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방구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시간의 연속성을 따라 살아가는 인생에서 우리가 찾는 해방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해방구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왕의남자’와 ‘라디오 스타’를 통해서 본 이준익 감독은, 스케일에 상관없이 섬세한 감정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리고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기도 한다.
영화 ‘즐거운 인생’은 우리 주변을 살아가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평범하지만 위태로운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찾고 있는 해방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영화속 주인공과 비슷한 중년층이 보면 공감을 가질수 도 있고, 이십대 젊은층이 보면 다소 식상하고 뻔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리고 화려한 영화의 재미를 찾는 사람이라면 시시하고 재미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이준익 감독에 대한 평가가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정반대의 평가를 갖게 되는 것 같다.
“ 위태로운 인생, 탈출구를 찾다.”
40대. 이 시대는 그들에게 가장 역동적인 삶을 요구한다. 가정과 직장이 있고 안정된 삶을 꿈꾼다. 영화는 숨죽여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인생을 들여다본다.
인생 하나.
교사로 살아가는 아내 덕분에 그럭저럭 살아갈만 하다. 비록 주식투자에 돈을 날리고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백수 인생이지만 소리만 죽이면 살아갈만 하다. 무언가 다시 시작하기엔 사회의 벽이 너무 높다. 아내와 딸아이가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무언가 허전함이 있다. 가슴속에서 아우성 치는 무언가가 있다. 이것은 40대 백수의 사치일지도 모른다.
인생 둘.
회사에서 퇴직한 후, 택배와 대리운전을 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들에게는 곧 복직할 것이라고 말해두었다. 우울하고 심란하지만 이렇게라도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 교육과 생활을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 힘에 벅차지만 생활의 자존심은 쉽게 버릴 수 없다. 탈출구도 없고, 탈출해서도 안된다. 삶의 짐은 무겁고, 살아가야할 시간의 깊이는 한없이 깊기만 하다. 집안의 가장이고, 그를 돌아 보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인생 셋.
열심히 일한 덕분에, 아내와 사랑하는 아이를 두었다. 힘에 겹지만 견딜만 하다. 아이들 공부를 위해서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창고 같은 방에 살면서도 캐나다에 있는 아이들을 늘 그리워 한다. 자신을 소멸시키더라도 아이와 아내는 멋지게 살아야 한다. 그것은 그의 유일한 행복이다. 그러던 그에게 위기가 닥쳐온다. 아내는 남자가 생기고 이혼을 요구 한다. 미래를 위해 이국땅 멀리 사랑을 보내야 했던 그에게, 사랑은 이별을 요구 한다. 이제 그가 가야 할곳은 과연 어디일까?
이들이 한 친구의 장례식장에 모였다. 대학시절 함께 록밴드를 했었던 보컬 친구의 죽음앞에 모였다. 친구의 아들이 불태우려던 아버지의 기타를 보면서 무언가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들의 가슴속에 묻혀 있던 막막한 답답함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자신들이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의욕없는 세상에서 그들은 파묻혀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해묵은 사진첩의 낡은 사진속에서 그들 삶을 웃게 만들었던 또하나의 열정을 발견 하게 된다.
" 활화산(active volcano)의 재탄생 "
이제 그들은 휴화산이 되어 식어가던 자신의 열정을 찾아 떠난다. 인생의 막연한 답답함과 삶의 무게가 그들을 짓눌렀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활화산 같은 열정이 되살아 난다. 삶의 무대, 잠들어 있기엔 아직 젊다. 그들은 수십년 전에 해체되었던 활화산 밴드를 다시 가동시킨다. 베이스기타를 잡고, 드럼을 치고 노래를 부른다. 죽은 친구의 아들은 보컬이 되어 죽은 아버지의 자리를 메운다. 그들은 다시 삶의 열정과 기쁨을 발견 한다. 이제 그들을 두렵게 했던 현실은 활화산이 분출하는 열정으로 바뀐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40대가된 활화산이 부르는 ‘즐거운 인생’의 가사가 대신해 준다.
영화 ‘즐거운 인생’은 모두가 함께 모여 관객을 향해 노래를 부르며 막을 내린다. 그들은 이제 주변의 시선이 두렵지 않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을 안고 살아가는 자기 스스로 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으로 그들의 삶은 다시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영화는 이렇게 가슴 가득 행복한 웃음을 안겨 주며 끝을 맺는다.
난 잃어 버렸지
오래전 푸른 하늘 아래 뜨겁던 나를
이제는 일어나 나의 꿈 찾아서 갈 테야
세상에 던져진 내 가슴 숨죽인 채 길들여져만 왔지
내 손을 잡아 지친 내 친구야
구름 저편에 태양은 비추잖아
이젠 날아가는 거야 하늘 끝까지
그래 노래하는 거야 즐거운 나의 인생아
끝까지 노래할 거야 난 너를 향해
난 미치도록 나 외칠 거야
이것이 바로 나의 즐거운 인생
그대가 있어 나 행복한 걸
이 세상 사람 따가운 시선
난 절대 신경 쓰지 않아 하늘 끝까지 달려갈 거야
그 어떤 누구보다 소중한 건
바로 그대! 바로 나잖아
감독 : 이준익
출연 : 정진영,김윤석, 김상호, 장근석
2007년 한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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