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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동화

어둠의 길, 그리고 행복한 사람

by G_Gatsby 2008. 6. 15.


" 나는 석탄캐는 광부"

이젠 사양길에 접어든 탄광촌에서 일하는 어느 광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검은 땀으로 물든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8시간만에 다시 만난 하늘을 바라본다.
그가 걸어 나온 길은 어둠속에 갇혀 보이지도 않는다.

지상에서 900미터 아래로 뚤린 길.
끝없는 어둠의 소용돌이 속으로 오늘도 걸어 간다.

머리에 달린 조그마한 불빛은 내 생명의 유일한 빛.
바로 앞에 놓인 어둠은 내 생존의 유일한 빛.

누가 물으면 나는 칠순 노모의 외아들.
누가 물으면 나는 한 아이의 아버지.
누가 물으면 나는 석탄캐는 광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햇빛 없는 그곳에서 펼쳐지는 8시간의 중노동.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는 것도 힘에 겨워 보인다.
매일 유서를 쓰고 걸어 들어가는 그 길은 죽음의 공포가 함께 있는 길.

말끔하게 샤워를 하고 나온 얼굴엔 활기가 넘친다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
내가 잉태한 생명을 지켜주기 위한 집안의 든든한 가장.

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의 얼굴엔 기쁨이 한가득.
지켜 보는 어머니의 얼굴엔 행복이 한가득.
아이의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
그리고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 나는 행복한 사람 입니다."

스물 셋에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스님이 되고자 했던 사람.
번뇌와 불안에 못이겨 3년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사람.
대기업 생활 2년동안 번돈을 모두 기부하고 홀연히 떠난 사람.
그리고 정착한 곳은 강원도 어느 산골의 탄광촌.

"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나를 실패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바람 부는 곳으로 홀연히 가다 보니,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 사랑을 느끼고, 안식을 찾았다고 한다.
이제는 외로워 하지도 않고, 방황하지도 않는다.

아이의 아버지가 희망 하는 것은 한가지.
마흔이 넘어 가진 늦둥이 외아들이 건강하게 자라 주는 것.

아침해가 떠오르고,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어두운 길을 향해 다시 걸어 가는 한 아이의 아버지.
어둠과 빛은 서로 다른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는 모두 다 똑 같은 것.
마흔 넷 인생, 그 방황의 끝에서, 어두운 땅끝에서 그는 희망의 길을 보고 있다.

그가 걸어 가는 길은 이제 희망의 길.
그래서 그는 행복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