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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서럽던 오후, 오늘을 기억하다.

by G_Gatsby 2009. 5. 25.

여름햇살이 내리쬐던 날.
부천 송내역 광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웃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있었다.

번잡하고 복잡한 광장에도 여름의 햇살은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지만,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서있는 사람들, 헌화하는 사람들, 눈물짓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속에서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영정사진 옆에 설치된 간이 천막에서는 녹음된 고인의 육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삶을 지치게 만드는 뜨거운 오후.
고인은 힘있는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힘없고 배고픈 사람들의 아픔을.
사회적 양심과 원칙을.
할수 있다는 희망을. "



마지막 가는 길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이 한송이 국화꽃을 들고 있었다.
서로 다른 필체로 적어놓은 방명록속에는, 각기 다른 기억들을 더듬고 있었다.
그것은 슬픔이었다.
힘있게 흘러나오는 육성을 들으며, 웃고 있는 사진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움직일수 없었다.

옆에 있던 젊은 청년은 눈을 감고 혼잣말로 되뇌인다.

"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

이제 그만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뒤돌아선다.
발걸음이 움직이질 않아서 힐긋 뒤돌아 본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차게 외친다.
갑자기 서러움이 밀려온다.
그래, 오늘은 참 서럽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그의 사진을 보고도 터지지 않던 울음이.
작은 육신에 떨어지는 물줄기를 핑계로 펑펑 서럽게 울어버렸다.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보다 더 서러운 것은 누군가를 잊는 것이다.
잊혀짐은 선택이 아니지만, 잊는것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순간이 참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