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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요하네스버그로 가는길 II

by G_Gatsby 2009. 8. 23.


가진자는 내일을 꿈꾸고, 가지지 못한자는 어제를 회상한다.
가지려고 하는 자는 희망을 꿈꾸고, 가지길 포기한 자는 절망을 노래한다.
가진다는 것이 물질적인 것만은 아닐것인데, 손아귀에 쥔 묵직한 포만감은 또다른 욕심을 만들어 내고, 허공을 휘젓는 빈곤한 손가락에는 이유없는 슬픔만이 가득하다.

죽음이 이어지고, 삶이 해답을 요구하는 곳.
이곳은 황금의 땅, 요하네스버그다.

관련글 : 요하네스버그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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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의 잃어버린 심장.

황금을 찾아 떠나온 사람들의 땀방울은 마르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황금을 찾았다는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
황금에 취한 사람들의 환호성은, 시간을 타고 흘러 알수없는 노래로만 전해질 뿐.
그 어디에도 황금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노랫소리에 취한 사람들은, 오늘도 기약없는 때를 기다리며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다.
황금은 자취를 감춰버리고, 검은 땀방울과 주름진 근육만이 숨쉬며 살아가는 곳.
이곳은 요하네스버그다.

고된 노동에 희망의 심장을 잃어 버린 노인은, 다 자라지 못하고 말라 죽어버린 앙상한 나무 그늘 밑에서 가뿐 숨을 몰아쉰다. 희망의 피가 말라버린 그의 심장은 더이상 뛰지 않고, 검은색 땀방울만이 쉼없이 흘러 내린다. 노인은 힘없는 눈길을 돌려 모랫바람이 불어오는 황금의 도시를 바라본다. 황금빛 풍경 너머 어딘가에는 노인의 잃어 버린 심장이 잠들어 있다. 노인은 기억을 더듬어 희망을 생각하려 하지만, 백발로 휘날리는 그의 머리카락은 그의 시선을 가려 버린다.

이제 도시는,
꿈꾸는 자들의 심장을 모두 빼앗아 버리고, 검은 눈물과 쟂빛 땀방울만을 그들에게 남겨 버렸다.

황금이 사라진 이후, 도시에는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다.
황금빛 건물들은 더 높게 벽을 쌓아 버리고, 삶은 벽과 벽 사이에서 힘없이 갈등하기 시작했다. 비가 사라진 도시는 검은빛 모래만 불어왔다. 사람들은 몰려왔고, 사람들은 떠나갔으며, 사람들은 죽어갔다. 황금빛 장벽 아래에는 고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무덤만이 남아있다.

허기진 사람들이 소리없이 이동을 하고, 불타는 태양만이 내리쬐는 곳.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검은색 그림자조차 남아있질 않다. 

요하네스버그로 가는길 II

어쩌면 해답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꿈은 언제나 멀기만 하고, 삶은 늘 고독하기만 하다.

하지만, 요하네스버그로 가는길 위에는 언제나 희망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것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노래에 힘을 얻어야 한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 희망과 절망 또한 다르지 않다.

삶이 희망이라면 그것은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 삶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삶이 절망이라면 그것도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지 않는 죽음에 또다른 의미를 만들어 준다.

요하네스버그로 가는길은 힘들고 고되지만 결코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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