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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갈림길, 풍경을 다시 만들다.

by G_Gatsby 2009. 10. 8.

광장앞 모퉁이 노점에서 두꺼운 양말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겨울맞이 준비가 시작되고 있네요.

경제적 한파가 이제 곧 시작될 모양입니다.
투기성 자금이 경매시장을 노리고 준비작업에 하기 시작하는군요.
아마도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으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던 사람들의 희생이 시작될 모양입니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꽤 춥고 긴 겨울이 될것 같습니다.

갈림길.

부부처럼 보이는 아저씨와 아줌마가 손에 무언가를 가득 들고 함께 걸어갑니다.
대형마트에서 무언가를 많이 산 모양입니다.
걸어가는 뒷모습이 평범한 우리 이웃의 모습입니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부부의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습니다.



나란히 걷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갑자기 길을 멈추고 언성을 높입니다.
갈림길이 나왔는데 아저씨는 이쪽으로 가자하고, 아줌마는 저쪽으로 가자고 합니다. 두분의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뒤에 가던 내 귀에 다 들립니다.

두손가득 봉지를 들고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며 이야기 합니다. 
풍경좋던 부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헤어져 자기가 고집한 길로 걸어갑니다.

아저씨는 담배를 입에 물고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아줌마는 투덜거리며 자신이 고집한 길을 걸어갑니다. 갈림길이 나오면서 부부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한사람의 남자와 한사람의 여자가 서로 다른길을 갈뿐입니다.

두사람이 헤어진 갈림길에 멈춰섭니다.
어느곳으로 갈지 잠시 고민해 봅니다. 어느길로 가나 결국은 하나의 길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다른길인것 같지만 정작 같은길입니다. 아저씨가 걷는 길을 뒤따라 갑니다. 그쪽길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며 구경할것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느낌 하나.

인간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은 모두 별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능력과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도 감정이라는 녀석이 강하게 부정하고 나서면 아무것도 아닌일로 고민을 하거나 서로 다투는 일이 생깁니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자신이 모를때도 많습니다. 불가에서는 이러한 감정을 다스리는 행위를 참선이라고 합니다. 감정이 전혀 없어진 상태에서 보이는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명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생각과 감정이 모두 사라지고 보이는것과 내가 하나가 되는것을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가끔 우리는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노출하곤 합니다.
이유없이 짜증을 내고, 쉼없이 불평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러한 감정이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을때가 많습니다.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가 다시 하나의 길이 나옵니다.
정확하게 헤어졌던 부부가 다시 하나의 길에서 만납니다.
담배를 피며 걷던 아저씨가 아주머니를 쳐다보며 웃습니다. 아주머니는 아직도 감정이 남아 있는지 그냥 무시하면 길을 걸어갑니다. 아저씨가 재빨리 아주머니 옆에 서서 걸음을 맞춥니다. 다시 풍경은 하나의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노곤한 시간을 버티다가 다시 찾아온 주말입니다.
한주동안 쉽게 짜증을 내면서도 애정을 가졌던 주변의 익숙한 얼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야 할것 같습니다. 삶의 깨달음을 이해하긴 어렵지만,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불안정한 우리들에게는 멋적은 미소와 따스한 체온으로도 충분히 행복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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