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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남쪽으로 튀다.

by G_Gatsby 2009. 8. 20.


오랜만에 주말을 핑계로 남쪽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옵니다.
아마도 내일 저녁쯤이면 남쪽 어딘가의 도시에서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겠죠. 꽤 오랜만의 나들이가 되겠네요. 물론 한가로운 여행이나 휴가는 아닙니다. 이제는 해결해야할것 같은 여러가지 일들을 위해서 떠나게 되었네요.

고민 #1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늘 복잡하고 미묘한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가 관계의 오묘한 선을 긋기도 하고, 무심코 했던 서툰 행동들이 크게 확대가 되어서 고민을 안겨주기도 하죠.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관계의 이해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되는것 같습니다.

작년 겨울에 경상북도 봉화의 한 사찰에 오른적이 있습니다.
올라갈때에는 온몸 가득 고민과 번뇌를 가지고 올랐었죠.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도 추운줄 모를 정도로 복잡한 심정으로 올랐습니다.

스님과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노승은 추운 겨울에 찾아온 객을 위해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람소리를 들으며 차를 한잔 마신것이 다였습니다. 그렇게 별채로 물러나 홀로 밤을 지새워야 했습니다. 무언가를 얻겠다는 욕심은 없었지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 스님의 모습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했었죠. 그렇게 객의 모습은 위로받고 싶은 지친 모습이었나 봅니다.


[허기진 공간에는 그림자만 가득하다]


겨울의 아침이 사찰에 찾아왔습니다. 사찰에서의 모든 행동은 조심스럽습니다. 하나의 행동에 집중을 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몸을 긴장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가지고 왔던 고민들을 잠시 덜어놓을수 있더군요.

해가 저물어가기 전에 사찰을 내려와야 했습니다.
떠나는 객을 향해서 스님은 마침내 한마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나의 욕심만 버리시면, 남아있는 모든것이 복될것 같습니다."

가르침 #1

선택해야 할것에 집중하지 못할때, 우린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정답은 나오질 않습니다. 고민의 무게는 마음의 중심에 박혀 있는 하나의 원인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그것 하나만 덜어내면 남은것은 결코 무겁지 않습니다.

기다림을 조급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스님을 통해서 배운것 같습니다.
조급해 하면서 기다리면 자신의 열정을 헛되이 쓰는게 된다는 것을 스님을 통해서 배운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를 아주 조금은 갖게 된것도 같습니다.

오랜만에 남쪽으로 튀어 봅니다.
걷는 것이 아니라 튀어갈 생각입니다. 기다림의 끝은 언제나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풀리지 않던 수많은 삶의 방정식이 하나씩 풀려나갈지도 모르죠. 여행은 늘 이러저러한 기대와 바램이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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