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친구 녀석이 느닷없이 결혼을 하겠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며 선언을 했던 녀석이기도 했고, 해전 모임에서 보았을 때에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녀석이라 조금은 의아스러웠습니다. 오랜만에 결혼을 핑계로 녀석과 마주 앉아 술을 한잔 했습니다.

녀석은 결혼 소식을 전하느라 얼굴이 빨개졌고, 먹는 술을 먹느라 나도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 자기 선언

 

녀석에게는 오래 전부터 독특한 술버릇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말이 없는 비관주의자지만, 술만 먹으면 말이 많아지는 비관주의자가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어설프게 쇼펜하우어에 심취한 이후론 친구들과의 대화도 뜸해졌고, 군대에 다녀온 이후론 인도철학에 심취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씨 만은 착한 녀석이어서 친한 친구들 명이 언제나 녀석을 챙겼고, 술을 좋아하는 녀석 덕분에 모임이 있는 날이면 오랜 시간 녀석의 개똥철학을 들어줘야 했습니다.

 

녀석에겐 특별한 술버릇이 있었는데 장황하게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나선 덧붙이는 말이 있었습니다. 취직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일년만 해보고 안되면 중이 되겠노라 이야기했고, 취업을 하고 이후에 적성에 맞지 않다며 고민 할때에는 일년만 일해보고 안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선언했죠. 사랑에 빠져 연애를 때에는 일년만 해보고 안되면 독신으로 살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놀랍게도 녀석이 이야기한 '일년만' 대부분 성공적이어서 1 안에 취업을 했고, 1 안에 승진을 하고 회사에서 자리를 잡았죠. 외에도 그가 선언한 '일년만'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아쉽게도 '사랑'만은 예외였습니다.

 

녀석의 '선언' 엄숙한 것이어서 뒤로는 변변한 연애 한번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누군가 녀석에게 '일년만' 갖는 의미에 대해서 장난스럽게 물었고, 녀석은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일년만'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물론 아무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저 해괴한 '자기선언'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 사랑 이야기

 

남자들의 수다란 꽤나 경직되고 뻔한 것이어서, 서로의 안부와 친구 들의 근황 이야기가 오고 갔고 함께한 4년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리고 안주가 거의 떨어질 무렵에서야 녀석의 사랑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성격
좋기로 유명한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일년간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부담스러운 나이차이 때문에 다가서질 못하고 말이죠. 일년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게 진정한 사랑인지 아닌지를 있을 같아서였죠. 일년간의 지켜봄 끝에 그녀를 사랑한다는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일년간 그녀와의 연애를 시작하게 된거죠.

 

사랑만 가득할 같던 연애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다툼이 있었답니다. 성격차이, 취미차이, 종교차이, 나이차이. 그럴 때마다 여자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졌다고 해요. 하지만 일년간의 지켜봄이 있었기에 변치 않는 사랑을 있었던 거죠. 일년의 연애기간 후에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다고 합니다. 사랑에 대한 확신 들게 된거죠.

 

술잔에 비워질 무렵, 녀석의 그녀가 나타납니다. 녀석의 엉뚱한 면과 달리 서글서글한 인상에 목소리가 아주 좋습니다.

서로 마주 보며 싱글 웃어주는 모습이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살다 보면 시간에 지쳐 지낼 때가 많습니다. 익숙한 것에 싫증이 때도 있구요. 인연에 대해서 지루함을 느낄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인 감정에 따라 행동할 때가 많죠. 우리의 삶에 있어 진지함이라는 것은 섯부른 감정이 아니라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다시 되물어 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무언가가 우리의 진심이겠죠.

