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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뒷짐 지고 계단 오르기

by G_Gatsby 2010. 3. 9.


오랜만에 전화를 한 친구가 안부를 묻습니다.
뻔한 안부 인사에 뻔한 답변을 합니다.
녀석이 느닷없이 아들은 잘 크냐고 묻습니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아들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어떤 질문을 할지 잘 알기 때문에 아주 자알~ 큰다고 대답했습니다.

살면서 뻔한 질문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찌 사느냐, 밥은 먹고 다니냐, 돈은 좀 벌었냐, 철 좀 들어라, 키는 좀 컸냐... 등등. 대답이 어려운 질문도 있습니다. 잘 사느냐, 행복하냐, 요즘 어찌 지내냐, 다가오는 FOMC 회의가 세종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등.

가끔은 스스로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져 봅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궁색하고 변명은 늘어납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은 뒷짐을 지고 이야기 하지만, 대답을 하는 자신은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기대와 후회 속에 살기 때문이죠.

# 1

급행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환승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가쁜 숨을 내쉽니다.
계단 봉을 잡고 한발씩 힘겹게 오르는 할머니의 모습이 있고, 군복 입은 청년은 두 계단씩 씩씩하게 올라옵니다. 큰 가방을 어깨에 걸친 안경 쓴 학생이 지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쇼핑백을 손에 든 아주머니는 전화를 하며 계단을 내려갑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바뀌어 내려가고 올라오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물건을 팔던 중년의 아저씨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소리 없는 한숨을 몰아 쉽니다. 의자에 앉은 여학생은 단어장에 시선을 둔 채 움직이지 않습니다.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는 양복 입은 아저씨가 자리에 앉질 못하고 서성이고, 커다란 기타를 짊어진 노랑 머리의 남자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댑니다.


" real life "



# 2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인생은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가 바라볼 때에는 의미 없는 동작만 반복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언젠가는 멈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르거나 내리는 것을 그만 두지 못하는 부질없고 덧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인간의 모습에 진실한 ‘사랑’을 강조 했습니다. 부처님은 진리의 ‘깨달음’을 가르쳐 주셨죠. 수많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오르고 내리는 계단의 높이만큼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기쁨을 알게 해주었고, 에 물려 돌아가신 어느 나라의 지도자는 ‘실천하는 양심’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수많은 성인들과 위인들은 우리가 오르고 내리는 걸음걸이 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 주었습니다.
그 의미의 공통점은 바로 ‘행복’이겠죠. 모든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과 방법 이었습니다. 우리 보다 먼저 수없이 계단을 오르고 내린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의 목적이 바로 ‘행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작은 행복’을 갈구 합니다.
커다란 야망이거나 거대한 재산은 아닐 겁니다. 그저 소박하고 작은 소망과 희망일 테지요. 어쩌면 그것 조차 만들어 가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힘들어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작은 고통에 힘들어 하고 작은 고민에 눈물을 흘리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행복’의 출발점은 마음가짐에 있다고 합니다.
좀 더 활짝 웃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느끼고, 좀 더 기쁜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리는 마음이 ‘작은 행복’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아프신 법정 스님이 하신 말씀 입니다.

어떠면 뒷짐을 지고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힘겨운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면 아무도 우리의 걸음을 도와주거나 방해하지도 않는데 말이죠. 모였다 사라지는 광장에는 어떠한 이름도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저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기억에만 자신의 걸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눈이 오는군요.
동서남북에서 번갈아 가며 지진도 일어 나네요. 시간 맞춰서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소리 한번 못 내고 얼어 죽게 생겼습니다. 잃어 버린 10년을 찾아 세상이 거꾸로 가려고 하니 이상한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댓글10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10.03.10 11:14

