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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본후.

친밀한 적(Intimate Enemies)

by G_Gatsby 2008. 9. 4.


친밀한 적 (Intimate Enemies)

요즘 전쟁 영화는, 영웅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정치와 권력의 복잡한 상황에서 발생한 전쟁을 더 이상 미화시키지도 않는다. 적어도 전쟁을 겪은 세대를 벗어나는 단계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영화 "친밀한 적"은 알제리 내전을 다룬 영화다.
전쟁의 화려한 액션도, 영웅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은 무모한 애국심을 불러오고, 보이지 않는 적들을 상상하며 스스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러한 전쟁의 목적은 승리도 훈장도 아니다. 그저 죽는자와 죽이는 자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는 "친밀한 적"은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상황을 말하며, 죽여야할 적이 내가 되기도 하는 전쟁의 모순을 말한다. 또한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며, 내가 해야할 피의 복수는 적도 해야할 피의 복수와 동일하다.


" 냉혹한 현실을 보다 "

한 젊은 장교가 전쟁에 투입되었다.
프랑스에서 독립을 꿈꾸는 반군들을 소탕하는 것이 전투의 목적이다. 반군의 우두머리가 근접해 있는 그곳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엔 하나의 민족이 프랑스를 위해 싸우기도 하고, 알제리를 위해 싸우기도 하는 곳이다. 부모 형제가 편이 나뉘고 어제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 이 소모적인 전쟁의 한 복판에는 그가 가지고 있던 평화와 이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그는 누구를 믿어야 하며, 믿지 말아야 할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가 바라보는 풍경은 모든게 비정상이다.


반군에 의해서 한 마을이 몰살을 당한다. 그리고 정부군에 의해서 사람들은 고문을 당한다. 사람의 마음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누가 적인지 도무지 알수 없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첩자가 되어 그의 등에 총을 겨눈다. 이 상황에서 선택은 간단하다. 죽느냐 죽이느냐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동료의 죽음과 적들의 죽음속에 그는 이 단순한 선택만이 전쟁의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의 눈엔 이상적인 세상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소모적인 죽음과 선택적인 삶"

전투중에 숨진 부하의 흑백 영사기가 흘러 나온다. 살아서 환하게 웃고 있는 부하의 모습을 보며 모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피의 복수를 다짐한다. 어쩌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정부군에 의해서 형을 잃은 어린 동생은 형의 복수를 다짐한다. 그것은 그가 반드시 해야할 사명감이다. 처참하게 죽은 가족의 복수는 어쩌면 당연하다. 어쩌면 이것도 인간의 본능인지 모른다.

그렇게 전쟁은 정치와 권력의 의해서 시작되었지만, 전쟁에 참가한 병사들의 마음속에는 피의 복수심이 가득찬다. 이제 보이지 않는 애국심은 중요하지 않다. 피는 피를 부르고 죽음은 죽음을 부른다. 그들에겐 치유될수 없는 전쟁의 광기만이 존재한다.


영화는 죽음이 이어지는 전쟁의 황량한 풍경속에서도 주인공의 이상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 의미없는 죽음의 현실속에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비참한 죽음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죽음은 주인공을 피해가지 않는다.

영화 "친밀한 적"은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전쟁에서 인간이 가지는 고뇌를 그리고 있다.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전쟁의 선택은 죽느냐 죽이느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의미없는 죽음만 존재할 뿐이다.

젊은 장교는 그가 사랑을 주던, 형을 잃은 어린 반군의 손에 죽었다. 그가 가졌던 이상적인 꿈은 피의 복수를 해야 하는 사명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죽어가는 그를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은 웬지 섬뜩하다.



감독 :  플로렝 에밀리오 시리 
출연 : 브누와 마지멜, 알베르 뒤퐁텔
2007년 프랑스 작.

영화는 전쟁의 선택이란, 죽느냐 죽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젊은 장교와 함께 전쟁을 누비던 상사는 이미 그곳을 떠나 삶을 선택했다. 알제리는 결국 독립을 했다. 그리고 수없이 쓰러져간 죽음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그것은 전쟁이라는 것이 죽음에 있어 어떤 의미도 가져다 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전쟁은 승자의 역사속에 한페이지를 장식하지만, 그들은 복수심만 안고 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