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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길을 걷다

고갈,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by G_Gatsby 2010. 7. 27.

본격적인 휴가철의 시작인가 봅니다.
휴가 계획을 아직도 잡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소나기가 간절한 날이기도 하구요. 방학이라고 PC방으로 출근하는 옆집 '상수' 녀석에게는 아빠의 두둑한 보너스가 간절한 날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찾아오고 직장인에게는 휴가가 찾아오는걸 보면 이제 여름도 한 가운데 있는것 같습니다.

# 1

얼마전에 독립영화 '고갈'을 보았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아름다운 호러물'이라고 말합니다. 거칠고 투박하게 이어지는 영상을 두시간 넘게 보면서 구토가 나는것을 참아야 했습니다. 아름답다라것에는 인간의 모든것이 고갈되어 남아있지 않은 모습도 포함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영화가 아름답진 못했습니다.

낯선 남자에게 여자는 몸을 팝니다.
더럽고 불결한 쓰레기 더미 같은 곳에서 몸을 팝니다. 몸을 판 댓가로 여자는 짬뽕을 얻어 먹습니다. 영상에서 보여지는 것은 모두 회색빛 쓰레기 더미 뿐입니다. 쓰레기 더미가 가득한 곳에서 허겁지겁 짬뽕을 넘기는 여자의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쓰레기 같은 세상에서도 인간이 본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럽고 불결한 여자를 탐하기 위해서 남자들은 불결한 돈을 내고 불결한 섹스를 합니다. 동성애와 가학적 성행위가 등장합니다. 세상의 모든것이 무너진 불결한 세상에도 인간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폭력을 피한 여자에게는 또다른 폭력이 기다리고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의 시커먼 연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잘리고 도륙되어진 여자의 육신은 또다른 무언가를 잉태합니다.

고갈
감독 김곡 (2008 / 한국)
출연 장리우,박지환,오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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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은 모든것이 고갈된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관념적인 사랑도, 세상의 우려도, 도덕도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런 모습이었죠. 영화를 보는내내 불편함불쾌감이 사라지질 않았습니다.

# 2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에서는 한 사람이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새벽에 잠을 자던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고 죽임을 당합니다. 세상은 정치인들이 내뱉는 구호로 가득차고 언론은 숨길것은 숨기고 보여줘야 할것만 보여줍니다. 별 세게 로고의 기업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발표하고, 별이 없는 중소기업은 휴가비 없는 휴가를 선언합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세상은 멋지고 화려하기만 합니다. 적어도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사람들의 편리한 불륜과 여유로운 웃음이 묻어 나옵니다. 현실과 너무도 다른 청춘들의 모습은 활발하고 기쁘기만 합니다. 현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오늘도 학습하며 내일을 꿈꿉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고 이야기를 하니 점잖은 타이름이 넘어옵니다.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본다는 꾸지람이 이어집니다. 틀린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끝에선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우울할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만이 전달할수 있는 특별한 공기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죽거나 혹은 죽임을 당하는 것이 이슈가 되는 사회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무언가가 없는 사회이거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느낌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영화 '고갈'이 주는 불쾌감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힘겨운 더위를 견디고 나면 세상에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삽질을 위해 사람이 희생당하는 세상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세상의 끝에선 자에게는 희망이 생기고, 약자를 겁탈하는 비겁한 행위는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