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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뚜벅 뚜벅 걷는 길.

by G_Gatsby 2009. 8. 19.

사람들로 붐비던 광장에, 또 한분의 분향소가 마련되고 있네요.
불과 얼마전에도 이런일이 있었죠.
그때도 무척 더운 날이었고, 오늘도 무척 더운 날인것 같습니다.

기억 #1

문득 콧수염 단 모대학교 명예교수가 한 말이 기억이 나는군요. 말이 씨가 된다고, 그분의 조잡한 언어가 예언처럼 다 맞아 떨어졌습니다. 꽤 오래전에 그분의 특별강의를 잠깐 들은 기억이 나더군요. 그땐 무척 자신만만하고 기고만장하고 꼬장꼬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치적으로 성공을 하지 못한 울분과, 이념적 편향성과 계급적 우월의식으로 무장한 콧수염의 노신사는 이제 우리시대에 존경받지 못하는 인물이 되어 버렸네요. 교육자의 입장에서 그릇된 교육현장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비판은 아예 찾아볼수 없더군요. 하긴, 아직도 남북전쟁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모씨도 있으니까요. 스스로를 바른언론인이라고 하더군요. 언제나 자신에 대한 비판에는 귀를 닫은 분들입니다.

세상을 올곧게 살아간다는 것이 참 힘들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낍니다.
한때, 절대적 가치에 젊은 피를 쏟아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기득권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들만을 위한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걸 보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들의 절대적 가치에 열광하던 지난 시절의 내 청춘이 가소롭게 느껴지기 까지 하네요.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절대적인 가치는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그 가치도 변하는것을 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걷는 인생의 길이 이렇게 꼬불꼬불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좀 더 잘 살게 되면서, 우리가 걷는 길들은 편편해지고 똑바르게 뻗어갑니다.
높고 험한 길에 터널이 뚤리고, 바다로 막힌 길에 다리가 놓여지고, 걷기 편하도록 길이 반듯하게 놓여집니다. 많은것들이 걷기 편하게 만들어지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갈수록 앞이 보이질 않는것 같습니다. 절대적 가치가 사라지고 난뒤에는 끝모를 두려움과 불안감만 가득한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일이 두려운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절대적인 가치를 이루기 위한 분들이 영웅으로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의 삶을 평온하게 만든 종교 지도자들이 그러하고, 자유를 위하여 피를 흘린 많은 위인들이 그러합니다. 모두가 절대적인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삶이 돋보이는 것이겠지요. 힘들지언정, 뚜벅뚜벅 걷기를 포기하지 않은 분들입니다.

어제 돌아가신 분의 삶을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정치적인 이해를 떠나서라도, 아무도 이루지 못한 길을 외롭게 달려오신 분입니다. 우리가 배고프다고 쉽게 포기해 버렸던 자유와 인권을 위해서 치열하게 싸워오신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배부른 스스로가 죄송스럽습니다.

시선 #1

지하철 광장에서 할머니가 갓 태어난 고양이를 팔고 계십니다.
고양이가 너무 작고 귀엽습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곳에서도 미친듯이 옹알이를 하면서 장난을 부립니다. 조만간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사랑을 받게 되겠지요. 험한 길위에서도 생명은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합니다.

곧게 뻗은 길을 오늘도 걸어 봅니다.
구두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옵니다.
아스팔트위로 느껴지는 걸음걸이는 변함이 없습니다. 걷고 있는 모습도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가 걷는 길위에서는 오늘도, 누군가는 사랑을 기다리며 설레이고, 누군가는 사랑을 잃어버리고 슬퍼합니다. 익숙함은 아픔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곧게 뻗은 길위의 풍경은 그 끝이 어디인지 오늘도 잘 보이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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