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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안경(めがね) - 느림의 아름다움을 느끼다.

by G_Gatsby 2008. 9. 5.



세상에 지쳐있다고 생각될때, 우리는 자유로운 휴식을 꿈꾼다.
그 휴식같은 공간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접하고 있는 세상의 인연과 단절한채, 그저 한가로운 생각과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껏 자유롭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한 꿈을 늘 간직한 채 복잡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 이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안경"은 이러한 자유로움에 대한 영화다.
전작에서 느껴지던 핀란드의 조용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카모네 식당"의 주연배우들 마저 그대로 따라왔다. 그리고 전편에 비해서 대사가 더 줄었다. 그래서 영화는 초반 내내 지루함을 가져다 준다.
영화가 지루하다고 느낄때쯤, 한마디 대사가 나온다

"조급해 하지 마라".

영화는 이처럼 조급함에 대한 것들에서 탈피할 때 몰입할수 있다. 그리고 영화내내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과 잔잔한 음악들은 이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하고 영화를 편안하게 만든다.



" 휴식,자유로움 그리고 안경"

세상살이 지친 한 여인이 해변의 작은 마을로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단지 그녀가 한것은 숙박을 해야할 집을 예약했다는 것. 그것외엔 이 마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다. 그저 일상적인 휴양지의 모습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조용한 해변의 마을. 모래사장을 걸어 가다 보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얼음빙수를 파는 오두막이 있다. 그리고 그곳엔 기이한 여인이 얼음 빙수를 팔고 있다. 아름다운 바다를 마주보며 이곳에서 빙수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도 이상하다. 빙수를 먹은 아이는 감사의 편지를 전하고, 어떤이는 빙수값으로 고기를 선물하기도 한다. 그녀가 묵기로 한 민박집의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사방은 조용하고 고요하며, 사람들은 사색하기를 좋아 한다. 도무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같지 않다. 분명 이곳은 기묘한 곳이다.


여인은 이러한 풍경이 불편하다. 너무도 조용한 바다의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무지 사색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기이한 체조를 하고, 밥을 먹고 하루종일 사색에 잠긴다.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사는지 그녀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모든 풍경이 낯설고 기묘하다. 그녀가 쓰고 있는 안경으로 바라본 이곳의 모습은 불편하다.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이곳의 적막감은 자유롭지 않다. 재미있는 일도 일어날것 같지 않다. 그녀는 심심하다. 그래서 그녀는 숙소를 옮기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꽤나 지루하게 흘러간다. 별로 대사도 없다. 하늘빛과 같은 빛깔의 바다의 모습이 아름답다. 주인공도, 관객도 모두 기묘하며 지루하다. 영화내내 무슨일이든 일어날것 같지 않다. 이것은 꽤나 심각하게 지루하다.

" 영원한 자유로움을 깨닫다 "

그녀는 다시 돌아왔다. 그저 체념하고 이 기묘한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한다. 그녀 역시 이곳 사람들의 생활속에 관심을 가져본다. 바다가 보이는 오두막에서 주는 얼음빙수를 먹기 시작한다. 햇볕아래 하늘빛 바다를 바라보며 차가운 얼음빙수를 먹는다. 그리고 그녀는 이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의 입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빙수의 맛이 정말 달콤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풍경을 바라보며 서두를 이유가 없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유롭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다.


그녀는 완벽하게 그 곳 사람들의 생활에 동화되었다. 남이 무엇을 하건 그녀가 바라보는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간에서 자유로워지고 철저히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속에 하나가 되어 갔다. 그것이 가장 자유로운 휴식임을 깨닫게 된다. 이제 그녀는 행복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여행은 문득 시작되지만 영원히 지속되진 않는다 "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의 개념은 무의미 하다. 그리고 크기와 공간의 개념 또한 무의미 하다. 인간도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자연속에 살아가는 또 하나의 자연일 뿐이다. 그리고 자연과 동화될 때 영원한 자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그 속엔 달콤한 휴식이 있다. 이렇듯 우리의 삶도 문득 시작된 여행과 같다.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을 미리 약속하고 떠나는 것이다.


영화는 봄을 지나 여름이 다가온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얼음빙수를 팔던 기묘한 여인이 사라진다. 그리고 주인공도 그곳을 떠나 현실로 돌아간다. 그녀가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던길에 그녀의 안경이 차창 밖으로 떨어진다. 그녀는 당황하지만 안경을 집으러 가지 않는다. 안경을 잃어 버린 그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이제 그녀 또한 이 느림의 자유로운 휴식이 주는 행복함을 이해하고 있다.


해가 바뀌고 다음해 봄이 왔다. 이제 이 조용한 해변가에는 또다시 사람들이 모여 든다. 얼음빙수를 팔던 기묘한 여인과 새로운 안경을 쓴 주인공이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서있던 그곳엔 하늘빛 바다가 예전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 코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카세 료
2007년 일본작

영화는 바삐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빠르다는 것이 의미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영화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조급해 하지 않는다. 조급함은 욕심을 낳고 욕심은 경쟁을 가져 온다. 그래서 영화는 천천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풍경은 느림과 사색을 하며 조급해 하지 않아야 아름다워 보인다.

삶이 지치고 힘들어 질때, 그리고 삶의 내려놓음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을때, 보면 볼수록 아름다워 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