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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G_Gatsby 2008. 3. 26.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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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누도 잇신
출연 :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아라이 히로후미
일본, 2004년 개봉작


자유분방한 대학생 [츠네오]. 그는 사랑과 섹스는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시대의 평범한 젊은이다.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 특별한 제목의 영화는 [츠네오]가 지나가 버린 기억을 담담하게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그가 처음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 [구미꼬]를 만났을 때의 그 기묘한 순간부터 말이다.

[구미꼬]는 늙은 할머니가 끌어주는 유모차에 타고 있었다. 더군다나 가슴에는 식칼을 품고서 말이다. 그녀의 선천적인 장애는 세상과의 소통을 어렵게 했고, 어린 아이처럼 유모차와 늙은 노파에만 의지한 채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새벽에만 세상과의 만남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녀가 가슴에 품고 있던 식칼은 그녀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잘 말해주고 있다.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을 좋아하는 그녀는 [구미꼬]가 아닌 [조제]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저 소설속에 존재하는, 자신이 바라던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녀는 불리고 싶어한다. 이러한 그녀를 만나면서  [츠네오]는 점점 더 그녀에게 끌리게 된다. 그의 옆에는 완벽한  여자친구가 있는데도 그녀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것은, [츠네오]의 순수한 감정 일수도 있고 또 다른 인간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작 감정에 충실할 때에는 현실적인 것들은 눈에 잘 들어 오질 않는다.


둘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면서, 그녀는 너무 무서워서 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호랑이를 구경하게 된다. 이제 그녀는 노파가 끌어 주는 유모차가 아닌 [츠네오]가 끌어 주는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신이 가장 무서워 했던 호랑이를 보면서 행복해 한다.
그렇게 [조제]는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오면서 두려움을 버리고 희망을 찾아 간다.
그녀의 모습에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츠네오]. 이제 그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선택들이 요구된다.
사랑의 결실인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는 [츠네오]. 이제 그는 가족과 사회가 가진 편견과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고향의 부모님 집으로 [조제]를 소개시켜 주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길에 [조제]에 대한 사랑과 현실의 무거움 과의 갈등이 시작되고, 이젠 휠체어에서 벗어나 등뒤에 엎힌 그녀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게만 느껴진다. 결국 부모님 집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는 [츠네오]. 그는 그녀와 함께 바다를 구경하기로 한다. 해변에 널려있는 소라 껍데기를 줍는 [조제].
그녀는 이러한 현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날 밤 들렀던 모텔에서 물고기를 보게 된다.
그녀는 장애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어서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가 늘 부러웠다. 그녀는 [츠네오]를 통해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이제 자신을 가두고 있는 껍데기로부터 나와서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츠네오]와 [조제]는 헤어진다. 헤어짐에 망설임이나 눈물은 없다.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조제]를 두고 떠난 [츠네오]는 곧 울음을 터뜨린다. 감정에 복받쳐 주체할 수가 없는, 미안함과 애정이 가득한 울음. 그러나 [조제]는 울지 않는다, 그녀는 현실을 받아 들인다.


이제 [조제]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돌아다닌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든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장애는 예전과 같지만 말이다.
이 둘의 이야기는 사랑의 결말에서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츠네오]와 [조제] 모두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 지면서 주는 감동보다도, 어쩌면 지독히 현실적인 선택을 통해서 각자에게 던져주는 사랑의 의미가 더 감동스러운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말랑말랑한 러브스토리가 아닌, 현실적인 러브스토리 이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존재함으로써 더 큰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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