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어깨를 펴고 걷기.

by G_Gatsby 2010. 7. 5.

더운 날씨에 지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 집니다.
회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 넥타이를 맨 사람들, 뾰족 구두를 신은 사람들..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쏟아 집니다. 하루를 마쳤다는 안도의 목소리와 노동을 마친 힘겨운 한숨소리가 섞여서 복잡해 집니다. 회색 거리에 사람들의 정겨운 땀냄새가 묻어나기 시작합니다.

양복을 입고 길을 걷는 젊은이의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무엇을 깊이 생각하는지 알수 없지만 크게 낙담한듯 어깨가 축 쳐져서 걷습니다. 앞을 보고 걷는지 땅만 보고 걷는지 알수 없습니다. 젊은이와 함께 걷는 그림자조차 힘에 겨워 보입니다.

# 1

얼마전 예전에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를 만났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인데 참 성실한 분입니다. 직급은 낮아도 부지런히 뛰어 다니시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참 사연이 많은 분입니다. 다니는 직장이 3년도 못가서 다 부도가 나버리고 말았죠.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직을 많이 한 분입니다.

가족을 두고 장기 출장도 마다하지 않았던 분입니다.
공부 잘 하는 아들을 너무도 사랑하는 분이었죠. 언젠가 한번은 이렇게 돌아다니며 생활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함께 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견뎌야 한다는 것이 대답이었죠. 힘겨워 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고 당당한 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분이 저에게 던진 말은 일을 할만한 직장을 구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석달째 쉬고 있다는 겁니다. 마흔 다섯을 넘긴 나이. 웬만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낙담하고 돌아가는 그 분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예전에 그 당당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축 늘어진 어꺠에는 무거운 짐을 가득 메고 있었습니다. 뚜벅 뚜벅 걷던 발걸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흰머리가 늘어가는 그분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2

세상살이가 참 쉽지 않습니다.
한번 뒤쳐진 사람은 재기하기 조차 어려운 잔인한 세상입니다. 능력이 있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어긋난 세상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참 힘겨워 합니다.

한번 좌절을 겪은 사람은 갈수록 자신감을 잃어 갑니다
성공에 대한 열정 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져 갑니다. 어두운 도시에서 쉴곳을 찾지 못해 헤매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점더 자신감을 잃게 되지요. 어깨를 펴고 걷는 날보다 땅을 보며 걷는 날이 늘어납니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지는것이 되지요. 그렇게 패배를 거듭하다 보면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88만원 세대를 이야기하던 어느 작가는 우리에게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세상이 힘들게 다가오더라도 어깨만큼은 활짝 펴고 걷자는 것이죠. 아이러니 하게도 어깨를 활짝 펴고 걷는 것이 세상이 주는 우울함을 극복할수 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당당한 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머피의 법칙으로 유명한 심리학자는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긍정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죠. 우주의 법칙은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뛰는 생각만 하는지도 모릅니다. 분에 넘치는 욕심과 타인에 대한 부러움이 우리를 무작정 뛰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충분히 걷는 연습을 한후에 뛰어도 늦지 않습니다.



풀린 다리로 힘들게 걷던 젊은이가 몸을 추스립니다. 무슨 생각을 했느니 안경을 똑바로 쓰고 가방을 다시 둘러 맵니다. 굳게 다문 입술을 보니 아까와는 많이 다른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젊은이의 어깨가 펴지자 함께 걷던 그림자도 당당해 집니다.


실패와 두려움 때문에 어깨를 펴고 걷는걷이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보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나의 열등감을 들키진 않을까 생각하면서 위축되기 쉽죠. 그럴수록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걷는 연습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그것만이 해결책이니까요.

'사는 이야기 > 길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잃어 버린 시간의 습작  (8) 2010.07.08
슬픈 안녕  (18) 2010.07.01
고양이를 부탁해.  (12) 201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