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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아름다운 동행.

by G_Gatsby 2009. 6. 22.

더위에 약한 체질인데, 일찍 시작된 여름이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의 모습이 아름답긴 하지만, 오늘은 웬지 보는것만으로도 덥게 느껴집니다. 사실은 심술이 나서 그러는지도 모릅니다.

가끔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가 없는 여행을 할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혼자 가는 것이어서 금요일 밤이면 이것저것 옷가지만 챙겨서 훌쩍 떠나곤 했습니다. 목적지가 없기 때문에 서둘지 않아도 좋긴 하지만,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서 같은 자리에서 빙빙 돌던 때도 있었습니다.

가끔 서울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는 배낭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볼수 있습니다. 몇명씩 모여서 큰 짐을 지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입니다. 기대감에 들뜬 그들의 웃음을 볼때에 부러운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썩 하게 함께 가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기억 #1

몇해전에 책 선물을 받은적이 있었습니다.
한참 바쁜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던 때였습니다. 세상은 만만해 보였고, 걸어가는 길은 장애물이 없어보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꽤나 오만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은퇴를 하는 선배로 부터 받은 책이었습니다. 은퇴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을 하기로 결심을 했던 선배였습니다. 몇해전에는 귀농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었던 때였습니다.

몇년간 함께 한 추억을 뒤로 하고 선배가 나에게 건내준 책은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쓴 에세이집이었습니다. 책보다는 술을 더 좋아하던 때였기 때문에, 화려한 이별파티도 없이 책을 건네주며 떠나는 선배의 뒷모습에 적잖게 실망했었습니다. 그리고 선배가 준 책은 꽤 오랫동안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몇달이 지난후 시골로 떠난 선배와 잠깐 통화를 하고 난 뒤에 그책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선배가 불쑥 물어보는 바람에 책을 다 읽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인지, 식사를 마치고 난뒤에 처음으로 그 책을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시골의사 특유의 필체로 그가 살면서 마주친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의사로서 감내해야할 슬픔과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삶은 혼자 느끼고 사는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보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소중한 진실이 담겨져 있는 책이었습니다.

아마도 꼬박 밤을 새워서 단숨에 읽었던것 같습니다. 삶의 시선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을때, 그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억  #1

며칠전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노숙인이 재활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을 하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서로가 경계했던 첫만남을 뒤로 하고, 그들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웃음짓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공장의 생산성도 크게 증가를 했다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던 사람.
외로움에 힘들어했던 사람은 이제 장애인들의 팔과 다리가 되어 그들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들도 서로의 웃음을 보면서 마음을 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곧 아름다운 동행 이었습니다.

평생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던 한 인권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눔은 서로의 마음을 나눌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나눔을 통해서 우리가 갖는 인생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고 말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 웃음을 짓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동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끔은 주변의 사람들이 우리를 지치게 할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마음이 잘 맞지 않고, 작은 행동과 말투가 사람을 힘들게 할때도 있습니다. 내 생각과 너무도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날때도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좋건 싫건간에 우리 인생길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함께 걷는 다는 것은 특별한 인연입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름다운 동행인지, 불편한 동행인지는 마음 먹기에 달린것 같습니다. 어떠한 생각을 갖는냐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도 다른것 같습니다.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연인의 모습을 다시 쳐다 봅니다.
더운 날씨지만 그들은 마주잡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함께 걸어가는 그 길위에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덥게만 보이던 연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시선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걷는 아름다운 동행을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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