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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조각 모으기와 휴지통 비우기

by G_Gatsby 2010. 3. 1.


문제 없이 잘 쓰던 컴퓨터가 말썽을 부립니다.
기계적으로는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속도가 많이 느려졌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하드디스크 조각모음과 최적화를 했습니다.

# 기억 하나

이것 저것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도 정리 했습니다.
업무에 관련된 자료 파일만 200G가 넘더군요.
예전 프로젝트에서 요긴하게 쓰였던 각종 보고서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외에 참고자료로 모아놓은 파일들도 꽤 많네요. 지난 몇 년간 프로젝트 일지와 내부보고서 자료만 수 천개가 넘습니다.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했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일을 했지만 아직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 중에 몇 개는 이번에 삭제를 했습니다.
하다가 중단되었던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였죠. 아마 앞으로 그 일을 다시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입니다. 사실 미련이 많은 일들이었지요. 그 일이 중단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옷을 벗어야 했습니다. 금전적인 손실도 참 많았죠. 혹시나 싶어서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다 버렸습니다. 미련 보다는 홀가분한 생각이 드네요.

블로깅을 하면서 올리려고 만들어 놓았던 글들도 눈에 띕니다.
대부분 완성을 하지 못했거나 잊어 버리고 올리지 못했던 글입니다. 백개가 훨씬 넘는 글인데요. 대부분 ‘시사글’ 이나 ‘우리시대 동화’에 관련된 글입니다. 시사글은 의도적으로 올리지 않았고 ‘우리시대 동화’ 이야기는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가 많아서 올리지 못했던 글입니다. 앞으로도 올리지 못할 것 같아서 이것도 모두 삭제를 했습니다.

# 느낌 둘.




살다 보면 이루지 못한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노력이 부족해서 그만둔 것도 있고, 무언가의 방해로 그만둔 것도 있습니다. 때로는 운이 없어서 그만둔 일도 있죠. 돌이켜 보면 마음 먹은 대로 되는게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살면서 참 많은 미련들을 갖고 삽니다.
경마장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오늘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미련으로 다시 표를 삽니다. 잃은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가진 것을 다시 걸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미련은 또 다른 미련을 만드는 것이죠.

달라이 라마성장하지 못하는 삶의 필수조건으로 ‘미련’을 말했습니다.
이성적인 성장은 결코 만족을 주지 못하고 영혼의 배고픔은 끝없이 ‘미련’을 찾아 헤맨다고 말이죠. 영혼의 성장이 ‘행복’이라면 ‘미련’은 결코 ‘행복’을 만들지 못합니다.

오래된 파일들을 버리고, 가지런하게 하드 디스크를 정리하고 나니 컴퓨터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이것 저것 많은 생각들과 미련을 버리고 나면 우리도 이렇게 빨라질 수 있겠죠. 느린 화면이 빠르게 변하고 나니 모든게 새롭게 보입니다. 우리도 느린 시선을 거두는 가장 좋은 방법이 흩어져 있는 미련들을 버리는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3월 이군요.
버릴 것은 버리고 다시 채우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꽃피는 계절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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