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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노무현,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by G_Gatsby 2009. 5. 23.

한 주의 피로를 풀어보려고 늦잠을 잤습니다.
무척 고된 한주를 보내고 맞이하는 토요일의 아침잠은 달콤했습니다.
하지만,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세상이 난리였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를 멍하니 뉴스만 바라봤습니다.
똑같은 뉴스가 되풀이 되고 있음에도, 화면 가득 익숙한 사람의 얼굴만이 나오고 있어도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하루를 마감할때 까지 멍하니 있었습니다. 배도 고프지 않고 그냥 멍하기만 했습니다.  그저 눈물만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제 인정해야 할것 같습니다.

노사모 회원도 아니고, 참여정부에 대해서 비판도 많이 했지만, 당신의 정치철학만은 위대하다고 느꼈습니다.
암울한 해충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부터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기득권에 대한 당신의 함성이 이토록 크게 느껴질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넉넉한 웃음을 짓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당신의 외로움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기득권과 권위에 대한 당신의 도전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치적 철학을 이야기 하는 정치가는 많지만 실천하는 정치인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스스로 험난한 길을 마다않고 실천했습니다. 안주하지 않고 무모한 길을 묵묵히 걸어갔습니다.

쉬운길을 택하지 않고 어려운 길이더라도 열정과 신념을 가지만 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소수가 아닌 모두가 평등하다는 기본 원칙을 스스로 보여주었습니다.
반백년을 이어온 오만한 권위로 부터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희망이었던것 같습니다.

모진 매를 맞아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도 묵묵히 걸어가던 당신의 모습을 이제서야 기억합니다.
왜곡과 박해는 있어도 진실을 감출수 없다는 당신의 말도 기억합니다.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지만, 알듯 모를듯 웃음짓는 당신의 미소를 기억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원칙과 소신을 가진자만이 느낄수 있는 여유로움이었던것 같습니다.



이제 인정해야 할것 같습니다.
당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것 같습니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해야할것들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어제는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당신이 세상을 떠난 날이 되었습니다.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당신이 꿈꾸던 세상과, 이루고 싶었던 많은 것들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겁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듣던 사람들이 자라고 성장해서 당신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수 있을겁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차별과 억압이 없는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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