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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세비지스(The Savages) - 삶의 교집합을 찾다.

by G_Gatsby 2008. 8. 4.


한 노인이 치매에 걸렸다.
그와 동거를 하던 노파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제 이 노인을 지켜주던 보호막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어느 날 소리없이 찾아온 인생의 종착역 앞에선 이 노인에게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남매가 있었다. 가족의 사랑도, 서로간의 왕래도 별로 없었지만 노인에게 남겨진 유일한 혈육이다.
이 노인의 이름은 세비지(Savage)다.

영화는, 세비지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를 둔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하며,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가족의 의미는 시대가 흐를수록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혈연이라는 강한 소속감은 가장 원천적인 사랑의 표시가 된다. 하지만 시대는 이러한 가족공동체의 가치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게 만든다. 영화가 그려지는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과 닮아 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는 가볍지만 진지하고, 우습지만 우울하고, 죽음을 다루지만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 이기적인 인생, 사랑없는 세상 ”

중년의 한 남자.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 남자에게는 우울한 무언가가 있다. 사랑을 하더라도 결혼을 하지 못한다. 가족을 갖는 것이 두렵다. 그에겐 특별한 어릴적 기억이 존재한다. 아버지의 학대 속에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그에게 어느 날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그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서 보호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성은 세비지(Savag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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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한 여자.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 세상에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별한 일 없이,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뉴욕의 공기가 그리 유쾌하진 않다. 그녀에게 섹스는 있지만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사랑을 받아 본적없는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던 그녀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보호자를 잃은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성은 세비지(Savag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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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지 가족은 이렇게 만났다. 죽음을 향해 걷고 있는 병약한 아버지와,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중년의 자녀들. 서로 이기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은 가족을 잉태한 아버지의 죽음앞에 이르러서야 만나게 되었다.

“ 사랑, 서로간에 겹쳐지는 아름다운 교집합 ”

어릴적, 작은 의식속에 살아갈 때에는 가족이 그리는 원과 내가 그리는 원은 동일하다. 내가 그리는 원은 가족이 그리는 원에 정확히 들어가 있다. 가족이 그리는 원은 나를 감싸주는 따뜻한 사랑이다. 성장하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원을 그리며 살아간다. 서로 겹치는 부분은 점점 작아진다. 때로는 잊어버리고 때로는 외면하기도 한다.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고난 뒤 이들 남매는 고민에 빠진다. 그들 가족이 함께 그렸던 원이 무엇인지를 찾기 어렵다. 겹치는 부분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사랑을 주지 못하고 사랑을 받지 못한 그들은 당황스럽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맛있게 먹는지에 대한 기억도 없다.  두 남매가 다투는 사이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아버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러한 상황은 죽음을 앞둔 그에게도 고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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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베풀지 못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그리는 동그란 원속에 갇혀 나눌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세상을 향해 그려가는 동그란 원이 겹쳐지는 부분은 점점 적어진다. 서로가 만나서 느끼는 사랑의 깊이는 점점 얕아진다. 이것은 비단 세비지 가족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주는 무게감은 무겁게 느껴진다.

세비지(Savage)는 세상을 떠났다. 죽음은 그게 전부 였다.
이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들이 잠시 공유했던 사랑의 교집합은 무겁게 자리잡는다. 그들의 어릴적 이야기가 연극무대위로 올라간다. 그것을 바라보는 중년의 세비지(Savage)는 눈물을 흘린다. 그가 흘리는 눈물은 우리가 흘리는 눈물이기도 하다. 삶의 다양성 속에는 함께 공유하며 느껴야할 무언가가 존재 한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 그것은 후회와 미련으로부터 우리를 해방 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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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지스 (The Savages)
감독 : 다마라 젠킨스
주연 :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로라 리니, 필립 보스코
2007년작.


죽음앞에 이르러 바라본 세상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사랑을 베풀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비지(Savage)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먹는지, 기분이 어떠한지에 관심을 가져 보자. 그것은 함께 공유하는 공간을 넓히는 것이고, 그 공간속에는 사랑이 있다. 영화는, 치매에 걸려 죽음을 앞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 결여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