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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묵은 먼지를 털다.

by G_Gatsby 2009. 4. 12.


정말 따사로운 주말이었습니다.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포근한 햇살이 비추던 주말이었습니다. 눈 내리던 풍경이 엊그제 같은데 날씨가 참 심술맞게 변덕스럽습니다.

모자란 잠을 늘어지게 잔 뒤에 대청소를 해봅니다.
화사한 날엔 좋은 사람들과 꽃놀이 가는 것도 즐겁습니다만, 겨울동안 쌓아두었던 집안 먼지를 털어 내는 것도 즐겁습니다. 반짝이는 햇빛아래 먼지를 톡톡 털어내다 보니 땀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간만에 맞이 하는 대청소가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 기뻐하는 내모습이 전업주부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 움찔 거립니다.

청소를 하다 보니 묵은 먼지도 많지만, 불필요한 것들도 많이 눈에 보입니다. 혼자 살아가는 조촐한 세간살이지만 이것저것 버리지 못해서 쌓이는 것이 많습니다.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메모에서 부터 불필요한 물건들까지 제때 버리지 못해서 쌓아두고 있었던 것들입니다. 새봄맞이 대청소를 핑계로 과감하게 버립니다.

버려야 잘 산다는 어느 일본인이 쓴 책이 생각이 납니다. 버리지 못하는 것은 여러가지 미련을 만들어 마음속 어딘가에 쌓아 두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간디의 자서전에서 봤던 낡은 안경과 신발이 생각이 납니다. 어짜피 가져가지 못하는것인데 더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은 부질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늘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살고 싶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며칠전에 세운 계획들도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럴때는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계획은 무겁고 실천은 가볍습니다. 자기계발 서적에서 내놓는 말들은 모두 그럴싸 하지만 그것을 수용하려면 시간도 부족하고 머리도 복잡해 집니다. 그러다가 이내 힘들어 집니다.

잘 산다는 것은 계획과 실천에서 오는 성취감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가져야할 것들에 대한 욕심만도 아닌것 같습니다. 어쩌면 버릴것은 과감히 버리는 용기에서 오는것인지도 모릅니다.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 가는것. 그리고 부족하지만 그러한 자기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성취감인지도 모릅니다.

새 봄을 맞이하여 묵은 먼지와 잡다한 것들을 모두 버리고 나니 마음이 개운합니다. 이루지 못한 것들과 그것에 대한 상념들도 한꺼번에 사라지는것 같습니다. 나를 가두고 있던 미련과 후회의 무게감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미련과 후회는 자신감을 잃어 버리게 만들고, 짙은 상념들은 자신의 눈을 흐리게 만든다고 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날을 잡아 묵은 생각들을 버리고 새롭게 자신을 가다듬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니 작은 만족감이 생겨서 이내 행복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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