    어려서는 동네에 쥐가 하도 들끓어서 쥐약먹여 죽이고 쥐덫 놓아 죽이고, 고양이 키워 죽이고 그랬었는데,
    어느덧 살기 좋아졌다고 쥐잡기를 너무 소홀히 했나 봅니다.
    은근히 힘을 키운 쥐가 이젠 사람도 물어 죽일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죠..
    다시 쥐를 잡아 죽여야 하는 때가 돌아온 것 같은데..
    요즘 쥐는 개를 키워서 개가 지키고 있으니 눈앞에 보고도 쥐를 잡기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3.10 17:52 신고

      쥐가 문제긴 문제인가 봅니다.
      선진화된 나라에 쥐가 돌아다녀서는 안되겠죠.
      쥐잡기 운동을 다시 한번 해야 할듯 해요.
      해충박멸은 꼭 필요합니다.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0.03.10 18:13

    아드님이 잘 크고 있다니 참 다행입니다.
    물론 따님도 잘 크고 있겠죠?
    둘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할텐데...

    아주 예전에 태백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3월에 눈을 구경하는 것은 태백에서나 가능한 일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전 행복합니다.
    이 행복을 유지하려면, 또 더 큰 행복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할지 걱정도 되는데...
    기우겠지요?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3.11 08:38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없는 아들은 잘 크고 있을겁니다. 딸도 마찬가지구요.^ㅁ^ 태백에 계셨군요. 강원도의 힘은 겨울에 대단하죠. 봄 눈이 왔네요. 올해는 풍년이 될듯 합니다.^^

  • 익명 2010.03.10 21:16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3.11 08:39 신고

      갑자기 추우니 적응이 잘 안되네요.
      겨울엔 여름이 그립고 여름엔 겨울이 그립죠. 냉탕과 온탕의 차이, 냉정과 열정의 차이,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죠.

  • Favicon of https://befreepark.tistory.com BlogIcon 비프리박 2010.03.11 19:11 신고

    먼저, 친구에게 반문의 여지가 없는 대답을 하신 개츠비님의 지혜에 박수를 보냅니다. ^^
    있지도 않은 쥬니어에게 보내는 박수는 아닙니다. ^^

    저는 계단을 오를 때 어떤 자세로 오르나. 잠시 되돌아 봅니다.
    저는 계단을 보며 제 발을 보며 한 계단 한 계단 차곡차곡 올라가는 타입입니다.
    서두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냥 또박또박. 그런 자세입니다.

    쥐에 물려 돌아가신 어느 나라의 지도자가 있죠.
    후임자가 자행한 전임자에 대한 표적수사가 생명을 앗아갔다고도 하고요.
    제가 아는 '어느 나라'가 개츠비님이 아는 '어느 나라'가 맞지 않나 싶습니다.

    삶은 마음가짐입니다.
    둥글게 살라는 의미에서, 삶은 계란도 맞지요.
    물론, 소금에 찍어 먹는 삶은 계란도 맛있지요. ^^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3.12 17:57 신고

      친구들도 바쁘게 살다 보면 헷갈릴때가 있죠. 띄엄띄엄 연락하는 친구일수록 가끔 횡설수설할때가 좀 있습니다.^^

      사는것은 역시 마음가짐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쥐가 사람을 죽일수 있듯이 하나의 계단을 오르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웃긴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둥글게 사는것이 참 좋지요.
      욕심이 많을수록 후회도 많아 지는게 우리네 삶인것 같네요.^^

  • Favicon of http://k-foto.tistory.com BlogIcon 카이로스 2010.03.13 14:08

    역시.. 열심히 기다렸습니다. 간만에 오니 게시물이 두개...
    오늘도 많은 가르침과 깨우침 얻고 갑니다.
    소소한 행복만으로도 가슴 한 가득 채우고 살아갈 수 있는 우리네 삶인데...
    답글

    • Favicon of https://akdong2k.tistory.com BlogIcon G_Gatsby 2010.03.14 13:27 신고

      요즘 제가 여러모로 불편한 것들이 많아서 블로그를 잘 찾질 못하네요.^^ 매번 성실한 블로거가 되겠다고 다짐만 하고 늘 실천하지 못합니다. 게으른 돼지가 되어 가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