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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우리시대 문화

[리뷰] 아버지의 오토바이 - 아버지의 이름으로 산다는 것.

by G_Gatsby 2009. 7. 20.

어떠한 것이든, 절대적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신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또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세상에는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란 쉽게 다가서기 힘든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멀어져 가는게 바로 아버지라는 이름이다. 그러다가 아버지라는 이름을 듣게 될 나이게 되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있을때는 모르지만 정작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이 되면 한없이 슬퍼지고 그리워지는 이름이 되기도 한다.

조두진의 소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의 인생.

소박한 삶속에 처자식의 웃음을 보는것이 소원이었던 아버지가 있다. 풍족하진 않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려는 그런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에겐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은 모두 사주고 싶은 소망이 있고,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의 웃음을 사랑하는 뿌듯함이 있다.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의 모습일 것이다. 소설속에 나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병든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에게 치명적인 슬픔이 된다. 온전치 못한 첫아들,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지능도 낮아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는 결심한다. 아이의 마지막 모습까지 지켜주겠노라고. 그것은 아버지의 사명이 되었고, 죽어가던 아내에게 했던 마지막 약속이 되었다.

치열한 삶을 살아야 했다.
수전노 소리를 들어야 했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면서 막노동을 해야 했다. 아버지에게 아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돈을 벌어서 아이를 먹여 살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가졌다. 의술이 좋아진다면 행여 아들이 온전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다. 아버지가 사는 삶 속에는 정작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 잘하는 둘째 아이가 보내오는 편지는 그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되었다. 아이가 보내온 사진은 노동의 피곤함을 쉽게 가시게 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진 못하지만 커가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그것은 피곤한 자신의 삶에 대한 댓가였고, 삶의 행복이 되었다.

아들의 인생.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도 아들은 무덤덤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들으면서 눈물조차 나질 않았다. 그에게 아버지라는 이름은 자신의 삶속에 이름만 남아 있는 껍데기였다.

자라면서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의 모습은 사진속에서 조차 남아 있질 않았다. 성장해서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아버지의 이름은 기억에 없었다. 그저 형식적인 인사만 있을뿐, 자신에겐 자신만의 인생이 있을뿐이었다. 아들은 이제 아버지로 불릴 나이가 되었다. 그에겐 아이가 생겼고, 아이를 남 부럽지 않게 키울 자신이 있었다.

세상은 냉혹했지만, 아직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모든것을 지배했다. 병약한 형의 모습을 못본지는 오래되었다. 병약한 형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아들은 자신이 무심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아버지란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식들에게 얼굴조차 보여주지 못한 못난 아버지일뿐이다. 운동회에서 오지 않던 아버지를 기다리며 울먹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의 인생.

소설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여 둘째 아들이 장례식을 치르며 자신이 알지 못한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찾게 되는 내용이다.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못한 아버지의 죽음속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또다른 삶의 모습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평생 수전노 같이 살면서도, 처자식을 먹여살리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아버지의 삶을 통해서 절대적인 사랑의 가치를 생각하게끔 하는 내용이다. 자신의 삶 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희생해야 했던 우리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의 시선을 통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한번 생각하게끔 하는내용이다.

일흔을 넘긴 아버지가 병들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들이 좋아하던 컵라면을 사기 위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게 되는 장면. 그리고 온몸에 피를 쏟으면서도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살려고 몸부림치던 장면들은 보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그리고 수년간 잊고 지내던 형을 만나는 동생의 모습을 통해서 절대적인 사랑과 세속적인 고민들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조두진의 소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가족적 사랑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소설속 문체는 너무도 간결하고 명료해서 몰입도가 좋다. 때론 너무도 냉정할만큼 간결한 문장을 통해서 우리시대의 비정한 삶의 모습도 볼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결코 아버지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것은 쉽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에 아들이 느꼈음직한 복잡한 감정을 함께 느낄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삶의 모습과 가족의 모습도 바뀌어 간다. 아버지의 시대와 아들의 시대는 모든것이 다 같을순 없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것은 사랑에 대한 본질과 가장으로써의 책임감 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변해도 절대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시대의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이 소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