 

녀석의 오랜 행복을 빌어주며 어둑해진 거리를 나섭니다.
녀석의 엉뚱했던 자기선언이 '삶의 진지함' 대한 다른 해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루의 다짐, 사랑의 깊이, 삶의 무게. 모든 것들을 가벼운 감정에 이리 저리 흔들리진 않았는지 반성을 봅니다. 시간에 흔들리고 인연에 흔들린다면, 한번쯤 스스로의 마음을 꾸준하게 지켜 있는 시간도 필요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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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8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12.03.17 11:58

    연애 경험이 많지 않지만 무엇이 됐든 차이가 없으면 영 심심한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벌어져 있는 틈새를 확인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메꾸는 것이 연애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결혼도 마찬가지라고 보고요.
    이상 레인맨의 개똥철학이었습니다. ㅎㅎ

    • 아 연애 경험이 많지 않으시군요.^^
      틈새..좋은 표현이네요.
      그 틈새를 메꾸는게 연애 하는 재미겠죠.
      ㅎㅎ

  • 일년만...으로는 많은 것들이 부족하더라구요

    과감한 결정을 내리기에도
    현명한 판단을 하기에도
    그리고 과오를 되돌리기에는 더더욱요

    • 네.그렇죠.시간은 늘 그렇게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나봐요. 그래도 늘 자기선언을 해보는것도 괜찮을것 같네요^^ 거긴 낮이겠죠? 여긴 깜깜해지는 밤이네요

  • 보통은 지켜봄을 통해 얻은 인상은 부대낌을 통해 깨지는데. ㅋㅎ
    첫인상에 뻑가서 사귀고 보니 전직 면도날 좀 씹은 분이라든가. ㅋㅎㅎ

    일년만이라는 조건이 외적, 객관적 상황에 대해서는 잘 먹혀들 수 있지만
    (일년만에 결실을 본다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주관적 존재에 대해서는 잘 안 먹혀 들 수도 있지욤.

    초입에 쓰신 말 적은 비관주의자에서 말 많은 비관주의자로 넘어갈 때
    저는 '말 많은 낙관주의자'로 읽고 싶었습니다. ^^
    포인트는 비관과 낙관의 대응이 아니라 말 적은과 말 많은이었단. ㅋㅎ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주말 끼고 한 3박 4일 정신 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화요일. ㅠ.ㅠ

    • 봄비가 내리고 나면 이제 봄이겠죠^^
      선거도 있고 해서 무언가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녀석의 앞날에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한 시간이 있길 바래봅니다.^^

  • 1년을 지켜보고 1년 연애하고 결혼하는거죠? 친구분이 무척 신중한 분인가봅니다. 전 만난지 백 일만에 결혼해서 2년째엔 이미 엄마가 되어있었지요. ㅎㅎ
    결혼 축하하고, 행복하게 잘 사시기 바란다고 전해주세요.^^

    • 네 감사합니다^^
      매사에 신중한 녀석이고 엉뚱한 녀석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자기선언을 잘 하는 녀석이죠. 조만간 행복한 가정이 되겠죠^^


오늘 충격적인 뉴스를 봤습니다.
고양이를 학대하고 창문 너머로 던진 사건이었죠. 술에 취했건 이성을 잃었건 간에 아무런 죄가 없는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했다는 것 자체가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젠가 차에 치여 죽어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머리가 깨어지는 고통 속에서 슬픈 표정 하나 짓지 못하고 힘든 울음 소리를 내던 모습을 말이죠. 울음소리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끝까지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의 인생이 중요한 것처럼 모든 살아있는 동물들의 목숨도 중요한 것인데 말입니다.

# 고양이를 부탁해

꽤 오래전에 보았던 "고양이를 부탁해"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요원배두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영화죠. 거기에는 버림받은 길고양이가 나옵니다.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던 여자가 그 고양이를 친구의 생일 선물로 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키울수 없는 처지가 되자 다시 여자에게 돌아오죠. 하지만 여자의 집이 무너져 버리고 여자는 고양이와 함께 이리저리 떠도는 신세가 됩니다.


IMF로 힘들어 했던 청춘들의 이야기 입니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지만 현실은 어둡기만 합니다. 그 어둡고 힘든 현실에 버려진 길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이리저리 현실에 치여 몸둘곳이 없는 젊은 청춘들의 모습이 길고양이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이러한 길고양이는 누군가의 손에 길러지기도 하고, 이리저리 먹이를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사람들의 완력에 죽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죠.

