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80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눈 속에 갇혀 있던 회색 도시가 본래의 색깔을 되찾기 시작 합니다. 종종 걸음 치던 아이의 걸음이 빨라지고, 대머리 아저씨의 웅크렸던 어깨가 펴집니다. 학원가는 아이들은 따뜻한 입김을 쏟으며 수다를 멈추지 않고, '도를 아십니까'를 포교하는 아주머니의 시선이 매섭게 저를 쳐다봅니다. '돈을 아십니까'로 컨셉을 바꾸면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텐데 말이죠. 얼마나 오랫동안 옷을 갈아 입지 않았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아저씨가 지하철입구옆 양지에 앉아 있습니다. 아저씨가 위에 걸친 것은 본래의 색깔을 알수 없을 정도로 바랜 담요였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촛점없는 눈동자와 기름조차 흐르지 않고 엉켜버린 머리카락. 때가 타 까많게 변해버린 손과 발. 조그마.. 2010. 1. 15. 애들아, 나 아니거든... 폭설과 추위로 마실 다니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아무도 걷지 않은 소복히 쌓인 눈길에 하나둘씩 발자국을 만들면서 영화처럼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기저기 오래된 퇴비처럼 검게 굳어 버린 눈을 삽으로 깨는 소리와 미끄러질까봐 어정쩡 하게 엉덩이에 힘을 주고 걷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공원을 걷기로 합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전쟁같은 풍경이지만, 오후에는 그래도 한가로워 보입니다. # 1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세상이 온통 얼어 붙은 느낌입니다. 구석자리에 앉아서 표정 없는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 봅니다. 서로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표정없는 얼굴을 짓고 있습니다. 이제 익숙해질만도 하지만 아직도 이런 풍경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너.. 2010. 1. 7.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비오는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나니 매섭게 눈이 내렸습니다. 경비실 할아버지가 아침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했지만 내리는 눈은 금새 얼어 붙습니다. 도와드릴까 생각을 하다가 이사올때 무척 거만하게 사람을 쳐다보며 매정한 말을 내밀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그만두었습니다. 눈이 그치지 않고 얼어 붙자 할아버지는 삽으로 눈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삽질은 해가 저물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시절이 수상하니, 할아버지도 삽질을 해야 하나 봅니다. #1 보이는 풍경은 모두 눈꽃이 피었습니다. 하얗던 길바닥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난뒤에는 시커멓게 변해버렸습니다. 눈을 던지며 놀던 아이들도 더이상 눈을 뭉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이 지나간 길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것 같습니다. 눈을 맞으며 오랜만에.. 2009. 12. 28. 나그네의 걸음, 길위에 내려놓다. 이사철이 훨씬 지났지만 저처럼 게으른 사람은 이제 이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추운 계절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그리 쉽지않습니다. 떠돌아 다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어느 한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돌이켜 보니 일 때문에 참 많이도 돌아다녔던 것 같네요. 아마도 전생이 몽골 어느 초원에서 양떼들과 함께 이곳 저곳을 떠돌던 목동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길 위의 인생.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길’을 보면 평생을 길 위에서 떠돌며 보내던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있습니다. 아비를 떠나 처음 길을 나섰던 아이는 청년이 되어 다시 예전의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청년은 다시 길을 한 바퀴 돌아 흰머리 노인이 되었고, 그가 걸었던 그 길 위에 사랑을 묻고 아픔을 보듬어야 했습니.. 2009. 12. 1. 이전 1 ··· 5 6 7 8 9 10 11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