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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12시 5분전

입춘대길, 인연의 깊이를 보다.

by G_Gatsby 2010. 2. 4.

날씨가 또 춥습니다.
오늘이 '입춘'입니다. '대길'이가 추노꾼이 되어 먼 길 떠난지라 '입춘대길'이 올런지 모르겠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인지 물가도 많이 올랐구요. 경제를 살리겠다며 '파란피''스머프'들이 정권을 잡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람들의 표정이 많이 어둡고 힘들어 보입니다.

"대길아~ 입춘이 왔다. 돌아와~"


# 1

치과를 하던 친구가 작년에 파산을 했습니다.
달러 대출을 내어서 장비를 많이 들여놨는데 환율이 올라서 감당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힘들게 공부를 하고 남의집 살이를 한지 몇해 만에 마련한 소중한 일터였습니다. 아주 예쁜 아내도 얻었고 아들도 얻었죠. 힘겹게 살아왔던 시간을 보내고 이제 잘 살아보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한파가 시작도 하지 못한 행복을 가져가버렸습니다. 파산 소식을 전한후 연락이 끊겼습니다.

힘든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인지 녀석은 1년이 되도록 연락한번 없었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친구에게 어떠한 위로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잘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길 바랄뿐이었죠. 그런 친구가 오늘 연락이 왔습니다. 매사에 자신감있던 그 목소리로 말이죠.

많은 일을 겪었나 봅니다. 월급을 받으며 잘산다고 씩씩하게 말을 합니다. 이제 힘든 시기는 다 지나갔다고 힘을 주어 말합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화를 끊기전에 던진 마지막 말이 참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가슴아픈 이혼과 혼자 남겨진 어린 아들의 소식이었죠. 무언가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고된 인연의 늪에서 빨리 빠져나오길 바랄뿐이었죠.

# 2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인연'의 깊이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을 겪으면서 살아갑니다. 우리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별한 관심과 선택을 하게 되지요. 그것이 어쩌면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인연'의 서로간의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의 끌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특별한 '인연'에도 깊이가 있습니다. 어릴적 많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잊혀지고, 몇몇 친구만 남게 됩니다. 익숙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인연에 대한 깊이는 그리움으로 자리잡게 되구요. 조금씩 세상살이에 적응을 하다 보면 또다른 인연을 만드는것 보다 만들어진 인연에 더 집중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이 서로가 만드는 인연의 깊이 인지도 모르지요.

때로는 서로의 깊이가 달라서 서운함을 느끼기도 하고 부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서로간의 깊이가 맞을때야 비로소 우리는 적당한 '인연'이 만들어집니다. 친구와의 인연도 그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도 그러합니다. 속이고 포장하는 위선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진실된 것이죠. 우리는 그것을 '믿음'이라고 부르는것 같습니다.

세상이 힘들때 그러한 인연의 깊이를 확실히 느낄수 있는것 같습니다. 비록 영원한 사랑을 다짐했다 하더라도 서로의 마음속에서 만들어내는 '믿음'이 없다면 공허한 울림이 되는것이겠죠. 그 울림은 슬픔과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살면서 그러한 슬픔과 아픔에 많이 힘들어 하는것이겠죠. 믿음이 없는 인연은 늘 공허하게 남습니다.



오랜만에 전화를 건 녀석은 둘러댈 말이 없었는지 '입춘대길' 하라는 말을 꺼냅니다. '믿음'을 잃어 버린 친구의 목소리가 참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정말 사람을 사랑하는 녀석이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다가오는 봄에는 잃어버린 만큼 다시 채울수 있는 시간이 될것이라고 믿습니다.

'믿음'을 잃어버린 세상은 늘 어둡고 불친절 합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지면서 주변의 모습들도 어둡고 불친절해집니다. 힘들겠지만 잃어버린 웃음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것 같습니다. 봄은 반복해서 찾아옵니다. 하지만 다시 찾아오는 봄에는 힘들었던 시간을 마무리 하고 '길'한 기운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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