세상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굴복하기도 하고, 무언가에 힘들어하기도 하며, 또 다른 무언가에 미쳐 청춘을 쏟아내기도 하지요. 결국 그러한 삶의 시간을 통해서 좀 더 강해지고 또렷한 스스로를 만든는것 같습니다.

불현듯 고양이에 대한 끔찍한 사건을 보면서 이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고양이가 사는 모습이나 우리가 사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비록 애완동물이지만 고양이에게도 선택되어진 시간이니까요. 동물을 학대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세상이라면 인간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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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2

  • 길고양이의 삶과 우리의 삶이 근원적으로 다르지 않다,
    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학대 당하는 고양이와 유린 당하는 우리,
    역시 다르지 않겠군요.
    고양이 학대녀는 그러면 어떤 자와 다르지 않다,
    라고 말 할 수도 있겠습니다.

    • 영화가 보여주는 것도 그러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보다는,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양이 사건은 참 끔찍합니다.

  • 하 소란스러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음..

    이참에 저도 양심고백합니다.
    예전에 키우던 복실이와 누렁이(개)를 저도 괴롭혔습니다.
    반성합니다. 목덜미를 물었거든요. 얼룩이(야옹이)도 물었습니다.
    얼룩이는 결국 집을 나가 도시의 낭만 고양이가 되더군요.
    어른들은 발정나서 나갔다고 하지만
    실은 제가 녀석을 자주 물어서 녀석이 가출한 겁니다.
    이를 어쩌면 좋나요. 대봉이 녀석을 볼 때마다 목덜미를 깨물고 싶어 환장할 지경입니다. 저 정신과 치료 받아야 할까요? 아흐흑흑..
    설마 대봉이가 배밀이하며 가출하진 않겠죠? -.,-;;

    • 음...저는 고양이를 키운적은 없지만 작은 강아지를 몇마리 키운적이 있었죠. 어릴때부터 집에서 키우던 것들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죽어갈때 마음이 참 아프더군요. 마지막 호흡을 하면서 주인을 바라보던 강아지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대봉이야 가출을 할리가 있나요. 발가락이 닮은 아버지를 두고 말이죠.^^

  • 휴~ 이번 사건은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한숨만 나오는...

    • 막장이라는게 유행이라고 하던데 이런게 바로 막장이 아닌가 싶네요. 난장 같은 세상에서 추악한 것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 저도 소식은 들었는데..참 끔찍합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약자를 학대하는 건 죄악이긴 마찬가지죠.
    참 씁쓸하네요..

    • 그렇죠. 약자를 학대하는 것이 인정되는 사회는 아닌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보편적인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겠죠. 우리 사회도 그래야 되겠습니다.

  • 고양이학대라는 검색어를 본 것 같은데 그런 사건이 있었군요.
    얼마전에는 햄스터를 믹서기에 넣고 스위치를 누른 사건이 있었죠.
    귀여운 햄스터를.... 그런데 쥐는 믹서기에 넣고 갈아도 될까요?

    • 동물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죠. 끔찍한 사건이 참 많은것 같네요. 쥐를 믹서기에 갈면 안되죠^^ 쥐는 거세한 후 넓은 광야에 풀어주는게 좋을것 같네요.^^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길거리의 고양이들 싹 모아서 묻어버리고 싶다고
    그게 고양이들 위해서도 나은게 아니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꼭 굳이 그렇게 따져야한다면
    우리가 고양이가 원래부터 살던 동네를 빼았고 환경을 바꾸어 놓았으니
    우리가 싹 묻혀버리는게 순서에 맞는 거라고요

    늘 빼앗은 자들이 더 성내기 마련인가 봅니다

    • 일본 소설을 보면 고양이가 참 자주 등장하는데 말이죠. 제가 좋아하는 하루키의 소설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는 않은것 같아요. 그래요. 우리가 빼앗은 동물들의 세상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군요. 쥐의 박멸을 위해서도 고양이가 필요하긴 합니다. ^^


