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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슬픈 안녕

by G_Gatsby 2010. 7. 1.

길가의 건물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황급히 뛰어나오더니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사람들이 길을 멈추고 아주머니를 쳐다 봅니다. 고개를 숙이고 울던 아주머니가 일어나더기 하염없이 길을 걷습니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립니다. 다리가 풀린 걸음걸이가 슬프게 느껴집니다. 고개를 들어 아주머니가 나온 건물을 쳐다 봅니다. 병원 응급실 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살 소식이 들려옵니다.
유명한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저 이미지로만 짐작했던 배우의 숨겨진 이야기가 흘러 나옵니다. 힘들어 했던 번뇌와 고민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무수한 자살을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하게 슬픈 사회인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정도로 외롭고 힘든 사회인것 같습니다.



어느 심리학자는 우리 사회의 자살을 '외로운 시대'가 만들어낸 아픔 이라고 말합니다.
이전 세대에게 충분한 교훈을 얻고, 같은 세대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세대의 희망을 말해주던 사회가 아니라는 겁니다. 삶의 지혜보다는 머리에 든 지식이 대우를 받고, 사회의 잣대를 통해서 스스로의 점수가 매겨지는 냉혹한 사회라는 것이죠.

나이도 상관이 없고, 그 사람의 의견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일률적인 점수에 의해서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남자, 좋은 여자가 나뉜다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의 상대적 열등감에 집중하다 보면 세상이 한없이 외로워집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남과 비교해서 얻는 가치에 집중을 하게 됩니다.
절대적인 가치는 고전적인 유치한 사상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사회는 비교우위에서 얻는 즐거움을 향유할것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죠. 이러한 사회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게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스스로의 세상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긴장감에 살아야 합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숨을 죽이게 되고 괴로워 하게 되는 것이죠. 나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서 느끼는 괴로움은 치명적인 것이 됩니다. 결국 '슬픈 안녕'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인간의 가치가 상대적인 점수로 매겨진다면 정말 잔인한 사회 입니다. 나의 가치와 상대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삶을 이해하고 즐길 충분한 권리와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머니가 뛰쳐나간 건물에서 중년의 아저씨가 나옵니다.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하는 아저씨의 얼굴에도 슬픈 눈물이 가득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라 자식의 자살 소식을 지인에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이 복잡한 거리를 텅비게 만듭니다. '슬픈 안녕'이 당연시 되는 거리가 참 슬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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