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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80

city of angels 산자와 죽은자를 나누는 천사가 사랑에 빠졌다. 저승사자도 사랑에 빠질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준 영화. City of Angels 비가 와서 축축한 영화관에서 빗물이 만들어내는 꼬릿한 냄새를 맡으며 어렵게 보았던 영화 오징어 땅콩을 먹어대며 사각 거리던 뒷줄의 뚱보 아저씨와 앉은키가 유난히 컸던 앞줄의 더벅머리 아저씨가 잊혀지질 않는 영화. 산만하던 영화관을 가득채우던 신비스러운 목소리. 샤프했던 시절의 니콜라스 게이지와 금발의 미녀였던 맥 라이언. 시간은 니콜라스 게이지에게 뱃살과 파산을 안겨주었고 영원히 늙지 않을것 같던 맥 라이언에게 주름을 한다발 선물했지만 영화속 그들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 기억된다. '사랑은 따뜻하고도 아프다.' 천사의 목소리가 기억될 만큼 그들은 뜨겁게 사랑을 했다. 지상과.. 2010. 4. 26.
회색 고추장 먹기. 신축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공사장 한켠에서 외국인 청년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 회색거리에서 자리를 잡고 올라가는 회색 건물 공사장에 회색 작업복을 입은 청년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조화로움인지 부자연스러운 풍경인지는 모르겠다. 청년이 마시는 것은 소주였다. 주변에 사람은 없지만 새참 시간 이었는지 여기저기 컵라면과 막걸리가 뒹굴고 있다. 잔도 없이 소주를 마시더니 마른 멸치를 한줌 쥐고 빨간 고추장을 찍어 입에 넣는다. 동남아 쪽에서 온 청년 같은데 우리나라 고추장이 맵지도 않은가 보다. 시원한 소주한잔에 매운 고추장을 입에 털어 넣더니 회색 거리를 멍한 눈으로 쳐다 본다. 노동이 힘들었는지 커다란 눈이 움푹 들어가 보인다. 정신 노동을 하고 난뒤 육체적인 몽롱함을 느끼며 걷고 있는 내.. 2010. 4. 13.
스님의 은혜와 이별의 아픔 어제 오후에 법정 스님이 입적을 하셨습니다. 한참 밥벌이에 집중하며 일을 하고 있는데 인터넷 속보로 뜨더군요. 얼마전 몸이 안좋아 입원하셨을 때부터 오래 계시지 못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폐암으로 고통을 받고 계셨는데 그게 더 큰 고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최근에 샀던 스님의 책을 한번 쓰다듬어 봅니다. 몸이 아픈 와중에도 법회에 나와서 하셨던 말씀을 수록한 책이죠. 법문에 담긴 내용을 읽으면서 혼란한 마음을 다스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에 인색하지 말라는 말씀처럼 세상을 보듬어 바라보던 시선은 결코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저에겐 늘 풍족한 마음을 안겨다 주셨죠. 책을 보고 있자니 스님의 숨결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 스님의 은혜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읽고, 가장 많이 샀던 책이 법.. 2010. 3. 12.
웃겨야 뜨는 시대, 혀 개그의 달인들 세상이 수상하니 날씨도 참 수상합니다. 날씨가 참 따뜻하네요. 이리 저리 불만이 많은 세상이긴 하지만 일찍 찾아오는 ‘봄’이 싫지는 않습니다. 학원비가 밀려서 고민하던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선진국의 초입에 있다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죠. 요즘 신문에는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아이들의 학원비를 대지 못한 아버지가 강에 몸을 던지고, 배우고 싶어도 돈을 걱정해야 했던 조숙한 아이는 아파트의 옥상에서 몸을 던집니다.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 1 요즘 세상을 웃겨야 뜨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도 가수든 배우든 아나운서든 웃겨야 된다고 합니다. 서로간의 말장난이 오고 가고 어설픈 개인기가 나오면 박장대소 하고 다 웃는 것이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 2010.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