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시의 아이들은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조지 호그의 실화를 그린 이야기다.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고,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희망과 휴머니즘을 전파한 어느 영국인의 이야기다.
출연 배우도 화려하다.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에서 매력적인 가수로 나온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조지 호그역으로 나오고, 우리에겐 너무나 친숙한 배우인 주윤발과 양자경이 나온다. 그리고 전쟁의 참혹한 장면과 실크로드로 가는 대장정에 이르는 풍경도 스케일이 꽤나 크다. 하지만 영화내내 아쉬움이 남는것은 어쩔수 없다.
제 3자가 바라본 전쟁의 비극.
영국 옥스퍼드에서 공부한 유망한 기자가 중일전쟁에 뛰어 들었다. 그에겐 이 전쟁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겠다는 열정이 대단하다. 그래서 허가를 받지 않고 전쟁의 도시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는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보게 된다.
결코 어느 편에 종속되지 않은 제3자의 눈은 전쟁의 냉혹함을 사실적으로 알려준다. 아니 조지 호그라는 인물이 실존인물이며, 실화를 배경으로 그린 영화라 그런지 꽤나 솔직한 장면들이 많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된 이 청년은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가까스로 탈출하게 되고, 그를 도와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그의 빛나는 휴머니즘은 개인적 안위에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위대하다.
그의 눈엔 적과 아군이 존재하지 않는다. 적은 보이지 않는 실체이며 그의 목숨을 가져 갈지 모르는 두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적에 맞써 싸워야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그는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원으로 가게 된다.
영화는, 전쟁의 아픔속에 힘들어 하고 있는 아이들과 푸른눈의 청년이 만나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는 중국을 떠날 생각을 포기하고, 아픔과 슬픔으로 얼룩진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결코 쉽지 않지만 그것은 그가 해야할 운명인 것이다. 아이들에겐 사랑이 필요했고, 이 청년은 무엇을 해야할지 알았기 때문이다.
영화속 전쟁은 갈수록 깊어지고, 죽음의 그림자는 청년과 아이들에게도 다가온다. 이제 그가 해야할 일은 아이들을 좀 더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키는 것이다. 청년의 가슴속에 불타오르는 휴머니즘은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60명의 아이들에게로 활활 타오른다. 그리고 그는 결심한다. 무려 1600 km나 되는 곳으로 아이들을 피난시키기로 말이다.
이제 그에게 불가능은 없다. 그리고 혹독한 겨울길을 걸어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옮긴다. 그리고 파상풍으로 죽어간다. 그의 사랑은 아이들에게 전해졌고,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아이들은 희망을 찾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를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게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는, 뻔한 스토리임에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치밀한 묘사 또한 필요하다. 그것은 관객에게 분명히 감동과 이해로 돌아간다.
영화 또한 그런 표현에 인색하진 않았다. 다만 왜 조지호그가 그렇게 해야 했느냐에 대한 적절한 묘사가 부족하다. 그리고 그와 인연을 맺는 인물들의 설정이 애매하다. 그래서 주윤발은 홍길동의 이미지 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다. 양자경의 역할은 특별할 것이 없다.
라다 미첼과의 인연 또한 적극적이지 않다. 전쟁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대한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산만해 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휴머니즘을 강조한 영화임에도 그것에 큰 감동을 느끼기 어려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파란눈의 이방인이 아이들에게 베푸는 사랑은 지대하고 순수하다. 그것은 알량한 사회적 위치에 따른 경쟁적 관계만 부추기는 요즘 시대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실존적 인물인 조지 호그의 열정과 사랑은 영화가 주는 의미 이상의 것이다.
감독 : 로저 스포티스우드
출연 :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라다 미첼, 주윤발, 양자경
2008년 독일,중국,호주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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