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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상수야~ 어서 돌아와라

by G_Gatsby 2010. 3. 24.


저처럼 만성 비염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요즘 같은 황사가 힘겹습니다.
가뜩이나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 말이죠. 이런걸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하나 봅니다. 봄은 올 듯 말 듯 오지 않고 황사 바람만 붑니다. 그래서 외출을 하고 오면 가벼운 두통이 있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아집니다. 특별한 약이 없다니 이대로 평생 살아야 하나 봅니다.

# 1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니 난리가 나 있습니다.
경비 아저씨하고 아주머니가 상기된 얼굴로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주머니는 저를 보더니 다짜고짜 미안하다고 말을 합니다.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가 초인종을 눌렀는데 마침 아주머니는 세탁을 하느라 소리를 못들었나 봅니다.
근데 아이가 화장실이 급했던 것 같습니다. 참다 못한 아이는 복도 계단에서 일을 치뤘나 봅니다. 쉽게 말해서 계단에 을 싼 것이지요. 하지만 미처 마무리를 다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오묘한 냄새를 맡으며 순찰을 돌던 경비 아저씨와 눈이 마주 친 겁니다. 아이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사이도 없이 냅다 도망가 버렸습니다. 아이와 안면이 있는 경비 아저씨는 아주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린겁니다.

아이의 이름이 ‘상수’인가 봅니다.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아주머니는 ‘상수 이 놈의 자식 오기만 해봐라~” 하면서 흥분하고 있습니다. 녀석이 싸고 도망간 ‘’은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 형언하기 힘든 무거운 냄새가 복도에 쫙 퍼져 있었습니다. 요즘 시끄러운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ASS와 이름이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 2

사람이 오만하면 진실이 감추어집니다. 오만하고 건방진 사람은 자신이 유리할 때 목소리를 높이고 불리할때는 모른척 하거나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수직적 계급을 추종하는 사람은 계급이 올라갈수록 거짓말과 아첨이 늘어납니다.

ASS 원내대표의 처신을 보면 마음이 참 씁쓸해 집니다.
스스로 나설 용기는 없었으면서도 우연찮게 운동권에 이름을 올립니다. 그리고 YS의 야합 때 기득권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한번 단 맛을 보게 되면 더 찾게 되기 마련입니다. 안경쓴 모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가장 악랄하게 민주화 세력을 비판하게 되었죠. 배신자가 득세하는 방법은 더 악하고 치열하게 자신의 충성을 보여주는 길 밖에 없습니다.

정치인의 ‘능력’은 도덕적, 사회적 책임감 입니다.
도덕적으로 존경 받지 못하는 정치인은 신뢰를 얻을수 없고, 사회적 책임감을 갖지 못하는 정치인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치를 하지 못합니다. 거짓과 욕심으로 채워진 우리 사회의 기득권 정치인들이 우리사회를 아름답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ASS의 여러 발언들은 권력의 욕심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욕심입니다.
좌표 교육이 등장하고 좌파 스님이 등장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좌파를 몰아내자라는 독재정치를 표방하기도 합니다. 이러다간 딸기 우유를 먹다가 ‘좌파 소비자’로 몰릴수도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세상이지요.

 "좌파 루니"


그들이 말하는 좌파가 정확히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정치사회적 의미의 좌파라면 몰아내야할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유럽은 사회민주주의가 득세를 하고 있습니다. 정치싸움은 이념이 만들어낸 상대적인 정책의 차이를 가지고 승부를 하는 겁니다. 하나의 사회적 이념만 옳다고 다른 이념을 배척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재정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신나게 ‘좌파척결’을 외치다가 불리해지니까 더 이상 논의하지 말자며 숨어 버립니다.
말꼬리 잡고 억울하다며 매번 늘어지게 독설을 쏟아내던 그가 이번에는 그냥 덮어 버리잡니다. 똥 싸놓고 도망가면 조중동이 알아서 처리해 줄거라 믿는가 봅니다. 신문으로 똥을 덮을 순 있겠지만 냄새까지 막을순 없습니다.



똥은 사라졌지만 아련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수”를 찾던 아이의 어머니가 거듭 미안하다며 말을 합니다.
그저 가벼운 목례 말고는 달리 할말이 없습니다.


똥’을 싸고 냅다 도망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인생은 타이밍인데, 재수없게 들킨 것을 억울해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어머니에게 혼날 생각으로 우울해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끝까지 자기가 아니라고 우기며 당당하게 들어올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본 사람이 있고 냄새를 맡은 사람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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