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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시대유감, 길을 걷다.

by G_Gatsby 2009. 7. 27.


보도블록 위에는 술에 취한 취객이 갈짓자로 길을 걷습니다. 헐벗게 입은 아리따운 처자들의 구두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빨간색 스포츠카를 탄 젊은이들이 굉음소리를 내며 거리를 질주하고, 뒤를 이어 오토바이들의 폭주 소리를 내며 뒤쫓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 폐지를 골라내던 할머니는, 빈병 몇개를 손에 쥐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습니다. 노상으로 나온 테이블 위에선 지글지글 고기굽는 소리와 함께 고성과 웃음이 오고갑니다.

시대유감 #1

나라의 보물인 남대문이 무너졌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경제위기가 닥쳤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방송은 하나둘씩 정치권력에게 짓밟히기 시작했고, 시위를 하던 사람과 경찰이 어이없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했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대운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삽질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집단해고를 당한 노동자와 가족들은 오늘도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폐륜적 살인과 어이없는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알수없는 공포감에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 이념적 전향에 성공한 한 정치인이 뻔뻔한 얼굴로 야당을 비판하는 뉴스가 나옵니다. 기름진 얼굴과 금뱃지를 단 그의 모습이 즐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늘어놓는 궤변을 듣는것은 역겹기만 합니다. 이념적 전향을 통해서 기득권에 흡수되어 앞장서서 민중을 비판하는 그들은, 이미 실존적 가치를 잃어버린 불쌍한 영혼입니다. 



군사정권 이후에 사라졌던 많은 것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TV광고에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고, 국민을 나무라는 언론들의 충성 경쟁이 도를 넘어 서고 있습니다. 정치적 오만함은 그들이 오랜 시간 가꾸어왔던 추악한 과거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두 오해와 불신에 가득한 사탄과 좀비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정권이 노골적으로 국민을 비판하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시대유감 #2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제도와 복지가 필요합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국가권력이 필요합니다. 국민을 무서워 하는 정치세력과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선진화가 경제적 선진화를 가져올수 있습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경쟁의식은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룩할수 있게끔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희생이 강요된 국가정책 탓에 더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선진화로 가는 길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차별적 경쟁요소들을 하나둘씩 없애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치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점점더 황페해질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요소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봅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요소야 말로,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밀접하게 연관짓고 있는 행위 입니다. 직장생활과 친목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는 늘 정치적 요소에 휘둘리며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소소한 결정의 결과에 따라서 심하게 분노하기도 하고 환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정치적 요소는 우리의 삶을 꾸려 나가는 가장 강력하고도 밀접한 것입니다.



정치의식이 없는 사회는, 자신의 권리 보다는 사회적 의무가 강요됩니다. 하지 말아야 할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고용과 피고용인 간의 지배적 우월의식이 만연하게 됩니다. 비판적 창의력은 사라지고, 획일적이고 추상적인 목표가 사회를 지배합니다. 상식은 권력의 판단에 따라서 달라지고, 원칙은 수시로 변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공간에서는 설치류의 모략과 웃음이 넘치고, 밤의 논리는 낮의 세상을 지배합니다.

거리를 돌아 집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늘 익숙한 풍경이지만, 지나가는 행인도 보이질 않고 가로등도 꺼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을 거리의 모습이 우울하고 조용하게만 느껴집니다. 뚜벅 뚜벅 길을 걸으며, 집집마다 켜져 있는 불빛을 바라봅니다. 내일의 기대보다는 걱정이 생각나고, 웃음보다는 한숨이 깊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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