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감독 : 김명준
출연 : 김명준, 변재훈, 오려실, 리지옥 외
한국 2007년 개봉작.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함께 흘러가 버린 50년. 다큐멘터리 형태로 제작된 이 영화는 재일동포 후세들이 다니는 홋카이도 조선학교의 생생한 모습을 통해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민족이란 언어,풍습,종교,정치,경제 등의 각종 문화들을 공유함으로써 결합된 최대단위의 문화공동체를 일컫는 말인데 우리처럼 단일민족 국가에게는 더 큰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역사의 아픔 속에 일본에서 살수 밖에 없었던 재일동포들은, 그 세대를 이어가면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학교 등을 통해서 이어가고 있고 그러한 모습이 참 감동스럽다.그리고, 정작 중요한 인성과 역사 교육은 외면 당한 채 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일본에서 태어난 이 학생들은 일본사회의 배타적 태도와 편견에도 불구하고, 우리학교에 입학해서 우리말과 우리민족의 문화를 배우며 살아간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과과정을 모두 이 학교에서 배우게 되는데, 졸업을 하더라도 일본에서 인정하는 정식 학교교육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고 한다. 어쩌면 살아가는데 있어서 불편하기까지 한데도 왜 이 학생들은 이곳을 선택할까. 영화가 계속 되면서 가슴 뭉클한 학생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검정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학생들의 모습과 어눌하게 느껴지는 한국말들 그러나 그들에게서는 늘 웃음이 떠나질 않았고 하나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일본의 지원이나 한국의 지원을 받아서 설립 된게 아니라 재일동포들이 돈을 모아서 설립된 학교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무관심 속에 북한은 설립이래 꾸준히 이 학교들을 지원해 주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조국은 북한에 가깝다.
우리가 분단된 이래 꾸준하게 가지고 있는 이념의 배타성은 적어도 이 학생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북한군의 모습을 늑대로 묘사해서 그림을 그렸고, 공산당이 싫다는 이승복 어린이의 기념관에 의무적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적어도 역사의 사실을 조금씩 알기 전까지 분단된 나라에 대해서 얼마나 배타적이고 획일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살아 왔던가.
이들에게는 분단을 만든 이념의 가치 보다도, 우리는 하나라는 동족애와 함께 서로간의 공동체를 만들며 이념적이지 않은 민족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념이라는 것이 짧은 시대에 흐르는 하나의 유행과 사회상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민족이라는 것은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기본을 이루는 뿌리이자 우리 정신이 아닐까. 그렇게 그들은 우리가 획일적인 생각과 적대감으로 무장하고 있을 때 묵묵하게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찾아 편견과 차별과의 싸움을 해왔던 것이다.
우리학교 축구팀이 지역예선을 나갔는데 상대팀에 지고 말았다. 그때 학생들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 냈다. 일본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싸우는 많은 재일동포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경기에서 진것에 대한 단순한 분함 보다, 그 믿음과 성원에 보답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억울해 하고 스스로를 질타했다. 그들의 눈물은 영화를 보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들은 이러한 민족에 대한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일본사회에 [조선인]으로써 용기있게 진출하고 있다.
그들이 조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북조선이었다. 어쩌면 수십년간 이들의 인권이나 사회적 차별로부터 무관심했던 우리의 모습을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졸업여행을 북한으로 다녀온다. 그들이 졸업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동포애를 가슴깊이 새기고 살아간다고 한다.
자유주의와 물질주의에 살면서 경쟁과 사회적 부만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민족에 대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하여 힘겹게 싸워가는 그들의 모습은 무척 대조적이다.
우리는 획일적이고 대립적인 사회가치를 만들어 가면서 수 천년 이어 내려온 전통과 우리 문화를 배척하고 고작 200년 이어온 미국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을 부러워하고 따라가려 한다. 그래서 분단된 시간 동안 우리들의 가진 부는 늘어났지만, 우리의 민족적 정서와 행복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것은 정치,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이기주의와 획일적인 교육형태로 우리 삶 깊숙히 자리 잡아 버렸다.
우리의 민족성과 전통이라는 것이 버려야 하는 낡고 쓸모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이해하게 만들고 지켜주는 진정한 뿌리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그들의 용기있는 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이 영화가 주는 감동만큼 우리민족과 또 다른 우리민족 간의 괴리감에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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