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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앓는 소리, 진실 혹은 거짓

by G_Gatsby 2009. 6. 25.

밤거리를 거닐다 보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세상이 어렵다고 하지만, 밤이 오면 네온사인의 불빛은 더욱더 현란해 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칩니다. 술에 취한 취객은 흐느적 거리고, 공부를 마친 아이들의 발걸음은 피곤해 보입니다. 포근한 휴식처로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다양합니다.

시선 #1

뚱뚱한 아주머니가 날씬한 아저씨에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술에 취한듯 아저씨의 시선은 멍해 보입니다. 악에 받힌듯 아주머니의 눈에은 노기가 서려있습니다. 체급의 한계를 인식한듯 아저씨는 싸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더 커집니다. 당황한듯한 아저씨의 눈이 유난히 커 보입니다.

사람들은 재빨리 그곳을 지나쳐 갑니다.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지기는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드디어 아저씨의 지갑이 열리고 아주머니에게 돈을 건넵니다.

'5천원'

돈이 건네지자 아주머니는 속상한듯 아저씨를 노려보며 휙하고 돌아섭니다. 체급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아저씨는 억울한듯 지갑을 주머니에 다시 넣습니다. 아주머니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거리에 침을 뱉습니다.

돈을 줬는데 또 줬다고 혼잣말로 투덜대기 시작합니다. 빌어먹을 세상, 마음데로 되는게 없나 봅니다. 바닥을 내려보며 긴한숨을 쉽니다. 

긴 한숨은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만들어 내는 앓는 소리 입니다.

세상 #1

우리사회가 이념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통과 대화를 통해서 화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말합니다.
그 분은 오늘도 재래시장을 찾아서 서민들을 위로했다고 합니다.

세계적 경제 위기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빨리 회복될거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기술이 세계적 IT 강국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경제 전망치가 갈수록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부동산이 꿈틀대고, 잉여자금이 투기성 자금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장미빛 전망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의 경제가 빠르고 회복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 4대강을 정비해야 하고, 재산세와 법인세를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말합니다.
고용창출을 위해서 미디어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금을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비정규직법을 유예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저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금이 모자라니 담배와 술에 세금을 부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기세와 수도세를 인상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혼란스러워 집니다.
권력이 휘두르는 언어도단은 더 혼란스럽습니다. 

기본급 몇만원을 더 받기 위하여 머리에 띠를 두른 아주머니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합니다.
80여만원의 월급으로 살아가는 삶이 힘겨워 보입니다. 노동의 댓가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벅차 보입니다. 그래도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답니다.

더듬어 생각해 봅니다.
경제가 활황일때, 그분의 월급이 얼마나 올랐는지 말입니다. 
오른 월급이 그 정도라면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아왔는지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권력과 기득권과 싸우지 않으면 기본적 권리 조차도 얻지 못하는 사회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말과 행동이 다른 어느 정치인의 가식적인 웃음에 긴 한숨만 나오게 됩니다.

서민을 위하고 있다는 어느 지도자의 말과, 머리띠를 두른 아주머니의 모습이 하나로 겹쳐집니다.
두 가지 모습중에 하나는 거짓인것 같습니다.

다시 길을 걷습니다.
몇천원의 돈 때문에 한숨을 쉬게 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불편한 감정은 서로에게 긴 한숨을 만들어 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세상은 늘 불편한 진실을 보지 않는것 같습니다.
서민들은 앓는 소리를 내며 한숨을 짓습니다. 신문에서 보여지는 장미빛 미래의 모습과 앓는 소리를 내는 서민들의 모습이 하나로 겹쳐집니다.
아마도 둘 중 하나는 진실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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