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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사람 사는 세상.

by G_Gatsby 2009. 6. 15.

여름이 성큼 다가옵니다.
지하철을 타는 여인들의 옷차림은 점점 더 과감해집니다. 배가 나온 중년 아저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밀려오는 졸음을 참습니다. 복잡한 광장에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옵니다. 하지만 어느곳에서도 흥에 겨워 재잘거리는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계절은 스스로 변해가지만, 계절이 변해서 환해진 광장에는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여기저기 기계적인 도시의 소음만이 가득한것 같습니다.

싸움 #1

아저씨 둘이서 심하게 말다툼을 합니다.
배가 나온 아저씨와 털보아저씨 모두 얼굴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또렷하게 들려옵니다.

진보와 보수.
적어도 우리 일상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허울좋은 단어들을 갖고 심하게 다툽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잣대는 이미 나와 있는 결론을 가지고도 끝없이 격한 목소리를 쏟아냅니다.

빨갱이와 꼴통.
북극의 빙하도 점점 녹아 사라지지만  우리 사회의 이념적 가치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 식상할 법도 한 단어들이 다툼의 가운데로 몰려나옵니다. 자칫 하다가는 주먹이 오가는 불법폭력 모임이 될것 같습니다.

우리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어느곳에서는, 오늘도 사람들의 웃음소리 대신 규칙적인 기계음과 고성들이 오갑니다.

싸움 #2

기억을 더듬어 보면 확실한것 같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인권''사랑'보다는 '이념''승리'를 먼저 배웠습니다. 어릴적 사생대회의 1등은, 어김없이 인민군을 때려잡는 국군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태극기가 휘날리는 승리의 깃발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생존을 위해 절박했던 이념적 토대는 반세기를 넘어서면서 정치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사회적 갈등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번쯤 생각해 봅니다.
적어도 우리가 이념적 가치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만큼 기본적 인권을 누려왔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념적 가치와 기준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는가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던 반세기의 우리 역사가 얼마나 우리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웠는지 말입니다.



싸움 #3

배나온 아저씨와  털보 아저씨의 싸움이 마침내 끝을 맺었습니다.
그들의 싸움을 끝낸것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었습니다. 친구로 보였던 두사람의 헝클어진 목소리를 가다듬은 말은, 우습게도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말이었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이제서야 창피한 기분이 들었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나란히 근처 음식점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빨갱이라 불리우던 아저씨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입니다. 꼴통이라고 불리우던 아저씨는 손수건을 꺼내서 땀을 닦습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어느 정치인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이론적 사상가는 아니었지만,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소박한 세상을 꿈꾸엇던것 같습니다.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모든 정치인들이 꿈꾸는 세상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걷더라도 모두 한결같은 꿈을 꾸고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다시 돌아봅니다.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웃음이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애정어린 시선보다는, 의심과 경계의 시선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한가지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인도 기업인도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저 소박하게 살아가는 우리들만이 할수 있는것 같습니다. 오늘도 "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을 기억해 둡니다. 어느 정치인의 힘겨운 눈물의 의미 또한 기억해 둡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희망" "사랑"을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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