비오는 크리스마스를 지나고 나니 매섭게 눈이 내렸습니다.
경비실 할아버지가 아침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했지만 내리는 눈은 금새 얼어 붙습니다. 
도와드릴까 생각을 하다가 이사올때 무척 거만하게 사람을 쳐다보며 매정한 말을 내밀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그만두었습니다. 눈이 그치지 않고 얼어 붙자 할아버지는 으로 눈을 깨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삽질은 해가 저물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시절이 수상하니, 할아버지도 삽질을 해야 하나 봅니다.

#1

보이는 풍경은 모두 눈꽃이 피었습니다.
하얗던 길바닥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난뒤에는 시커멓게 변해버렸습니다. 눈을 던지며 놀던 아이들도 더이상 눈을 뭉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이 지나간 길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것 같습니다.

눈을 맞으며 오랜만에 재래시장을 찾아갔습니다.
춥고 배고픈 세상이지만, 이곳만큼은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질것 같았습니다.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비좁은 시장골목을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비릿한 생선냄새도 풍겨오고, 장작 태우는 냄새도 느껴집니다. 추운 사람들의 공허한 입김도 느껴집니다.

'연중세일 중' 이라고 붙은 그릇가게에 잠시 들립니다.
그곳에서 위생도마를 하나 골랐습니다. 아저씨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생각보다 비쌉니다. 살짝 옆을 보니 적어 놓은 가격보다 몇천원이 더 비쌉니다. 아저씨에게 좀 비싸다고 했더니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할수 없이 옆에 놓인 가격표를 보여드립니다. 아저씨는 그제서야 가격표에 적힌 대로 금액을 받습니다.

아마도 사람을 보고 물건을 파시나 봅니다.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돈을 더 받으시는 모양입니다. 연중 세일을 한다는 아저씨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어리숙해 보이는 제가 잘못입니다.

씁쓸한 마음으로 가게에서 나와 길을 걷습니다.
갑자기 등뒤에서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납니다. 돌아보니 '연중세일'로 그릇을 팔던 그 가게 입니다. 안에서 무언가 떨어진 모양입니다. 아마도 조금전에 높은곳에서 도마를 꺼내다가 그릇더미를 건드린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나오고 나서 무너져 내렸습니다. 잠시 아저씨와 제 눈이 마주칩니다. 어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살짝 미소만 지어드렸습니다.



#2

어둑해진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경비실 할아버지는 아직도 삽으로 눈을 깨고 있습니다. 눈이 얼어 붙으면 차를 주차하기 참 어려워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땅은 아직도 얼어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삽질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도와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다시 고민을 해 봅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들고 잠시 저를 쳐다봅니다. 얼굴에는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이 놈의 거지같은 눈, 에이 XXX' 할아버지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옵니다. 어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또 한번 살짝 미소만 지어 드렸습니다.


PS. 올해의 마지막 '12시5분전' 이야기가 될것 같습니다.
올 한해는 더 많은 이웃블로거들을 만나게 되어서 참 기쁜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따로 포스팅을 해야 하지만 워낙 게으른 블로거라서 이글 말미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식스팩 복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면서 2년연속 우수블로거가 되신 위대한 비프리박님, 백마디의 말보다 한장의 사진으로 느끼게 해주시는 Slimer님, 늘 영화비를 아끼게 만들어 주시는 엔돌핀 같은 Reignman님, 글을 읽으면서 매번 미소짓게 만들어 주시는 지구벌레님, 두보의 시가 무척 잘 어울리는 가림토님, 언제나 소박하고 포근한 헌책방IC님, 방문할때 마다 하나씩 배우게 되는 권대리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집필하시고 아이폰을 갖고 있지 않으신 빈상자님, 언젠가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깊은숲님. 이 외 모든 이웃 블로거 분과 찾아주시는 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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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6

