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이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결심을 한것은, 히스 레저의 죽음 때문이었다.
비록 배트맨을 좋아하진 않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낮은 저음으로 울먹이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안 감독의 독특함이 묻어 있는 이 영화는, 동성애에 대한 개인적 편견 때문에 좀 꺼림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성애를 넘어선 인간에 대한 사랑과 영화내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히스 레저의 묵직한 저음이 매력적인 영화임에는 틀림없었다.
비록 그가 조커의 역할로 인생을 마감했지만, 나에겐 브로크백 마운틴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를 고독해 보이게끔 하는 눈빛도 이 영화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순수와 고독,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만나다.
아마도 이 황량한 땅에는 야심많은 개척가도 철저히 고독을 느껴야만 했을 것이다. 높은 산과 계곡, 그리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하늘이 가깝게 보이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두 젊은이가 만난다. 높은 산에서 키우는 양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은 산을 올라야만 했고, 그들은 세상과 잠시 단절한채 드넓은 자연아래 둘만 남게 된다.
젊은 날의 고민이란 때론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것인지도 모른다.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한 한 젊은이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고, 카우보이가 되지 못한 한 젊은이는 이루지 못할 꿈을꾼다.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앞에 그들은 설명하기 힘든 그들만의 고독함에 빠져 든다. 그리고 그 고독의 끝에는 사랑이 찾아온다. 추위가 찾아오던 어느날, 말할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그들은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용납할수 없는 죄악임을 깨닫게 된다.
시간은 거부할 수 없고 사랑의 감정 또한 거부하기 힘들다.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들은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금단의 열매임을 알았음에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결국 사랑과 증오의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계절이 다가오면서 그들은 헤어진다.
고민과 희망, 상실과 좌절, 그리고 희망과 순수라는 인간의 감정은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다가왔다 사라진다. 어쩌면 이 두 젊은이의 그릇된 욕망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잔잔한 음악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영원한 사랑, 브로크백 마운틴에 맹세하다
그들은 평범한 삶을 살아갔다. 아내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느꼈던 격렬한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은 늘 가슴속 빈공간으로 남아 있어서 어떤 것도 채워줄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4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
동성애에 대한 죄책감과 서로에 대한 갈망은, 이 두 사람을 위태롭게 만든다. 동성애를 알아챈 아내에 의해서 이혼을 당하게 되고 가정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럴수록 그들은 더욱더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영원함을 꿈꾸며 그들 마음속에서 꿈틀 거리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자유로움을 주지 못한다. 그럴수록 그들의 사랑은 깊어져 간다.
아내와 이혼을 하고 혼자 남게 되었다. 가끔 찾아와 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도 어느새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어느날 사랑하던 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서로를 그토록 원했지만 함께 할수 없었던 그들. 죽은 자는 한줌의 재가 되어 그들이 함께 뛰어 다니던 브로크백 마운틴에 뿌려지길 원했다. 그리고 찾아간 그의 집에서 피묻은 그의 셔츠와 함께 걸려 있던 그의 쟈켓을 발견한다. 사랑의 깊이는 이성간의 사랑을 넘어 영원한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이제 그의 작은 집 옷장에는, 피묻은 셔츠와 브로크백 마운틴의 사진이 걸려 있다. 비록 죽음은 그들을 갈라 놓았지만 그의 흔적과 사랑은 브로크백 마운틴 아래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히스 레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랑이 영원할 것을 맹세한다.
젊은 배우 히스 레저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나이에 맞지 않게 무뚝뚝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제 익숙한 얼굴이 된 제이크 젤렌홀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인형같은 연기를 보여준 앤 해서웨이의 모습도 낮설지 않다.
감독 : 이안
출연 : 제이크 질렌홀, 히스 레저,미쉘 윌리엄스,앤 해서웨이
2006년 미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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