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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소박한 카네이션.

by G_Gatsby 2009. 4. 23.

가정의 달 5월이 성큼 다가옵니다.
거리의 상점들에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여러가지 선물들이 전시가 됩니다. 요즘처럼 힘겨운 시대에는 더욱더 가족과 부모님이 생각 나는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적에 TV에서 보았던 장면입니다.
반공교육을 받고, 국방성금으로 50원씩 꼬박꼬박 내던 시절이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서 헤어졌던 가족들이 이제 나이가 들고 병든 몸으로 상봉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기억조차 희미할만큼 어린시절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며 울었던 기억만큼은 생생합니다. 

찾고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듣고 오열을 하던 장면을 보면서는 함께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꼬마시절이었지만 나도 저렇게 원하지 않는 이별을 한다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두려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그러한 이별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가족에 대한 기억은 선명한것 같습니다
때로는 밉기도 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언제나 나를 향해서 손을 벌리고 있는 변하지 않는 기억일 것입니다. 그리고 차츰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 소중함 보다는, 구속과 족쇄처럼 느낄때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 기억 하나.

어릴적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모든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만큼 친한 친구였습니다. 친구의 동생도 알고 친구의 어머니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아버지는 좀처럼 알려주질 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아버지의 얼굴에는 곰보자국이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춘기 시절에는 그것이 너무도 창피했었나 봅니다. 친구들과 공터에서 공을 차고 놀고 있을때, 저기 멀리서 작은체구의 아저씨는 자신의 아들이 있었지만 한번도 시선을 주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지나갔습니다. 친구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가 되는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철물점에서 보일러를 놓고 열쇠를 수리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웃음이라고는 찾아볼수 없고 햇볕에 그을린 얼굴은 더 어두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던 졸업식장에서도 아저씨의 모습은 볼수 없었습니다.


# 기억 둘.

몇 해전  친구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무심코 찾아갔던 그곳에서 처음으로 친구의 아버지와 인사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구부정한 허리를 펴며 아들의 친구를 반겨주셨습니다. 그리고 투박한 손으로 악수까지 청했습니다. 어릴적 그렇게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던 친구도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거실의 한켠벽에는 커다랗게 인화해놓은 가족사진이 걸려져 있었습니다. 졸업식 사진에서조차 볼수 없었던 아저씨가 멋진 웃음을 짓고 있었고 아저씨의 어깨위에는 친구의 두손이 놓여져있었습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가족의 사진이었습니다.

철이 들면서 친구는 아버지의 소중함을 깨달았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린시절 자신이 감추었던 모습이 부끄러웠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어린시절에 아버지와 함께 찍었던 사진이 하나도 없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너무도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아버지와 등산을 하고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이렇게 철이 들게 마련인가 봅니다.


느낌 하나.

이별뒤에는 아쉬움만 남는것 같습니다.
어릴적 보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장면속에는 진한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그리움이 가득했던것 같습니다. 원하지 않는 이별을 했던 그들의 울음을 기억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참 편한 이별을 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늘 마주보며 살아가면서도 우리의 마음속에는 이별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 무심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봅니다.

가정의달이 다가옵니다. 

소중한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겉치레와 같은 선물로 마음의 부담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함께 이야기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모님이 바라는 것도 그러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큰 선물보다는 작은 관심, 그리고 행복한 웃음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어버이날,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 꽃을 달아 드리면서 행복하게 웃음짓고 손을 꼭 잡아주는 시간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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