  • Favicon of http://reignman.tistory.com BlogIcon Reignman 2009.12.28 23:37

    스킨을 바꾸셨네요. 분위기가 확 달리진 거 같습니다. ㅎㅎ
    이사는 잘 하셨나요?
    날씨도 추운데 거만한 경비아저씨 덕분에 더 수고가 되셨을 거 같네요.
    그릇가게 아저씨와 경비아저씨에게 보인 미소가 저 이미지의 아기 침팬지처럼 완전 해맑은 미소였다면 그분들도 아마 기분이 많이 풀어졌을 겁니다. ㅎㅎ
    올해 개츠비님을 만나게 되어서 저 또한 참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12시5분전'이야기 내년에도 자주 보여주세요. ^^

    PS. 오늘 빙판길에 여러번 넘어질 뻔 했습니다. 뛰어난 운동신경을 갖고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개츠비님도 빙판길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스킨은 그냥 한번 빠꾸어 봤습니다. 또 바꿀지도 모르겠네요.^^ 세상 인심이 예전같진 않은가 봅니다. 제가 이 도시에 와서 느낀점은 순진하면 속는다.. 뭐 이런것 같아서 마음이 좀 쓸쓸합니다.

      오늘도 눈이 많이 온다고 하는군요. 무게중심은 잘 잡지 못하지만 안 넘어지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limer.tistory.com BlogIcon Slimer 2009.12.29 11:03

    그러고 보니 사이드바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사를 왔네요.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제 닉네임을 발견한다는 것은 참 기쁜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띄워주시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구요.ㅎ
    개츠비님 글을 보면서 또 다른 감각을 배우는 중입니다. 내년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저는 내일이면 일을 다 마칩니다. 게으른 블로거에게도 한해의 마무리가 다가오는군요. 성별과 나이,학벌과 재력에 상관없이 이렇게 어울릴수 있는것이 블로거만의 행복이 아닐까 하네요. 늘 고맙습니다.

  • 원숭이 표정이 해맑습니다.
    왼쪽 녀석은 배꼽도 보이는군요.
    머리에 난 털을 보니 오른쪽 녀석이 형인가 봅니다. 사이 좋은 형제네요.
    머리에 빤질빤질 윤이 납니다. 반짝반짝. 눈썹 문신을 해야겠습니다. 색이 연하네요.

    눈눈이이.
    이름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개츠비님께 꽃이 되었을까요. 눈짓이 되었을까요.
    개츠비님의 빛깔과 향기의 알맞은 이름은 누가 또 불러줄까요.

    세밑. 눈이 온다네요.
    발밑 조심하시구요.
    눈눈이이.

    • 저보다 훨씬 귀여운 녀석들이죠. 저도 눈썹이 잘 자라지 않는 체질입니다. 눈썹짙은 사람들이 참 부럽다죠. 눈썹대신 머리칼은 금방 자랍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하지도 않는데...

      꽃은 금방 시들어 버리니까 눈짓이라고 하는게 좋겠네요. 올해에는 눈병이 크게 유행을 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리저리 두보의 시가 생각나네요. 그래서 저녁에는 두부를 먹었습니다.

      일기예보가 틀린지 비가 옵니다. 10센티의 눈이 온다고 하던데요. 우리나라에서 믿어선 안되는 몇가지가 있는데 아마도 그영향인가 봅니다.

      꿈은 겨울의 끝자락에 보인다고 하지요.
      연말 마무리 포근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 재래시장의 재미는 다녀 본 사람만 알 것입니다.
    대형마트의 득세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곳의 신산함이 아쉬울 따름이죠.
    현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벽 쪽으로 잘 엮인 시래기가 눈에 박힙니다.
    마지막으로 엮고 가신 것입니다. 어찌 먹어야 할지...
    다사다난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리 마음 기대고 위로 받을 수 있는 분들을 만난 것은 하나의 행운입니다.
    늦은 밤부터 눈 소식이 있는데 비질, 삽질 준비해야겠습니다.
    눈을 치우는 분들께서는 거의 어르신들이시더군요. :)

    • 짧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정을 주고 살았던것 같은데, 요즘은 까칠한 사람들을 참 많이 봅니다. 그것이 살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되는것 같습니다.

