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비오는날의 재즈.

by G_Gatsby 2009. 8. 11.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하루종일 멈추지 않고 내립니다.
오후가 되면서 비가 더 굵어지더니 조용하지만 강하게 계속 내립니다.

오피스텔 창문의 커텐을 모조리 걷어 봅니다.
환하게 밖이 보이면서 비가오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지는것 같네요.
잿빛하늘, 그 아래로 달리는 차들이 보이고,
창문을 타고 내리는 빗물이 전체적인 풍경을 파스텔톤으로 만듭니다.
선명하게 보이지 않지만 뭔가 움직이면서 만들어 내는 느낌.
이런 느낌 참 좋죠.



비가 와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혼자 창문을 내다보면서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는것 같아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면서 가끔은 이런 사치를 누려보는 것도 작은 기쁨이 되는것 같네요.

창밖의 풍경에 집중하면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집중해 봅니다.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놓치고 있는 아름다운 소리와 장면들을 생각해 봅니다.
비가 와서 우울한 오후가, 편안하고 차분하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풍경을 바라보며 음악을 잠시 켜 봅니다.
오랜만에 듣는 Ricahrd Galliano의 음악이 딱 어울리게 들려옵니다.
이런날에는 가볍게 와인도 한잔 마셔주면 좋겠죠.



냉장고를 뒤져봅니다.
와인은 고사하고 맥주 한캔도 없습니다.
마실수 있는건.
마늘 엑기스 밖에 없네요..
이런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그걸 마실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물 한모금 입에 물고 다시 창밖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하루를 살아봅니다.
가끔은 이런 찐~한 고독을 느껴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겠죠.


 

'사는 이야기 > 12시 5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리도록 슬픈날.  (6) 2009.08.18
떡파는 할머니와 경상도 아저씨.  (14) 2009.08.10
시대유감, 길을 걷다.  (6) 2009.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