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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인스턴트 청춘

by G_Gatsby 2010. 7. 19.

요즘 한 국회의원의 발언파문으로 말이 많습니다.
누굴까 하고 찾아 보니 지난 선거때 문화일보의 테러로 아깝게 떨어진 정청래 전의원의 지역구더군요. 테러로 선거에서 어렵게 이겼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지네요. 강용석 의원의 사건을 보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MB를 좋아하지 않고 비판하지만, 70대 노인을 들먹이면서 할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같은 편인데 말이죠. 더군다가 여성의 외모와 연결되는 부연 설명은 기가 찰 노릇 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대학생들에게 과연 그런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도 우습구요.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의 발언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부끄러워 집니다.

# 1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스무살 인생에게 더이상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독한 학습 기간을 거치고 또 다시 경쟁사회로 내몰리는 젊은 청춘에게 꿈과 이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죠. 이름있는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가문을 빛내는 것이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진 것이 인격이 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진지하게 하는 인생에 대한 고민은 대부분 돈과 직장의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고,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에게는 그런 고민조차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소수의 청춘만이 부의 세습과 경쟁에서 이긴 보상으로 꿈을 꿀수 있는 것이죠. 대다수의 청춘은 영양가 없는 인스턴트에 중독되어 삶의 시간을 버려가고 있습니다.



시급 4천5백원에 고용이 되고 식상하면 다시 버려집니다. 다시 쓰여지기 위한 시간동안 갚아야 할 빚들만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면 20대의 끝자락에 서게 됩니다. 갈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어 방향을 잃게 됩니다. 그러면서 가슴 속에 품어 두었던 꿈과 열정을 하나 둘씩 꺼내서 버리게 됩니다. 현실과의 타협뒤에 찾아오는 것은 하루를 걱정해야 하는 인스턴트 인생입니다.

# 2

파란눈의 한국인 교수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책임을 정경유착을 묵인하는 위정자의 위선에서 찾았습니다. 계급을 나누는 것이 다스리기 편했으니까요. 그러면서 도덕과 인격이 상실되고 경제적 힘이 우선시 되는 세상이 찾아왔습니다. 계급을 지키는 것도 힘겨워 지는 시대가 온 것이죠.

80년대 취루탄을 온몸으로 맞으며 노동운동을 했던 많은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있었습니다. 차별받지 않는 세상,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는 세상을 위해서 투쟁을 했던 것이죠. 노조가 만들어지고 불합리한 처우가 개선되었습니다. 이제 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이 온다고 믿었죠.

거대한 기업의 노동자는 자신들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못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점점 커져만 갑니다. 상대적인 박탈감과 부당함을 호소하지만 그저 메아리로 돌아올 뿐입니다. 더 이상 이상과 정의를 위해서 싸우지 않습니다. 인정된 계급은 거기서 머무르는데 만족할 뿐이죠. 더이상 젊은 청춘을 위하여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강용석 의원의 토론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어떤 자괴감이 들었는지 상상할순 없습니다. 어쩌면 부조리한 현실에 낙담했을지도 모르고, 이런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마음먹었는지도 모릅니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취급되는 청춘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