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끄적끄적

보헤미안의 걸음

by G_Gatsby 2010. 5. 4.

늦은 일을 마치고 지하철의 차가운 의자에 앉았다.
옆에 앉은 핸섬한 청년의 이어폰 너머로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온다.
Queen''Bohemian Rhapsody"
시간이 흘러도 프레디 머큐리의 음색은 변함이 없다.

중학교 다닐때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다.
조금은 소심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한 친구였는데, 옆자리에 앉은 짝지라는 이유로 꽤 친하게 지냈었다. 아마도 그 녀석에게는 친하다고 말할수 있는 친구가 나밖에 없었던것 같다.



여름방학이 시작될때 녀석이 나한테 선물을 줬다. 오랜 시간 못보니까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녀석이 건내준 것은 Queen의 테이프 였다. 덕분에 여름내내 Queen의 음악에 빠져 살았다. 뭐라고 말할수 없는 그 느낌. 트로트와 포크송만이 노래인줄 알았던 나에게 Queen은 너무도 사치스러운 음악이었다. 그때부터 너무도 좋아했던 노래 Bohemian Rhapsody. 학년이 올라가면서 여러 음악들을 알게 되고 헤비메탈까지 손을 대면서 부터 Queen은 조금씩 잊혀져 갔다.

그러다가 문득 또다시 Queen의 노래들이 생각나는 날들이 있었다. 외롭다는 생각이 불쑥 찾아올때, 첫사랑의 열병에 힘들어 할때,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이 답답해질때. 세상을 향해 마음껏 소리치고 싶을때. 그때마다 Queen의 노래가 살짝 다가왔다가 사라지곤 했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하게 되고, 나 역시 끊임없이 시간을 떠돌고 있는 보헤미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Queen의 음악이 진정으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듣진 않지만 언제 들어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런 음악이 되었다.



차가 멈추고 핸섬한 청년이 차에서 내렸다.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내 머릿속에는 끝없이 외치고 있는 보헤미안의 발자욱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사는 이야기 >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의 습작  (6) 2010.05.13
Memories of Tomorrow  (10) 2010.05.02
스님 평안하소서.  (12) 2010.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