부모의 죽음을 보듬을 수 있게 되었다. 할어버지의 묘지를 찾은 그는, 그가 알제리를 향해서 걸어오는 도중 내내 들었던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가 벽돌속에 파묻어 두었던 바이올린을 다시 꺼낼수 있는 용기가 된다.
[나이마]는 고아로 버려졌던 자신의 아픈 상처를 길에서 만난 영매를 통해서 씻어낸다. 이제 그녀의 등에 깊숙히 자리잡은 흉터는 아픈 과거일 뿐이다. 설명할 수 없는 깨달음이 그녀에게 몰려 오고, 그녀는 존재해 있는 [자노]의 모습에서 위안과 안식처를 발견한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끝없는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신의 영역에서 보살핌을 받고 싶어 하는 나약함을 가진 우리는, 영원함을 꿈꾸며 그 해답을 찾아 떠나는 영원한 보헤미안 이다.
감독 : 토니 갓리프
출연 : 로맹 뒤리스, 루브나 아자발
프랑스, 2004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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