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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교차점, 방향을 찾다.

by G_Gatsby 2009. 7. 13.

한차례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뱉어내는 천둥소리는 공포감을 갖기에 충분한것 같습니다.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고 난뒤, 언제 그랬냐는듯이 금방 햇살이 다시 고개를 내밉니다.
늘 오류가 많은 인간은 하늘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자연의 거대한 섭리를 어리석은 인간이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것 같습니다.

시선 #1

가끔은 광장 벤치에서 멍청하게 시간을 보낼때가 있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  앞을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볼때가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햇살의 따사로움에 기쁨을 느끼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퇴근길에는 삶의 속도를 느끼기도 합니다.

광장은 만남과 이별의 교차점이기도 하고, 시작과 마지막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길을 잃은 사람이 다시 방향점을 찾아 가는 곳이기도 하고,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기도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늘 삶의 진솔함이 묻어 있습니다.



" XX 사거리가 어디니?"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중년의 여자가 눈 앞에 서있습니다. 꽃무늬 양산을 들고 주렁주렁 악세사리로 장식한채 뾰족구두를 신은 부(富)해 보이는 한 여자가  쳐다보고 있습니다. 잘 못들었나 싶어서 나한테 이야기 했냐고 되묻습니다. 별다른 대꾸도없이 여자는 했던 말을 되풀이해 묻습니다.

비록 세상에 찌든 중년의 아저씨 스타일은 아니지만, 20년의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만큼 절대 동안도 아닙니다. 헐렁한 티셔츠의 가벼운 복장이라 하더라도 나이는 속이지 못합니다. 대충봐도 40대 정도의 여자인것 같은데, 초면의 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투가 기분이 나쁩니다.

" 저리로 가서 100 미터 정도 직전하면 됩니다."

그래도 티를 내지 않고 존대말로 위치를 가르켜 줍니다. 여자는 대꾸도 없이 내가 손짓하는 곳으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갑니다. 교양있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어이없이 쳐다 봅니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하이힐도 부(富)해 보입니다. 저런 구두를 신고 거리를 걷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것 같습니다. 높은 굽의 높이만큼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고민 #1

우리는 새로운 길을 떠날때 무언가를 준비하곤 합니다.
가야할 길에 대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을 가기 위한 적절한 시간을 계산하곤 합니다.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고 길을 떠납니다.



가끔은 길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낯선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긴장을 할때도 있습니다. 잃어버린 길을 찾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물어야 할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 따라서 가야할 길이 쉬울수도 어려울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인생의 길 또한 그러한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이기기 위한 길을 묻습니다.
어떤 이는 재물과 명예를 위한 길을 묻습니다.
또 어떤이는 영원한 사랑을 위한 길을 묻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도 길위에서 여러가지 길을 묻는것 같습니다.
삶의 멘토를 찾아 헤메이고,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와 치열한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하나둘씩 설명할수 없는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인도의 명상가 라즈니쉬는 인생의 길위에서 쉬운 질문과 쉬운대답을 얻기 위한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고 말했습니다.

진실을 부정하지 않는 사회, 거짓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 차별과 계급이 없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낍니다.

라즈니쉬의 지혜와 광장에서 비춰진 다양한 모습들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정치인들의 불편한 거짓말들이 힘겹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슬프게 느껴집니다. 길을 묻기도 어렵고, 대답하기도 어려운 사회가 행복한 사회는 아닐것입니다.

하늘이 갑자기 흐려집니다.
맑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집니다. 서둘러 벤취에서 일어나 다시 길을 걷습니다. 한숨이 나오지만 끝까지 참아봅니다. 아직 긴 한숨을 쉬기에는 세상을 덜 산것 같습니다.

아까 길을 가르켜준 중년의 여자가 흘릴 땀을 생각해 봅니다. 어떤이에게 길을 잘못 물어본 덕분에 반대방향으로 수백미터는 더 걸어갔을 겁니다.  벤취에 앉아 있던 안경낀 녀석을 욕하고 있을겁니다. 그 뾰족하고 높은 구두를 신고 말입니다. 어쩌면 세상은 주는것만큼 받는 것이기에 공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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