      어찌 먼길 가신분의 마음을 잊을수가 있을까요. 저는 아직 이별의 경험이 없어서 숲님에게 뭐라 위로해 드리기가 송구스럽습니다. 삶의 깊은 곳은 아마도 먼저 떠나신 분들의 기억과 사랑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비가와서 삽질은 필요없을것 같습니다. 어쩌면 밤사이에 눈으로 변할지도 모르겠네요. 올해는 유난히 삽질을 많이 하는 한 해인것 같습니다.

  • 개츠비님의 미소를 보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이 그려지니 왠지 웃음이 납니다. 당사자들은 그럴 기분이 아니겠지만요..ㅋㅋ..
    스킨이 바뀌셨네요. 훨씬 환해보입니다. ^^
    저야말로 올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개츠비님을 알게된게 정말 큰 복이구나 싶습니다. 항상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좋은 글, 좀더 자주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 두분에게 뭐라할 주제는 아니라서 그저 미소만 보내드렸습니다. 가끔 미소가 짜증을 부를때도 있겠지요. 그 분들이 자초한 일이니 뭐라고 드릴말씀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게으른 블로거가 자주 포스팅을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올해 보다는 내년에 좀 더 많은 소통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눈이 꽁꽁 얼어붙고
    치워도 눈은 계속 쌓이는 그런 날들이었네요.
    본의 아니게 '삽질'이 필요한 때였습니다.
    2010년에는 G와 G들을 싸그리 쓸어담아 내다 버릴 수 있는
    큰 '삽질'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G들이 무력하게 만들었으면.

    식스팩 복근이라뇨옵. 그건 재범군이었다구욥.
    저는 단지 소망을 할 뿐인, 지방층에 갇힌 식스팩일 뿐인 걸요. ^^;

    2009년은 개츠비님이 있어서 더욱 행복한 한해였습니다.
    2010년, 2011년, ... 쭈욱 이어가는 인연이었으면 합니다.
    개츠비님, 복 많이 받으시오! 그리고 괜찮은 처자 한 분 보이면 낼름 델꾸 오시오! ^^

    • 요즘은 계속 추운 날이 계속 됩니다.
      날씨가 수상하니 외출도 쉬지 않네요.

      벌써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Daisy 2010.01.01 14:04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해 첫날입니다.ㅎㅎ
    실감은 안나지만요.

    올해에도 행복과 사랑이 가득 찬 한 해 되시고...
    비프리박님 말씀처럼 귀엽고 애교많은 처자 델꼬 오세요~~~!!!^^*

    •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올해에도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한 해 되시고
      귀엽고 애교많은 처자는 있답니다.^^

  • 아... 조용히 글을 읽고 가려고 했는데... 송구스러운 마음이 울컥합니다.
    언제나 소박하고 포근하다... 는 말씀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음... 가림토님 글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자연적 연속을 언어로 분절시킨다...(정확기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저 말을 핑계로 전 연말연시에 특별히 인사를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매년 그래왔고, 올해도 그랬습니다. 이게 사회생활을 못하는 이유인가 봅니다. ㅎㅎ

    늘 행복하고, 늘 즐거운 게 좋잖아요. ㅎㅎ

    •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은 거죠. 절취선이 있다고 무조건 자르는게 아니라 자신의 입맛대로 잘라 쓰는 게지요. 저도 년도의 나눔, 계절의 나눔에 대해서는 그리 냉정하진 못해서 명절이나 연말에는 그저 덤덤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올해는 행복한 시간 만드시길 바랍니다.


