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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270

그림자가 닮았다. # 1 늦은 밤에 타박타박 길을 걷다가 낡은 트럭앞에 멈추어 선다. 발전기 소리가 요란한 트럭 앞에는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수염을 깍지 않은 아버지가 무언가를 맛나게 먹고 있다. 이제는 제철이 지나서 더워 보이는 떡볶이와 순대. 늦은 저녁인지, 자기전에 꺼진 배가 아쉬워 먹는 야식인지 알수는 없지만 불빛을 보고 날아드는 하루살이에도 아랑곳 없이 맛나게 먹는다. 자세히 보니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왼손잡이다. 그러고 보니 음식을 먹는 옆모습이 비슷하다. 혈육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다른듯 하면서도 함께 보면 비슷 하다. 그리고 아버지의 버릇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 진다. 아버지의 왼손은 아이가 물려받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의 덥수룩한 털도 물려 받게 될 것이다. # 2 살다 보면 거울.. 2010. 6. 1.
뻔뻔한 세상아 일단 한번 덤벼봐 술에 취한 아저씨가 횡단보도 앞에서 흔들흔들 거립니다. 햇빛 따사로운 오후에 보기엔 익숙치 않은 풍경 입니다. 술냄새가 아주 고약합니다. 소주 30프로에 막걸리 70프로가 적절하게 혼합되어 풍기는 냄새에 멀미가 날것 같습니다. 뒤에 서 있던 또다른 아저씨가 대낮부터 무슨 술이냐고 한소리 합니다. 졸린듯 반쯤 감고 있던 아저씨의 두눈이 커지더니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술 먹는데 보태줬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칩니다. 놀란 아저씨가 멍하니 서 있는 틈을 타 멱살을 잡고 흔들기 시작합니다. 옆에 서 있는 젊은 청년 둘이서 아저씨들을 때놓으려고 끼어 듭니다. 끼어 드는 청년을 보며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고함을 고래고래 지릅니다. 급기야 개아들과 쥐아들을 들먹이며 욕설을 퍼붓습니다. 선거가 가.. 2010. 5. 30.
익숙한 풍경, 익숙한 세상 할아버지 한 분이 슈퍼마켓 앞 평상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 거립니다.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할아버지의 눈가에는 진지함이 가득합니다. 한가한 오후에 길을 걷다 보면 노인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청년들은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가로운 주택가의 풍경은 조용히 세상을 걷고 있는 노인들의 풍경으로 가득합니다. 젊은이들이 만들어 내는 역동적인 풍경도 좋지만 조용하게 이어지는 노인들의 풍경도 따뜻하고 익숙 합니다. 헤르만 헤세는 평생동안 산책을 통해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나무와 숲 사이로 난 조그마한 길을 걸으며 삶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조용히 길을 걷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을 보.. 2010. 5. 27.
바보들의 행진, 아직도 버리지 못한 노무현 우리 역사의 아픈 날이 돌아왔습니다. 아픈 마음을 위로하듯이 슬프게 비가 내립니다. 부당한 권력을 얻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은 많았지만 부당한 권력에 맞서 평생을 싸운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손쉬운 강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힘없는 약자의 편에 서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변절과 배신을 통해 배부른 자는 많았지만 소신과 믿음을 통해 배부른 자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알게 되겟지요. 사람을 위해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말입니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내지 못합니다. 고맙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2010.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