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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까치의 울음과 일주일간의 여행.

by G_Gatsby 2010. 1. 18.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두툼한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세상이 환해 보입니다.
'여자의 마음과 우리나라 일기예보는 믿어서는 안된다' 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격언이 있습니다만, 앞으로 요즘처럼 추운 날씨는 없을거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꼭 믿고 싶습니다.

전봇대에 까치가 앉아서 울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까치의 울음 소리 입니다. 추위에 먹을것이 귀했는지 아주 애절하게 울음을 냅니다. 전봇대 위의 까치를 반가운 마음으로 쳐다봅니다. '까치가 울면 복이 온다'는 격언이 있어서 인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복을 많이 받으면 이웃블로거에게 공평하게 나눠줘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랜 시간 나를 위해 울어주던 까치가 훌쩍 다른곳으로 날아갑니다.
아직도 다 녹지 않은 눈더미 위에 뭔가를 툭 떨어뜨리고 갑니다. '흥부를 위해 가져다 준 박씨'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흥'씨는 아니지만 까치도 이름이 햇갈릴수는 있습니다.

회색으로 변한 눈더미 위에 큼지막한 까치 을 발견합니다. 
추운 날씨속에 변비로 고생하던 까치가 왜 그토록 처절하게 울부짖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나를 위해 울어준게 아니란게 확실해 집니다. 까치를 원망하고 싶진 않습니다. 박복한 사람의 헛된 바람이었을 뿐입니다. 까치가 떠나간 회색 하늘을 바라보며, 까치의 무병장수와 변비탈출을 기원해 봅니다.

# 1

영화 원위크(One week)에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쩌면 죽음의 날짜를 알수 없기에 우리는 보다 편하게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영화속 주인공은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것이라는 것을 알고 난뒤에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평범한 직장과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죽음이 현실화되어 나타난 것이죠.

죽음을 앞둔 남자는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해야 했던 것들이 생각납니다. 죽음을 앞둔 삶은 미련과 후회로 가득차게 됩니다. 그리고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납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떠오릅니다. 주위의 평가에 의해서 포기해야 했던 소박한 꿈들,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지도 못한채 남은 인생을 약속해야 했던 여인,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채 끝없이 앞으로만 달려가야 했던 무수한 시간들.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는 그 '길'위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일상에서 일탈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것은 아닐겁니다. 남자는 능동적이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통해서 '삶의 배짱'을 찾아 냅니다. 주위의 시선보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겁니다.

남자가 살아갈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자는 남은 시간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보낼수 있을겁니다. 남자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 것이죠. 그래서 남자는 남은 시간동안 당당한 삶을 살수 있습니다.

# 2

영화속 남자의 깨달음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무언가 좋은일이 있기를 바라면서 행복하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능동적인 삶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만들어 내는것 같습니다. 불가능한 이상을 꿈꾸며 복잡한 현실을 하나둘씩 헤쳐 나가는 것이 당당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누가 뭐라해도 스포츠카 "

까치는 복을 주지 않고 똥을 주고 떠나버렸지만, 까치를 미워하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변비걸린 녀석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당당한 인생이 뭐 있겠습니까. 그저 요행수를 바라지 않고 매순간 살아 있는 감정으로 살면서 그 속에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