보도블록 위에는 술에 취한 취객이 갈짓자로 길을 걷습니다. 헐벗게 입은 아리따운 처자들의 구두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빨간색 스포츠카를 탄 젊은이들이 굉음소리를 내며 거리를 질주하고, 뒤를 이어 오토바이들의 폭주 소리를 내며 뒤쫓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 폐지를 골라내던 할머니는, 빈병 몇개를 손에 쥐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습니다. 노상으로 나온 테이블 위에선 지글지글 고기굽는 소리와 함께 고성과 웃음이 오고갑니다.

시대유감 #1

나라의 보물인 남대문이 무너졌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경제위기가 닥쳤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방송은 하나둘씩 정치권력에게 짓밟히기 시작했고, 시위를 하던 사람과 경찰이 어이없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했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대운하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삽질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집단해고를 당한 노동자와 가족들은 오늘도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폐륜적 살인과 어이없는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알수없는 공포감에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 이념적 전향에 성공한 한 정치인이 뻔뻔한 얼굴로 야당을 비판하는 뉴스가 나옵니다. 기름진 얼굴과 금뱃지를 단 그의 모습이 즐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늘어놓는 궤변을 듣는것은 역겹기만 합니다. 이념적 전향을 통해서 기득권에 흡수되어 앞장서서 민중을 비판하는 그들은, 이미 실존적 가치를 잃어버린 불쌍한 영혼입니다. 



군사정권 이후에 사라졌던 많은 것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TV광고에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고, 국민을 나무라는 언론들의 충성 경쟁이 도를 넘어 서고 있습니다. 정치적 오만함은 그들이 오랜 시간 가꾸어왔던 추악한 과거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두 오해와 불신에 가득한 사탄과 좀비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정권이 노골적으로 국민을 비판하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시대유감 #2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제도와 복지가 필요합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국가권력이 필요합니다. 국민을 무서워 하는 정치세력과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선진화가 경제적 선진화를 가져올수 있습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경쟁의식은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룩할수 있게끔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희생이 강요된 국가정책 탓에 더이상 성장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선진화로 가는 길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차별적 경쟁요소들을 하나둘씩 없애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치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점점더 황페해질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요소들을 혐오스럽게 바라봅니다.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요소야 말로,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밀접하게 연관짓고 있는 행위 입니다. 직장생활과 친목생활을 하면서도 우리는 늘 정치적 요소에 휘둘리며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소소한 결정의 결과에 따라서 심하게 분노하기도 하고 환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정치적 요소는 우리의 삶을 꾸려 나가는 가장 강력하고도 밀접한 것입니다.



정치의식이 없는 사회는, 자신의 권리 보다는 사회적 의무가 강요됩니다. 하지 말아야 할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고용과 피고용인 간의 지배적 우월의식이 만연하게 됩니다. 비판적 창의력은 사라지고, 획일적이고 추상적인 목표가 사회를 지배합니다. 상식은 권력의 판단에 따라서 달라지고, 원칙은 수시로 변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공간에서는 설치류의 모략과 웃음이 넘치고, 밤의 논리는 낮의 세상을 지배합니다.

거리를 돌아 집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늘 익숙한 풍경이지만, 지나가는 행인도 보이질 않고 가로등도 꺼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갔을 거리의 모습이 우울하고 조용하게만 느껴집니다. 뚜벅 뚜벅 길을 걸으며, 집집마다 켜져 있는 불빛을 바라봅니다. 내일의 기대보다는 걱정이 생각나고, 웃음보다는 한숨이 깊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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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6

  • 저는 최근엔 여러 면에서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이 명분화되면서 꿈이 없는 극단적 회의론자가 되어 가는 느낌이 쌓여만 가네요. 솔직히 한숨 밖에... 점심 맛나게 드시고 새로운 한 주 활기차게 보내세요.

    • 해충의 시대에는 회색빛 하늘만 보이는것 같습니다. 희망은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져야 하는것인데 말이죠. 아마도 많은 것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가 봅니다.

      휴가철이 시작되었네요. 매번 똑같은 일상이지만, 소소하게 작은 기쁨을 찾아보는 한주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밤의 논리가 낮의 세상을 지배하니..모두가 밤에 살고 있는 것과 다름 없네요. 정치혐오증을 이용하는 그들의 뻔뻔함이 또다시 효과를 발위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흐린 하늘처럼 답답하지만...즐거운 한주의 시작 되세요.

    • 국민을 나무라는 간큰 정치집단들이죠. 오리발을 먹고 사는 종족이기도 하구요. 이제 밤의 세상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우울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겠죠. 지구벌레님도 즐거운 한주 만드시길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lovehm.tistory.com/ BlogIcon 미싱 2009.07.27 14:54

    책 잘 받아봤습니다.
    같이 딸려온 선물도 너무 감사하고요 ^^
    일주일 내내 계속 출장에 밤샘작업때문에 제대로 인사도 못드렸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 바쁘셨군요.^^ 안그래도 블로그를 보니까 많이 바쁘신것 같았습니다. 더운여름 건강부터 챙기시고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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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뭘 했는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바빳다" 라는 것이 어떤 건지 실감한다. 이번 한주는 나에게 저녁시간의 여유로움도 허락하질 않았다. 지인 에게서 뭣 좀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냉큼 오케이 사인을 냈었는데, 그게 일주일 내내 바쁘게 살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주말 새벽이 되어서야 마무리 하게 되었으니 노동의 강도가 아주 크다. 덕분에 내일 맛있는 저녁을 얻어 먹기로 되었고, 고맙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아주 좋다.

" 산만함속에 체 게바라를 생각하다"

언제 부터인가 시간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면서, 중간에 남아 도는 시간들을 나름데로 알차게 보내게 되었는데 문제는 계획에 없던 이런 일들이 생기면 참 난감해 진다.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 이 우유부단한 성격탓에 착하다 라는 말도 듣지만, 실속없다는 말도 함께 듣는다.
앞으로 과한 일들은 거절해야 겠다고 또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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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에 일을 하면서 책상 옆에 영화를 틀어 놓고 일을 한다.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과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의 절묘한 타협이었다. 좋게 말하면 멀티 플레이이고, 쉽게 말하면 무지 산만하다.
열심히 타이핑을 치던 나에게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의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일을 하면서  잠시 "체 게바라의 마지막일기" 라는 책을 꺼내서 본다. 그가 가졌던 이상적인 사회를 위하여 힘겨운 투쟁을 하는 도중에 꼬박 꼬박 적어 나갔던 그의 일기에서 치열한 삶의 투쟁을 본다.그는 죽기전까지도 세상의 불합리와 차별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 했었다. 한 때는 게바라의 책과 포스터를 너무도 사랑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가 가지고 있던 인간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본받고 싶어서 였다.

" 다시 돌아간 일상속엔 생뚱맞은 현실만"

일을 다 마치고 창문으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자주 보지 못하는 익숙한 풍경들. 그 익숙함 속에 특별한 애정을 가져 본다. 분위기가 좋아서 맥주라도 한잔하려고 냉장고를 열어 보니, 맥주는 없고 지난 겨울에 누군가가 선물로 준 복분자술 한병만 보인다. 나는 잠시 슬픔을 느낀다.

누구는 도시의 야경속에 재즈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고, 누구는 연인들과 와인을 마신다는데, 나는 왜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홀로 복분자를 마셔야 한단 말인가.
그렇지만 못내 아쉬운 알콜의 향기에 이끌려 병마개를 열고 만다.

신이시여, 이 센티멘탈한 밤에 복준자를 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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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C. 댁 2008.06.25 13:58

    이 글은 오늘 처음 읽네요.
    읽으면서 계속 미소짓는 이유는..

    제가 추측했던 Gatsby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일하면서 영화보고, 또 책도 읽고..
    딱 어울리는 모습이예요.ㅋㅋ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 거 은근히 힘들더라구요.
    선천적으로 타고 나지 않으면...

    고심끝에 No라고 말하고는
    더 마음이 편치않았던 기억도 있구요.

    • 네.ㅋ 같이 산다는게 참 묘해서 조금 손해가 있더라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